▲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14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렸다. 광장에 세워진 십자가 뒤로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노숙 농성 중인 비닐 천막이 보인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14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 참석자들은 최근 논란이 된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14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기독교 원탁회의 주최로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이하 연합예배)가 봉헌된 가운데 연합예배에 참가한 목회자 및 신학생 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특히 경찰이 연행 과정에서 이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연합예배를 마친 목회자 및 성도 300여 명은 예배 후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위대를 막아섰고, 곧 대치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고난함께’ 이관택 목사·이종건 간사, 기장총회 배성진 목사, ‘예수살기’ 이재길 전도사, 신학생 백 모 씨, 김 모 씨, 신원 미상 1명 등 7명을 연행해 양천경찰서로 이송했다. 이들은 오후 11시25분 경 양천경찰서에 도착했다. 배성진 목사는 연행 중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 몇 명이 폭행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담당 정보과 형사에게 연락해 반드시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관택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괜찮다는 소식 전해드린다. 지금도 광화문 거리에선 많은 목사님들과 성도들이 목 놓아 진실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1년. 우리 함께 더욱 마음을 모아야 겠다”는 심경을 적었다.
연합예배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원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예배로 드려질 예정이었으나 추모보다 현재 상황을 드러내 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ㆍ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로 드려지게 됐다. 비가 오는 와중임에도 연합예배엔 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 부총회장 최부옥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를 포함해 약 300여 명의 기독인들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논란이 일고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 폐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대통령 참석 여부 중요치 않아, 선체인양·시행령 폐기 보장해 달라
▲14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증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이날 예배엔 유경근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그동안의 경과를 증언했다. 유 위원장은 먼저 추모식 관련해서 “오전에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인 4월1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추모식에서 대통령이 와서 시행령 즉각 폐기와 선체인양을 선언하지 않으면 추모식을 취소하고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 같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오고 안 오고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해수부 장관이든 정부가 시행령의 즉각 폐기와 선체인양을 공식 선언하면 (유가족들은) 환영하고 예정된 일정을 진행해 나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음에도 추모할 수 없게 만드는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위원장은 “왜 기독교인들은 기도할 때와 말아야 할 때, 행동할 때를 구분하지 못할까? 기독교인들은 어렵고 힘들 때, 고통스럽고 아플 때, 목숨이 끊어질 때 기도한다. 이건 잘못됐다. 기도는 평소에 하는 것이다.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익히 알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역사하려 할 때 행동하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다”고 강조했다.
▲14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행령안 폐기 / 선체인양 / 배·보상 일정 중단을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촛불을 놓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유 위원장의 호소는 이어졌다. “우리 딸 예은이가, 단원고 아이들이 왜 그토록 죽게 방치됐는지, 왜 아무도 구조를 안했는지 그것만 알면 살 것 같다. 아니, 잘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예은이에게 가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못한다. 지금 상태에서 가면 지옥 갈 것 같다. 예은이는 천국에 가 있는데 난 지옥 갈 것 같다. 이러면 죽어서도 못 만난다. 그저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제발 미안한 아빠, 부끄러운 아빠 만들지 마시고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또 “1년이 지난 지금 ‘잊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약속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크게 깨닫고 감격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시행령 통과되고 선체인양이 안 되면 부끄러운 어른 된다. 지금 우리는 부끄러우냐, 안 부끄러우냐 갈림길에 서 있다. 저를 비롯해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신앙인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연합예배는 ‘시행령 페기,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 명의의 성명을 채택하고 마무리됐다. 앞서 적었듯 예배 참가자들은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다 경찰의 저지에 막혔고, 7명은 연행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자정 넘게 경찰과 대치하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시행령 폐기, 세월호 선체 인양 등을 요구하며 거리 농성을 이어갔다.
아래는 연합예배 성명서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1년, 기독인 연합예배 성명서
정부는 진실을 가로막는 시행령 폐기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 배ㆍ보상 일정 중단을 즉각 결정하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에 잃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난 1년은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정부의 거짓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분노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에 따라 많은 그리스도인들 역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에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공통된 고통의 경험으로 하나가 되었고, 광화문과 청운동에서, 안산과 팽목항에서,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상 규명은 요원하기만 하고, 9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 가족들과 6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간절히 요구안 특별법을 누더기 특별법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인원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조사 대상인 정부 부처 공무원이 특별조사위원회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한 채,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위해 거리로 나온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보상’을 운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의를 구하며 고통 받는 자를 위하여 신원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사 1:17)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통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아벨의 피가 땅에서부터 하나님께 호소한 것처럼(창 4:10), 304명의 억울한 죽음이 저 바다에서 하나님께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불의한 일에 분노하시는 하나님(시 7:11)이십니다. 또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역할은 조금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둘째, 정부는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창 1:26, 시 8:5). 돈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 이후에도 지켜져야 합니다. 시신 수습은 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살아있는 자들의 마땅한 의무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도 가족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팽목항을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온전한 선체 인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수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TF’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양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선체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의 요구처럼 온전한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나아가 조속한 인양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을 시급히 추진하십시오.
셋째,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ㆍ보상 일정을 즉각 중지하십시오.
피해자 가족들은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정부가 받아들이기 전까지 모든 배ㆍ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어떤 금전적 보상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내 가족이 왜 죽어야 했는지 알려 달라는,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가족들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4월 1일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배ㆍ보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고 떼쓰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ㆍ보상 일정을 즉각 중단하고 그에 앞서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이라는 정부의 마땅한 책임을 우선 실시하십시오.
우리는 생명을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정의의 기둥으로 우주를 세우셨으며, 평화로 피조세계를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숨겨진 불의를 심판하시며 가난한 자를 편드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2015년 4월 14일
세월호 참사 1년,
시행령 페기,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