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생한 성지 이야기1] 축복을 부르는 돈, 저주를 부르는 돈

원제연 선교사·성지선교회

대한민국이 20세기 후반부를 지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풍요로움을 누렸는데, 그 풍요로움이 한국 교회의 열심과 헌신 때문에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외국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이 공식적으로 심겨진 19세기 후반부터 한창 꽃피우던 20세기 중후반기를 지나면서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의 열심을 보시고, 한국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절망에 빠져 있던 나라를 축복하셔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경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도 한국의 경제 상황을 그리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들리는 소식은 안타깝게도 희망의 소식보다는 절망과 회의적인 소식이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그것의 원인을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봐도 그렇고, 교회사를 봐도 그렇고, 세계 역사를 봐도 역시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열심히 말씀을 청종하고 하나님을 잘 섬기면 하나님께서 놀라운 복을 부어주시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허락하신 복을 거두어 가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우리보다 먼저 하나님을 알았고 먼저 하나님께로부터 온 복을 누렸으며, 우리보다 먼저 파멸의 길을 걸어간 믿음의 도시 ‘라오디게아’를 살펴보면서 그 이유와 해결책, 그리고 우리가 들어야 할 하나님의 메시지를 알아보려 합니다.  
▲폐허가 된 도시 라오디게아. ⓒ사진제공=원제연 선교사

터키는 물론 철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사시사철 외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헬라 제국과 로마 제국, 그리고 기독교 문명이 만든 역사적 유물이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파묵칼레(Pamukkale)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인데요, 한국 사람들도 아름다운 석회봉과 온천수 때문에 파묵칼레를 많이 방문한답니다. 배낭 여행객과 일반 패키지 여행객, 또한 성지순례객도 예외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묵칼레는 알고 있지만 그 근처에 신약 성경에 나오는 지명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렇습니다. 파묵칼레 근처에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소아시아 7교회 중 하나인 라오디게아(Laodikeia), 신약성경 ‘골로새서’의 수신지인 골로새(Colossae), 그리고 히에라볼리(Hierapolis) 등 신약성경의 역사적 배경이 되었던 곳들이 있습니다.  
라오디게아는 원래 기원전 2천년 경에 그리스 본토에서 아나톨리아로 이주한 이오니아인들에 의해 세워져서 디오스폴리스(Diospolis) 혹은 로아스(Rhoas)라고 불렸으나, 알렉산더 대왕 사후에 시리아를 중심으로 세워진 셀류쿠스(Seleucus) 왕조의 안티오코스(Antiochos) 2세가 기원전 261년과 253년 사이에 이 도시를 재건하면서 자신의 부인인 라오디케(Laodike)의 이름을 따 라오디게아로 명명했습니다.   
라오디게아는 에베소(Ephesus)에서 동쪽 수리아(Suria)로 가는 길에 있어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길목에 있습니다. 그 길은 에베소 해안에서 시작하여 약 2,800미터 높이의 중앙 고원을 올라가는 길인데, 이 길은 깎아지른 듯한 메안델 강의 협곡을 피해 완만한 리쿠스(Lycus) 계곡을 거쳐서 아시아로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라오디게아는 빌라델비아(Philadelphia)에서 동남쪽으로 약 7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에베소에서는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위에서 상기한대로 이 도시의 맞은편인 북쪽으로 약 9km 떨어진 곳에는 히에라볼리가 있으며, 북동쪽으로 약 14km 떨어진 지점에는 골로새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세 곳은 모두 바울 서신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부유했던 도시  
▲폐허가 된 라오디게아에 잔존해 있는 교회터의 모습. ⓒ사진제공=원제연 선교사

라오디게아는 금융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은 동방과 서방을 이어주던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주요 지점에 세워진 관문 도시여서, 모든 물자와 사람들의 왕래와 거래가 많았던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이 많이 몰리게 되고 금융 산업이 발달한 부유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은행업자들과 고리대금업자들이 많이 활동을 했었는데, 당시 로마 라티움 출신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철학가이며 문학가였던 키케로(Cicero)는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 보내는 20파운드(9킬로 정도)의 금을 빼앗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51년 소아시아를 여행할 때 그는 이곳에서 두 달 동안 머물며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간 일이 있었습니다. 또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Tacitus)의 기록에 의하면 라오디게아는 당시 지상에서 가장 부요한 도시였는데 주후 13년과 61년에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도 로마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방 정부에서 도시를 재건했을 정도로 부유했다고 합니다.   
모직 면직 산업의 발달  
라오디게아의 특징은 교통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모직과 면직 산업의 중심지였다는 점입니다. 라오디게아는 리쿠스 계곡의 넓고 기름진 땅에서 목양과 목화 재배가 활발하였습니다. 고대의 지리학자 스트라보는 라오디게아의 목양에서 얻은 털의 부드러움과 그 연함이 밀레시안(Milesian)의 그것보다 훨씬 능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현재 지명이 파묵칼레(Pamukkale)인데, 터키어로 ‘파묵’이 목화란 뜻이고, ‘칼레’가 성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란 뜻인데, 히에라볼리 바로 아래 부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하얀 석회봉이 있고 그 곳 때문에 현재 지명도 파묵칼레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처럼 현재 지명도 예전에 유명했던 모직, 면직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목화를 많이 재배했었고, 자연스럽게 목화(Pamuk)란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면제품의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로마 제국이 이 지역을 통치할 때는 이 라오디게아에 로마 원로원에서 입는 흰 옷을 주문 제작을 해서 입기도 했었습니다.  
의학의 발달 
라오디게아는 의학이 발달해서 버가모(Pergamum)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갈렌(Galen)에 의하면, 기원 후 2세기까지 오직 라오디게아에서만 생산되는 방향성 식물로 귀를 튼튼하게 만드는 약이 조제되었으며, 프리기안 가루(Phrygian)로 만든 분말을 필요한 부분에 펴서 바르는 안약이 눈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도 프리기안 가루를 안약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의학교 교수 이름이 동전에 새겨질 정도로 의학으로 명성을 떨치던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라오디게아는 근처의 히에라볼리에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온천물이 이곳에서 메안더(Meander) 강의 지류인 리쿠스 강과 만나기 때문에 곳곳에서 제사를 드리면서 잡은 짐승의 피가 미지근한 물로 인해 오염되어 많은 질병, 특히 눈병과 귓병을 유발시키게 되었답니다. 이에 따라서 이 지방에서 나는 귓병을 치료하는 특효약과 콜로니온(Colonion)이라 불리는 안약은 특히 유명하였고, 그래서 라오디게아는 의료 도시로서도 명성을 얻게 되었답니다. 
물 공급 
▲폐허가 된 라오디게아에 잔존해 있는 교회터. ⓒ사진제공=원제연 선교사

라오디게아는 그 위치적 중요성으로만 보아도 상업적 및 전략적 중심지로 만들기에 충분한 구릉지 지역입니다. 그러나 구릉지 지역으로서의 결정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도시로 수원이 외부에서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9km 떨어진 히에라볼리[Pamukkale]의 온천수가 수로를 통해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온천수 때문에 당시 라오디게아는 귓병을 치료하는 특효약과 안약의 산지로 의료 도시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라오디게아에서 북동쪽으로 14km 떨어져 있는 곳에 골로새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에베소에서 바울의 전도를 받아서 회심한 에바브로가 전도해서 세운 골로새 교회가 있던 곳이죠. 골로새 뒤편에 만년설이 쌓여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인 바바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아주 차가운 물이 있는데, 이 차가운 물을 라오디게아로 수로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히에라볼리의 뜨거운 온천수처럼 이 차가운 물도 14km를 지나다 보면 점차 미지근해져서 마시기가 역겨운 물이 됩니다.  
성경(요한계시록 3:14~22) 
라오디게아 사람들은 ‘자칭 부요한 사람’이라 할 정도로 부하여 하나님까지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그곳에서 생산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의복을 자랑했지만 주님은 벌거벗은 자와 같다고 하고, 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과신했지만 주님은 정작 눈먼 줄을 모르고 있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또한 주님은 그들의 신앙이 히에라볼리와 골로새로부터 라오디게아로 흘러오는 물같이 덥지도 차지도 않음을 책망하셨습니다.  
이렇듯 멋지고, 아름답고, 부유했던 삶을 산 라오디게아는 몇 차례의 대규모 지진으로 현재 교회 터로 볼 수 있는 유적 하나와 야외극장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잘나가던 라오디게아가 폐허로 남게 된 것은 거듭되는 자연재해와 대형지진 때문입니다. 1710년과 1899년 대지진 때 이곳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현재 복원되지 않은 채 폐허 속에 로마식 야외운동장과 원형극장터, 그리고 폐허 속에 십자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는 돌무더기가 남아있어 교회 터로 추정되는 지역 정도만 드러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돈과 물질, 풍요로운 삶은 양날의 검인 것 같습니다. 지혜롭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잘 사용하면 정말 엄청난 일을 할 수 있고, 잘못 쓰이면 모두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하죠. 오늘날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국교회가 폐허만 남겨진 라오디게아 교회의 전철을 똑같이 되밟을지 아니면 다른 역사를 쓰게 될지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하나님 주신 축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교회는 교회의 세속화와 교회 내 갈등, 이단 및 사이비 문제 때문에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상실한 듯한 모습입니다. 한국 교회가 20세기 중반에 가졌던 초심과 열심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국과 한국교회가 어떤 길로 걸어갈 것인가는 라오디게아를 보면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라오디게아를 방문하면 복원공사를 많이 했지만 여전히 폐허만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순례객들을 맞습니다. 폐허가 된 라오디게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도 요한을 통하여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덥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고 경고하셨던 주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도는 것 같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원제연 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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