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세월호 참사 1주기 맞아 논평 봇물, 진정성 있었나?

보수-진보 따로 없이 애도 표명…보수 교단 논평은 논란 소지 다분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기독교계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엔 진보-보수가 따로 없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가 참사 1주년을 이틀 앞둔 4월14일(화) 성명을 내놓은데 이어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총회장 정영택 목사) 등은 1주년 당일인 16일(목) 논평과 총회장 메시지 형식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성명서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한교연은 “304명이 진도 앞바다 차디찬 물속에 잠긴 후 유가족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지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도, 선체 인양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희생자 가족 편에 서서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체 인양보다 실체적 진실이 인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같은 비극적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언론회는 “사고의 책임은 어느 누구의 일방적 책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부실의 문제였고, 재난 후에 처리문제도 우리사회의 실상을 드러낸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며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예장통합은 총회장 명의의 메시지에서 참사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 가족 및 생존자의 치유와 정부-국회의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끝까지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위로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하고자 다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독교계 잇단 성명, 말잔치 그쳐
▲지난 4월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 추모객들의 대열이 광화문 광장 입구에까지 길게 이어졌던 모습. 이날 추모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 열기는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사진=지유석 기자

그러나 이 같은 말잔치가 진정으로 유가족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졌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보수 쪽의 논평은 여론의 역풍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언론회는 논평에서 “국민들은 이웃이 당한 슬픔에 동참하여 위로와 격려를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유가족들도 그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사랑을 기억하여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아직 진상규명이 첫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는데다, 1주년을 즈음해 일었던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용서’ 운운한 대목은 부적절해 보인다.  
더구나 보수 교단들이 1년 동안 세월호 참사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점, 그리고 조광작, 김삼환, 오정현 등 교계 유력 인사들이 참사 직후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에 무감각한 교회의 모습을 보고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보도도 나왔다. 예장통합 교단지인 <기독공보>는 14일(화)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출석하던 교회를 떠나거나 아예 신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최순화 집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목사님들이 설교 중 정부의 발표, 혹은 세간에 알려진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우리 피해 당사자들은 엄청난 상처를 입는다”며 “교회 목사님이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부 등 다른 출처의 이야기만 듣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 교회 나가기가 꺼려진다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아직도 우리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제 그만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그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자 <가톨릭 프레스> 발행인은 22일(수) “진정한 위로의 조건”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세월호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런 위로를 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지난 날 자신의 언행을 회개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 그것이 먼저다. 유가족에 대한 위로는 다음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일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원래 해당 칼럼은 가톨릭 주교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김 소장의 지적은 1년 동안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했고, 심지어 정부 쪽 논리를 대변하다시피 했던 대다수 한국교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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