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해리포터>로 친숙한 앨런 릭맨의 결혼 소식이 화제다. 앨런은 리마 호튼과 50년 동안 지내다 2012년 결혼했다고 밝혔다. ⓒ출처=허핑턴포스트 |
호사가들과 전 세계 네티즌들이 그의 결혼에 열광한 이유는 따로 있다. 앨런은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인 <빌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다. 상대는 리마 호튼. 그녀는 런던 킹스턴-첼시 자치구 의장을 지낸 노동당원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소식은 그 다음부터다. <허핑턴 포스트>,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앨런과 리마가 두 사람이 각각 19세와 18세 때인 1965년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 50년 동안 함께 해왔다고 전했다. 앨런의 결혼이 놀라운 대목은 또 있다. 그의 사연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연기했던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의 순애보와 완벽하게 겹친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는 J.K.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불사조 기사단 단원으로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친다. 그는 제자인 해리 포터를 시종 힘들게 하면서도, 해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마다 마법을 발휘해 해리를 구해낸다. 그의 존재감은 해리가 볼드모트와 최후의 대결을 준비하는 순간 절정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온 몸을 볼드보트 앞에 내던진다. 그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덤블도어가 볼드모트 진영에 심은 이중 첩자였고, 볼드모트는 뒤늦게야 이를 알아챈 것이다.
스네이프의 정체가 드러나고, 이어 스네이프가 해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는 대목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대 반전이자 비극이다. 스네이프가 자신의 목숨을 버린 내막은 더욱 슬프다. 스네이프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 전부터 해리의 엄마인 릴리 포터를 흠모했다. 그의 릴리를 향한 애틋한 사랑은 해리에게로 이어진다. 결국, 겉보기에 음울하지만 순수한 심성을 지닌 스네이프 교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호그와트를 구원하기 위해 선택된 희생제물이었던 셈이다.
앨런은 자신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무뚝뚝한 인상과 기분 나쁜 영국식 액센트로 스네이프를 연기해 낸다. [우아한 발음과 억양으로 귀를 매료시키는 영국식 액센트를 가장 기분 나쁘게 구사하는 배우는 앨런, 그리고 <매트릭스>, 의 휴고 위빙 정도일 것이다.] 원작자인 J.K. 롤링은 캐스팅 과정에 직접 나서 스네이프를 연기할 배우로 앨런을 지목했고, 앨런은 원작자의 기대에 훌륭하게 보답했다.
<다이하드>의 악당, 현실에서는 순정파
▲알란이 <해리포터>에서 연기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 앨런의 순애보는 영화 속 스네이프의 그것과 완벽하게 겹친다. ⓒ출처=월페이퍼 시리즈 닷컴 |
앨런은 지난 1988년 존 맥티어난 감독의 액션 영화 <다이하드>에서 한스 그루버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타이틀 롤 존 맥클레인 형사를 연기한 이 작품은 2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새롭다. 브루스 윌리스가 온갖 죽을 고생(다이 하드)을 하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긴장감 넘친다. 그러나 존 맥클레인의 영웅적 활약이 돋보이게 한 존재는 악당 한스 그루버였다.
독일 출신의 한스 그루버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루버 일당은 모두가 들뜬 크리스마스 이브를 틈타 나카토미 그룹의 심장부에 들이닥쳐, 그룹 창업자인 다카기 회장 이하 임직원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이들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거창한 요구조건을 내건다. 그러나 이들이 노린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나카토미 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이었다.
리더인 한스 그루버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부하 가운데 하나가 맥클레인에게 친동생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오르자 그를 다독이는 등 리더십도 뛰어나다. 또 맥클레인과 직접 마주치자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도 한다.
앨런의 연기는 브루스 윌리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하자면, 브루스 윌리스가 존 맥클레인 형사 역에, 그리고 앨런은 한스 그루버 역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었다. <다이하드>는 25주년인 2013년 <굿 데이 투 다이>까지 모두 5편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5편을 찍는 동안 등장한 어떤 악당도 한스 그루버만큼 위압적이지 않았다. <미션>, <데미지>의 대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3편에서 한스의 친형 사이먼으로 등장하지만, 그 조차 앨런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만큼 앨런의 연기는 탁월했다. 그는 이후 <로빈 훗>, <마이클 콜린스>, <러브 액츄얼리>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 나갔다.
앨런은 결혼식 소감에 대해 “(식장에) 아무도 없어 아주 좋았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앨런과 리마는 결혼식을 마친 후 뉴욕의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성대한 결혼식과 엄청난 이혼 위자료가 타블로이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헐리웃이기에 그의 50년에 이르는 순애보는 진흙 속의 진주처럼 돋보인다.
결혼 축하해요, 앨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