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민국 인권 현주소 논의하는 자리 열려

<2015민주국제포럼>, 존엄과 생존권 주제로 논의 진행

▲4월29일(수)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는 “존엄과 생존권”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의 인권 실태의 실상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민주국제포럼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이적, 김봉은 목사)가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위기, 한반도 평화와 진보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마련한 <2015민주국제포럼>(이하, 포럼)에서 제기된 질문이다. 
포럼 셋째날인 4월29일(수)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는 “존엄과 생존권”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의 인권 실태의 실상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먼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탈북자에게 자행되는 인권침해 사례를 폭로했다. 장 변호사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임시 보고조치라는 명목으로 합신센터에 수용돼 조사를 받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탈북자들은 짐을 압수당하고, 신체 수색도 받는다. 장 변호사는 “(탈북자들은) 서신, 전화연락, 면회 등이 일체 금지된다. 그리고 조사 받는 기간 달력도 없는 독방에 수감된다”고 전했다. 이어 “독방에 갇혀 있는 동안 CCTV로 24시간 동안 감시당하면서 오로지 조사관과 만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런데 이런 조사과정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감시하거나 그 속을 들여다 볼 구조가 돼 있지 않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탈북자들은 끊임없이 간첩으로 조작됐다”고 폭로했다. 
우리 정부는 탈북자들을 그저 “잠재적 간첩, 혹은 북한 정보를 수집할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장 변호사의 전언이다. 장 변호사는 합신센터의 실태를 전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거대한 감옥 같은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이의제기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분단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 ⓒ사진=지유석 기자
정부, 구조보다 감시 급급해 
이런 국가폭력은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유민아빠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 해 8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40일 넘게 단식했던 김영오 씨는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찌든 생활을 하다보니 인권을 유린당한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살기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인권침해 받았다고 본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참사 직후부터 사찰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언론은 ‘500명이 투입됐다’느니 ‘구조선박이 수십 척이다’느니 했다. 그러나 배를 빌려 현장에 가보니 고무보트 2척이 전부였다. 그래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돌아와 실상을 이야기했다. 다 거짓말이라고. 그 다음 날 밥을 먹는데, 노란 조끼 차림의 자원봉사자가 옆에 와 있었다. 그 사람 주머니에 무전기가 있는 게 눈에 띠었다. 이들에게 사찰을 당한 것이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인용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사찰하는데 투입된 경찰 인원이 1,055명이었다.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겠다고 했는데 구조보다 감시를 더 급하게 여겼다”고 비판했다. 
▲장경욱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씨는 자신과 다른 유가족의 싸움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시행령에 대해 “반쪽짜리 특별법인데 그 반쪽마저 못쓰게 만드는 쓰레기 시행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을 막고자 학부모들이 삭발했다. 마지막 투쟁이다. 이 시행령을 폐기 못하면 안전한 나라 절대 못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지난 일년 동안의 싸움이 보상금을 더 받아 내려는 것이었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참사 진상을 규명하여 안전사회를 만들겠다고 죽음을 불사하고 싸웠다”고 했다. 또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5년, 아니 10년 걸릴지 모른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인권침해는 비단 정부만 자행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 경제를 틀어쥐고 있는 재벌 역시 인권유린의 또 다른 가해자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삼성에 대해 “노조를 세운다는 이유로 핸드폰 불법복제, 위치추적, 미행, 감시, 납치감금 등 생존권의 위협을 가하고, 업무용 컴퓨터마저 사찰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자행하는 집단”이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족벌세습경영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하고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다”면서 “노동자 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포럼은 30일(목) “민주주의와 진보정당의 과제,” “정치경제적 위기와 대응,” “민중주권의 실현방안” 토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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