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4월28일(화) 기후변화 관련 고위지도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폴 크루첸 노벨화학상 수상자, 피터 터크슨 정의와평화를위한주교협의회 회장, 마르셀로 산체스 소론도 사회과학주교아카데미 교장, 울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 12월에 개최될 유엔 기후협상에 앞서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해 주교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교황회칙서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정의의 문제에 있어서 종교지도자들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면서 “종교 지도자 여러분, 우리 일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분들의 도덕적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
▲세계교회협의회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가 바티칸 기후변화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WCC |
이에 대해 트베이트 WCC 총무는 발제를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활동이 현재 수년째 지연되고 있고, 심지어 제지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사실이 부정되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해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의 근본원인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 중에는 차기 선거를 의식해서 장기적인 차원에서 인력을 동원하거나 변화를 추진하는 과업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교회들이 자연을 기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협소한 이익을 위해 자연을 수탈하는 일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과거에 교회들은 산업화된 사회가 무분별하게 자연자원을 소모하고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경로를 따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않았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러한 죄악을 인정해야만 오늘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기후정의를 위해 WCC가 전개해온 사업들에 관해서 그는 “우리는 수십 년 간 태평양 연안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징후를 계속해서 예고해왔습니다. 우리는 조처가 필요함을 역설했고 세계 각국이 대응에 나서도록 정당하고 구속력 있는 협약을 제정할 것도 요청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그리스 정교회 바돌로뮤 에큐메니칼 대주교가 기후변화를 영적인 위기로 규정했음을 언급하면서 “영적인 가치란 우리가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최고의 가치, 가장 심오한 감정, 가장 견고한 도덕적 토대, 가장 품위 있는 품성을 의미합니다. 그것들의 토대 위에 미래를 창조적으로 일구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간은 희망할 권리, 미래에 대한 권리, 생명 자체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지구상의 어떤 권력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욕구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공동체에서 생활할 욕구를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