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자수첩] 예장합동은 세월호인가?

예장합동 노회·총회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

▲지난해 예장합동 평양노회에서 전병욱 목사 면직 재판을 진행 중인 장면. 노회의 재판은 결국 무산되었고, 총회 마저 상소를 반려했다. ⓒ베리타스 DB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합동, 총회장 백남선 목사) 교단은 침몰하는 세월호인가? 
예장합동 총회가 삼일교회에서 제기한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면직 상소를 반려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총회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법리다. 하위 기관인 노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을 총회에 상소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총회는 또 평양노회 분립도 이유로 들었다. 지난 3월 전 목사 면직 재판을 진행하던 평양노회는 평양노회와 평양제일노회로 갈라섰고, 삼일교회는 평양제일노회를 택했다. 총회가 내세우는 논리는 평양제일노회 소속인 삼일교회가 평양노회 무임 목사 신분인 전 목사를 고소하는 건 권징조례상 위법이라는 것이다. 
얼핏 그럴 듯하다. 그러나 총회의 주장은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재판관할권을 따져보자. 평양노회는 지난 3월 분리를 결정하면서 전 목사 재판은 기존 평양노회가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노회 분립위원회는 전 목사가 새로 개척한 홍대새교회의 노회 가입은 보류시켰다. 이와 관련, 노회 측 소식통은 5월4일(월) 여전히 홍대새교회가 소속 노회가 없다고 알려왔다. 즉, 전 목사는 어느 노회에도 가입되지 않은 무임 목사 신세인 셈이다. 이럼에도 총회는 노회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면직 상소를 반려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총회가 전 목사 사건에 대해 드러낸 인식에 비하면 사소해 보인다. 무엇보다 총회는 하위기관을 감독할 책임이 있다. 만약 노회에서 전 목사에 대해 적절한 권징을 내리지 않았다면, 총회는 노회를 압박하거나 아니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다시금 평양노회의 전 목사 면직 재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전 목사의 범죄 사실은 명백하다. 증인이나 뚜렷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성범죄의 특성을 감안해 보아도, 성추행 피해 사례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돼 왔다는 점은 그의 행각이 음해성이거나 루머일 가능성을 일축한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와 인터뷰를 한 바 있는 취재기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한편, 모처에서 또 다른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재판국은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더구나 전 목사가 추종자들을 동원해 재판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음에도 노회는 이를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다. 
전 목사는 재판국 석상에서 무죄를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이 재판국에 출두할 때는 추종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전 목사가 오로지 사진 찍히기 싫다는 이유에서 벌인 짓이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정에 온 사람이 측근들을 대거 방패막이로 내세워 카메라를 피한다면, 세상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외부의 시선을 논하기에 앞서 이런 행위는 재판국의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재판국이었다면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시키고, 재발방지를 경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국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전 목사 측의 난동을 수수방관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전 목사 면직을 촉구한 활동가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전 목사가 죄는 인식하는데, 겉보기와 달리 심성이 나약해서 추종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재판국 소환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고 겉으로는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남몰래 죄책감에 아파하지는 않을까 하는 추측도 든다. 그러나 전 목사 측이 『숨바꼭질』을 통해 자신의 범죄를 폭로한 편집진과 네티즌을 상대로 무더기 고소·고발을 제기한 사실을 감안해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고소장에 적힌 전 목사 측의 자기변호는 이러한 순진한 상상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전 목사 측은 고소장을 통해 피해 여성도들의 성추행 피해 증언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진실과 다르게 과장되거나 심지어는 허위”라고 적었다. 또 피해 여성도의 증언을 일부 끄집어 내 ‘경험칙상’ 있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심지어 “위 사건의 진위가 규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라며 증언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노회와 총회의 ‘전병욱 폭탄’ 돌리기 
▲지난해 11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가 비상계단을 통해 면직재판을 다룰 제3차 재판국 모임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새교회 측 성도들이 취재진의 카메라 촬영 방해를 위해 힘껏 손을 뻗치고 있다. ⓒ베리타스 DB

물론 재판국은 사회법정과 달리 사법권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은 두 가지를 목적으로 한다. 바로 처벌과 교정이다. 재판국이 사법권이 없었다면 최소한 전 목사로 하여금 그가 얼마나 위중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깨닫게 했어야 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는 여학생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고, 검찰은 그에게 5년 형을 구형했다. 강 교수는 몸담고 있던 학교로부터는 파면 조치를 당했다. 한편, 예배드리러 온 여자 어린이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인천 지역 교회의 한 담임목사는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만약 전 목사가 목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법정 구속됐을 것이다. 
이토록 위중한 범죄를 저지른 전 목사에 대해 평양노회는 4년 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숨바꼭질』이 출간되고, 일간지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등 떠밀리다시피 재판국을 꾸려 그를 재판정에 세웠다. 전 목사에 대한 엄한 징벌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목회자로서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기에 목사직을 박탈하고 회개와 회복의 시간을 갖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재판국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재판국원 사이에 견해가 엇갈렸다는 해명만이 전부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직무유기다. 따라서 상위 기관인 총회는 노회의 직무유기를 바로 잡아야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총회는 상위기관으로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복지부동을 선택했다. 
이제 신앙적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해 볼 차례다. 전 목사 재판에서 드러난 예장합동 평양노회와 총회의 무책임은 기독교 신앙에 부합되는 것일까? 단언컨대, ‘아니다.’ 전 목사의 범죄는 하나님의 법 이전에 세상법 위반이다. 세상법의 경우, 여성을 보고 음욕을 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으면 무죄다. 그러나 하나님의 법은 음욕을 품은 순간 죄가 성립한다. 전 목사는 하나님 법도, 세상법도 동시에 위반했다. 그런 죄악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장합동 교단 임원회 가운데 한 명은 ‘목사의 개인 사생활’이라고 했고, 총회장은 ‘덕’ 운운하며 얼른 덮고 넘어가자고 했다. 세상법 위반도 눈감아 주는 자들이 어찌 하나님의 법을 들먹일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관계 공무원들은 대통령 의전에 몰두해 귀한 시간을 흘려버렸다. 지금 예장합동 평양노회와 총회도 꼭 그런 꼴이다. 한 영혼, 아니 수많은 영혼이 목회자의 일그러진 성욕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울부짖는데 노회와 총회는 한가하게 절차와 덕을 내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회자들의 눈에 피해자는 그저 ‘한 명’의 여성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보시기에 이 여성도는 천하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다.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교단을 움직이는 목회자들이 존재의 소중함에 무감각하다는 현실은 더할 나위 없는 비극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취해야 할 가장 최선의 행동은 구명조끼를 확보한 뒤 탈출하는 일이다. 단, 이때 혼자만 살겠다고 먼저 뛰쳐나가면 안 된다. 한 명이라도 침몰하는 배에 남기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 ‘예장합동’이란 이름의 배는 서서히 침몰 중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모두 힘을 합쳐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일이다. 이 상황에서 기도는 금물이다. 그러나 침몰하는 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침몰하는 배에서 어서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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