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부교역자는 교회의 영원한 ‘을’인가?

기윤실, 부교역자 생활 및 사역현황 발표

▲기윤실이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 평균사례비가 전임목사(515명)는 204만원, 전임 전도사(156명)는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278명)는 78만원으로 나타났다.

부교역자는 ‘을’인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그렇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이하 기윤실)은 2014년 12월8일(월)부터 2015년 1월 11일(일)까지 35일 동안 전국의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생활 및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교역자 10명 가운데 1명꼴(10.8%)로 자신의 삶을 종, 머슴, 심지어 노예로 여기고 있었다.  
다른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설문에 응한 부교역자의 8.1%가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이라고 응답했고, 5.5%는 담임목사의 종·하인·하수인으로 자신의 삶을 규정했다. 을·병·정·갑질 당하는 삶이라는 응답이 4%, 직원·회사원·직장인·부하직원이라는 응답이 3.5%, 고난·고달픈 삶·힘든 자·어려운 삶이 3.4%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5월8일(금)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심포지엄에서 실천신학대학대학원 조성돈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부교역자들이) 자신을 교역자나 성직자, 또는 목회자로 보는 사람은 없다”고 정의했다. 조 교수는 “목회자로서 부름 받고, 영적 권위로 설교하고 목양해야하는 이들이 담임목사나 교회의 리더십들에게 상처를 받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요즘은 많은 직장에서 인권 차원에서 아랫사람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 그것도 목회자로 사역을 하는 이들이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부당하고 슬픈 일이라고 본다”고 개탄했다. 
▲지난 8일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윤실 주최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이인기 기자

부교역자들의 자괴감은 일정 부분 열악한 처우에서 기인한다. 기윤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사례비가 전임목사(515명)는 204만원, 전임 전도사(156명)는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278명)는 78만원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부교역자들 가운데 55.7%는 현재 사례비에 대해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충분하다’는 응답은 9.9%로 부정응답이 긍정응답에 비해 45.8%p 차이가 났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부교역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파트타임 전도사일수록,’ ‘교회규모가 작을수록’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그러나 급여수준이 현저하게 낮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조성돈 교수는 2014년 목회자 이중직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부교역자 급여 수준이 “보건복지부 기준의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3만원에 가까운 사례비 ‘180만원 이하’가 66.7%에 이르고, 대법원 기준 244만원에 가까운 ‘250만원 이하’가 85.6%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보다 조 교수는 부교역자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에서 원인을 찾았다. 
담임목사·교회공동체 ‘갑질’에 부교역자 멍들어 
▲기윤실이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사례비에 대해 ‘충분하다’는 긍정응답은 9.9%로 ‘불충분하다’는 부정응답 55.7%보다 45.8%p 낮게 조사됐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부교역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파트타임 전도사일수록,’ ‘교회규모가 작을수록’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먼저 부교역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점을 살펴보자. 기윤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2.9%가 담임목사의 부당한 언행, 권위주의 근절을 꼽았다. 이어 권위주의적인 교회문화 개선 5.4%, 인간적인 대우 및 인격존중 4.5% 등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조 교수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주체는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많았지만 교회공동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부교역자는 어쩌면 상당히 애매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로서 존중을 받아야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와 비교할 때 그 위치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성도들의 자리로 내려가기에는 역시 확실하지 않은 자리이다. 때로 부교역자는 담임목사 뿐만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들에게도 부림을 당하는 낮은 자의 자리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고, 교역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존중조차 못 받는 경우들도 생겨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기윤실 조사 결과에서 특기할 만한 결과는 또 있다. 부교역자의 개념 변화다. 일반적으로 부교역자에 대해서는 ‘목회를 배우는 이들’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 교수에 따르면 10년 넘게 부교역자로 지낸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조 교수는 “부교역자는 이제 담임목사가 되기 위한 수련기간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역분야”라고 전제한 다음 “이제 부교역자의 위상이나 사역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기윤실 여론조사 개요  
※ 조사 대상 (모집단):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 유효 표본 수: 949명
※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2%p
※ 자료 수집 도구: 구조화된 질문지(Structured Questionnaire)
※ 자료 수집 방법: 온라인조사(On-line Survey)
※ 조사 기간: 2014년 12월 8일 ~ 2015년 1월 11일 (35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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