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에세이]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연세신학의 사회적 사명”

최웅재 객원기자(연세대 신과대 3학년)

▲지난 19일(화) 이일하(신학 65) 굿네이버스 회장이 “연세신학의 사회적 사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후 참석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웅재 객원기자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강연 시리즈의 두 번째 강연이 5월19일(화) 오후 5시 신과대학 채플실에서 있었다. 이날 이일하(신학 65) 굿네이버스 회장이 “연세신학의 사회적 사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스승이셨던 한태동 교수의 말씀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너희들은 졸업하면 시골에 가서 10년 동안만 수성해라. 시골 군수가 인사 오게 하고, 도지사가 인사 오게 하라.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길이다.” 이 회장은 이러한 한 교수의 말씀이 연세신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사명’으로서 그의 삶을 이끌어 준 평생의 가르침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평생 동안 사회운동을 해왔다. 그는 운동권 1세대이다. 65년도 학교에 입학을 하자마자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한일회담 반대 데모를 하다가 구속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65일을 보내기도 했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후에는 학교 축제 때 성남시 은행동의 철거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주제로 가장행렬을 기획해 1등을 거머쥔 일도 있었다.  
75년, 그는 성남시 복지관의 관장으로 발령받는다. 그는 이곳에서 앉은뱅이를 일으키시는 예수님의 기적이 사회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아이들을 학교에조차 보내지 못하는 앉은뱅이 과부를 원조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사회사업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성남시의 빈민들을 조직해서 조합을 만드는 것이었다. 1970년대 사회 보장 보험이 제대로 갖춰지기도 전에 그는 의료조합, 소비조합, 주택조합, 신용조합 등을 만들어서 조합비를 걷고 그 돈으로 사람들을 도왔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합은 오래 가지 못했지만, 그는 여기에서 우리나라 사회사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후 그는 월드비전에서 18년을 근무한다. 그는 끊임없이 혁신을 원했지만, 월드비전은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결국 그는 월드비전에서 나와 91년 3월 28일 굿네이버스를 창립한다. 처음에 굿네이버스는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시리라’라는 믿음 하나로 8명이 퇴직금을 모아 만든 작은 단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대외원조 기구로서 두각을 드러내게 된다.  
처음 이 회장이 파견간 곳은 아프리카 르완다였다. 이곳은 끊임없는 내전으로 인구 700만 중 400만 명이 피난을 다니고 콜레라로 하루에 5,000명씩이 사망하는 국가였다. 그는 ‘사랑의 굶기 운동’으로 모금한 돈 5,000만 원으로 8명의 구호단을 꾸려 하루에 죽어가는 사람 200명씩을 살렸다. 우리나라 해외 원조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때였다. 그는 북한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그는 97년부터 2008년까지 120번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그는 남북통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노력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일종의 사명감을 가졌다. 그는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북으로 안내했고, 그가 원조한 금액만 1억 불에 달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방북하기 전에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남북화해의 물꼬를 텄다고 자부한다.   
96년에 굿네이버스는 유엔에 정식으로 가입을 하고, 국제 NGO로서 인정받았다. 그는 단체를 운영하는 원칙을 세웠다. 우선 굿네이버스는 힘없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순수 시민 단체이다. 부자와 유명인사는 되도록 끌어들이지 않는다. 또한 투명성, 전문성, 지속성은 단체를 운영하는 필수 요소들이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굿네이버스는 재정적으로 투명하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구호 받는 이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확실히 알며, 구호 받는 이들을 존중하며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단체여야 하는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또한 아동복지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문제는 심각한데, 1년에 20명의 아동들이 학대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96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전국 52개 아동보호 전문위원회 중 26개를 굿네이버스가 담당하고 있다. 정책을 총 지휘하는 중앙부처에도 굿네이버스 직원이 파견되어 아동복지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91년도에 작은 단체로 시작한 굿네이버스는 24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정규직원 1,000명, 해외 35개 국가 현지직원 3,000명,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예산만 1,600억에 이르는 민간 부문 최고의 해외 원조 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 회장의 기독교적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는 굿네이버스를 선교기관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할 정도로 기독교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종교가 현실과 괴리되었다고 무시되는 오늘날, 굿네이버스는 기독교 정신이 어떻게 ‘현실적’일 수 있는지, 어떻게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이다. 개인의 선한 마음, 의지만으로는 부족한 일을 이 회장은 기독교적 사명감을 바탕으로 이루어냈고, 우리나라 해외 원조의 새 역사를 쓰며 변화를 가지고 왔다.   
도덕과 철학이 사회 변혁의 동력이 되어주지 못하는 시대에 기독교적 사명감을 가지고 현실을 변화하려는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앞으로 굿네이버스와 같은 단체들이 더욱 많이 생성, 발전해서 연세신학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사회로 변화를 이룩하는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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