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의 대찰 수덕사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수많은 불자들이 밀려들었다. 불자들이 부처 앞에 합장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지난 2008년 소망교회 장로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국교회에서는 타종교, 특히 불교에 대해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내놓고 표시하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사찰을 침범해 땅 밟기와 우상파괴 기도를 하고, 급기야 불교 성지인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까지 자행됐다.
마침 5월25일(월)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충남 예산의 대찰 수덕사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수많은 불자들이 밀려들었다. 특히 이 사찰은 해당 지역에서 목회하는 목사가 이곳을 찾아 “수덕사는 예수 이름으로 무너질 지어다. 이곳의 중들은 주님 앞으로 돌아올 지어다”고 적은 기와장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물의를 일으킨 사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성서는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을 ‘질투하는 하나님’이라고 자신을 드러냈을 만큼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한다. 특히 하나님의 자기규정은 타종교에 대한 비하와 정복의지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오독의 소산이다. 성서가 말하는 우상이란 가시적인 형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서와 배치된 교훈이나 상징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될 때가 더 많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교회 현실은 과연 우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지금 한국교회엔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보수 반공주의가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 이런 교회가 불교를 향해 우상숭배라고 공격할 자격이라도 있을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은 일제히 부처 앞에 합장을 했다. 인간의 신심(信心)은 그 자체로서 숭고하다. 우상 운운하며 타종교를 욕보이는 행태는 인간 존재에 내재한 신심의 모독이다. 그리고 사랑의 복음을 설파한 예수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배도행위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당연히 가나안의 다른 신들을 섬겨서는 안 되고 다른 우상을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또한 이스라엘 안에 다른 우상이 있어서도 안 되고,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파괴해야 합니다. (중략) 이를 오늘날의 상황으로 설명하자면 교회 안에서 성도로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 외에 다른 우상을 섬기거나 성경의 가치가 아닌 세속적 가치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세상의 규정들을 지키면 안 되고 그것들은 반드시 교회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교회, 즉 성도가 가져야 할 의무입니다. (중략) 성도가 부수고 타파해야 할 우상은 교회 바깥의 다른 종교에 있지 않고, 교회 안에 있습니다. 또 우상은 그 성도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권영진, 『성경, 오해에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