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NEWS 이미지 캡쳐 |
공영방송 KBS는 과연 공영적인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이하 언론위, 위원장 전병금 목사)가 세 번째 연속토론회에서 던진 화두다.
언론위는 5월28일(목)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발제를 통해 드러난 KBS의 민낯은 공영방송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했다. 무엇보다 ‘정부편향적인 태도’와 ‘권력감시에 대한 소홀’이 KBS의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KBS 내부구성원들조차 공정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정홍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KBS 보도 공정했나?: 불공정의 원인과 과제를 중심으로”란 제하의 발제를 통해 흥미로운 여론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1년 1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기자 및 PD 675명을 상대로 실시한 것이다. 정 간사는 “4년여라는 적지 않은 시차가 존재하지만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한 KBS의 상황과 이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인식이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조사 결과는 현재 KBS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 참고자료로 쓰여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KBS구성원들은 자사 뉴스 및 프로그램 공정성 점수와 제작 자율성 점수를 100점 만점에 각각 35.5점과 40.05점으로 평가했다. 구성원들은 또 KBS의 공영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정부편향적 태도’(68.1%)와 ‘권력감시에 대한 소홀’(14.1%)을 들었다. ‘친기업·반노동적 태도’는 1.3%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 간사는 “(기자와 PD들이)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모두 낙제점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전제한 뒤 “내부 구성원들은 KBS가 자본보다는 정치권력, 특히 정권에 의해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KBS의 초라한 위상은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침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KBS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여가 지난 4월 16일 오전 11시 23분 뉴스특보를 통해 “경기교육청 대책반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자막과 함께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는 오보였다. 정 간사는 오보 원인으로 “속보 경쟁으로 인한 검증 기능 생략”과 “독자적인 현장 취재나 탐사보도를 하기보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 관행”을 들었다. 그럼에도 KBS는 전혀 반성이 없었다. 오히려 별다른 검증 없이 정부 발표만 받아쓰는가 하면,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이 머물던 진도체육관을 찾은 동정은 세세히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는 외면했고,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 일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보도를 양산해 냈다. 당시 보도책임자였던 김시곤 국장이 세월호 사망자를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한 발언이 불거져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언론위)는 “벼랑 끝에 몰린 표현의 자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첫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KBS는 이로 인해 홍역을 치러야했다. 일선 기자들의 항의성명이 있었고, 김시곤 국장은 길환영 당시 KBS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7월 길환영 사장은 해임됐고 조대현 전 부사장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이런 홍역에도 KBS의 공영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정 간사는 “조세정의와 서민경제 보도 등 경제 관련 보도는 비교적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내면서 기업과 자본에 우호적이고 정부 정책 홍보에 치중하던 전임 사장 때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KBS 내부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공정성이 전임 사장 때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냉정한 평가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정 간사는 그 이유를 “KBS 뉴스 가운데 정치 관련 보도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간사는 “정치 관련 보도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청와대와 대통령 관련 뉴스로, 청와대 출입기자가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는 전혀 하지 못한 채 청와대 발표나 입장을 그대로 전달만 하는 그야말로 ‘리포터’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보도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코드인사, KBS 공정성 훼손 주범
KBS의 공정·공영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은 지배구조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KBS의 지배구조에 대해 “공영방송이 의회 다수당 또는 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제되는 ‘정부모델’”이라고 규정했다. 추 위원장에 따르면 “한국 공영방송 규제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다. 위원회는 5명의 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에서 추천하되,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명, 그 외 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은 정부 여당과 야당 추천인이 3:2의 비율로 나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각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서 사실상 정부 여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과반수를 넘다 보니, 사장과 감사 등 집행기관은 물론 주요 보직 간부들조차 정부 여당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다.”
이른바 ‘코드인사’도 빼놓을 수 없다. 추 위원장은 “1990년 이전 독재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청와대나 문화정책 고위 담당자가 KBS 운영을 총괄했다. 1990년 이후에도 정권과 코드 맞추기나 연고주의 전통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공영방송 사장들은 유신 독재체제의 ‘권력 입맛 맞추기’식 보도통제 부활에 앞장섰다.
추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1)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체계 개혁 2) 다원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을 계층별·성별·연령별·직능별로 세분화 3) 공영방송 이사회 임원 자격 기준의 강화 및 선발과정의 투명성 확보 4) 여야 동수 이사 혹은 3분의 2의 이사들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