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부터 7일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독일개신교교회의날 행사에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사진제공= Marianne Ejdersten/WCC |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6월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독일개신교 교회의날(Kirchentag) 행사 중 6월5일(금)에 개최된 “그 백성은 누구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은 행사 참석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주제 속의 ‘백성’은 자신들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지칭하는 유대교인들과 기독교인들을 가리킨다.
포럼 개회사에서 미국의 유태인 학자인 마크 나노스는 기독교인들이 바울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회심한 뒤 예수의 메시지를 전파한 역할을 특별히 지적했다. 그는 바울에 대해 일반적으로 “유대교로부터 신흥종교인 기독교로 개종한 뒤 가장 유명한 기독교 전도자가 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울은 유대교 전통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고 그 관점으로 성경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나노스 박사는 “[바울은] 민족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유대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유대교의 전통을 실천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는 유대교를 계속 장려했습니다”라며 바울의 서신서에서 사례를 찾아가며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이어 “이 주장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많은 신약학 학자들이 ‘기독교인’이나 ‘기독교’라는 용어가 바울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에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차이점이 두드러지니까 유대교와 기독교로 나뉘어서 서로 다른 종교가 된 것뿐입니다. 이것이 ‘차별의 전거’로 사용되었던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배경이 있음에도 바울의 서신서에 나타난 중심 가치들이 원래 기독교적인 것인양 간주되어 유대교적 사고와 관습에 반대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노스 박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은혜를 베풀고 환대하며 그들을 적대시하기보다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유대교의 핵심 원칙입니다. 이것은 바울 서신을 유대교적으로 이해할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이 원칙은 우리 모두가 함께 배우고 포용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말부르크 대학교의 신약학 교수인 클라우디아 얀센은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부르게 되면 유대교인들을 배제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교회협의회(WCC) 종교간대화 프로그램 실행위원인 클레어 아모스는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를 “일종의 프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독교가 폭넓은 종교간 대화를 실행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녀는 “다종교 사회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것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떻게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과 정체성에 도전을 제기하거나 변화를 주고 심화시킬 수도 있는지를 탐색하게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WCC의 한 연구결과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다 성숙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은 유대교를 포함하여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로 문의할 때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연구는 유대교와의 대화가 “기독교의 종교간 대화를 대단히 특별하고 특수한 차원으로 올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구는 20세기 중반 이후 기독교를 유대교와의 관계 속에서 재고하고 재인식하려는 노력이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요한나 카타나초 베들레헴성경대학 학장은 이스라엘에서 2등 시민인 팔레스타인인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유대교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신앙공동체입니다. 저는 유대교를 믿는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들을 차별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노스 박사가 기독교인들을 지칭하면서 유태인들과 새롭고 보다 나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바울을 그렇게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의 유태인들로 하여금 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