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스케치] 새만금 송전탑 건설, 해법은 없는가?(2부)

시책사업 ‘사회적 합의’ 성패 좌우…모르쇠 일관 행태 멈춰야

▲지난 9일(화) 기장 총회는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시국기도회엔 최부옥 부총회장, 배태진 총무 등 기장 총회 임원이 참석해 지역주민들을 격려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을 둘러싸고 한전과 지역주민 간 갈등의 골은 패일대로 패여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교회들이 갈등 해결에 발 벗고 나서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지역주민들은 갈등이 격해지자 자신들이 나가는 교회의 목회자에게 갈등해결을 의뢰했다. 
목회자들은 지난 2012년을 잊지 못한다. 그해 4월 한전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불거졌고, 이때 한전은 용역업체 ‘컨텍터스’를 불러 들였다. 컨텍터스 용역들은 주민들을 거칠게 다뤘다. 컨텍터스는 이전에도 노조에 대한 가혹한 폭력행사로 악명 높았다. 당시 주민들은 아들뻘 되는 용역들에 의해 팔이 꺾이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이때부터 목회자들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을 때도 목회자들이 먼저 나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해 단식 중인 기장 군산노회 사회와평화통일위원회 김성수 위원장. 김 위원장은 “교단을 떠나 이 지역 교회들이 연합했다. 무엇보다 성도들이기도 한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다”고 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단식 농성장이 마련된 곳은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마당이었다. 이곳에서는 지역교회 목회자들이 릴레이로 단식을 진행 중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던 6월9일(화)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 군산노회 사회와평화통일위원회 김성수 위원장이 단식 중이었다. 김 위원장은 “교단을 떠나 이 지역 교회들이 연합했다. 무엇보다 성도들이기도 한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전은 물론 군산시까지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송전철탑 사업은 국책사업이 아니라 시에서 벌이는 사업이고, 주민들이 대안노선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한전과 군산시는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기존 노선에 말뚝 박고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장 총회가 갈등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장은 총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9일(화) 오후 단식 농성장인 옥구농협에서 <‘송전선로 대안노선’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 및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해 합의할 것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주최했다. 이번 시국기도회엔 최부옥 부총회장, 배태진 총무, 조진행 군산노회장 등 총회 임원진이 참석했다. 배태진 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든 상관없이 기장 총회는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부총회장, 배 총무는 시국기도회 이후 군산시청으로 이동해 문동신 군산시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기도 했다.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왼쪽)와 목회자대책위 이태영 목사(오른쪽)가 9일(화) 오후 문동신 군산시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청사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강 간사는 “한전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군산시는 한전 편을 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 같은 움직임에도 군산시와 한전은 꿈쩍도 안하는 모습이다.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는 기장 총회 임원들의 시장 면담 결과에 대해 “한전 측은 기장 총회 임원들에게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공대위 측 입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여전히 전기가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또 군산시는 일방적으로 한전 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원하는 결과, 즉 농번기 철탑공사 중단과 송전선로 변경 요구는 얻어내지 못했다. 한전과 시측은 주민들을 각개격파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들은 대책위를 선동세력인양 매도한다”고 전했다. 
지역주민 매수하려는 한전의 꼼수 
지역주민들은 한전과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이웃 마을과의 관계가 깨질 것을 걱정한다. 옥구읍은 33개 마을로 이뤄진 곳이다. 한전은 지난 4일(목) “옥구읍 33개 마을 가운데 29개 마을에서 협의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군산-새만금송전선로 공사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으로 반대대책위, 한전, 군산시, 전라북도 공동으로 조정·합의한 내용과 같이 공사재개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당초 약속한 내용대로 공사 진행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대위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새만금철탑반대와 옥구평야보전을 위한 목회자대책위원회’(이하 목회자대책위) 총무를 맡고 있는 이곡교회(기장) 임홍연 목사는 “옥구읍의 경우 33개 마을 가운데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은 9개 마을에 불과하다. 한전은 9개를 뺀 나머지 24개 마을 주민을 돈으로 매수해 마을간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고 했다. 공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산시와 한전이 주민들에게 각각 20억과 25억을 보상금액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송전철탑 건설 예정지인 군산시 미성동·옥구읍·회현면 주민들은 성금 3,300만원을 모아 전북대에 연구를 의뢰했다. 이를 통해 대안노선을 마련했고, 한전과도 타당성 검증을 진행했다. 사진은 주민들이 수용을 요구하는 대안노선이다. ⓒ사진=지유석 기자 
 
강 간사는 보상금액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군산시와 한전이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강 간사는 “한전은 동네 이장이나 부녀회장을 주로 내세운다. 주민들은 제대로 설명도 못 듣고 동네 이장이나 부녀회장이 도장 찍어야 한다니까 그냥 찍는다. 옥구읍 주민들 중에는 주민들의 대안 노선으로 가는 줄 알고 도장을 찍은 사람들도 있고, 누구에게 무엇을 위임한다는 내용도 없는 위임장에 도장 찍은 사람들도 있다. 철탑 피해가 없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상금을 준다고 동의서를 받아서 주민 합의가 된 것처럼 공표하는 건 참으로 치사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미성동·옥구읍·회현면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그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땅에서 계속 농사짓고 살고 싶은 바람뿐이다. 이 지역 땅은 비옥해 이모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과거 일제 강점기, 일제 식민당국은 신작로를 내는 등 이 지역의 쌀을 공출하기 위해 눈독을 들였다.  
이런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한전은 시국기도회가 끝나기 무섭게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과 주민들이 충돌해 10일(수) 새벽 60대 노파 한 명이 넘어지면서 비포장도로에 머리를 부딪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에 흥분한 주민들 30여 명은 군산시청으로 달려가 현관을 점거했다. 주민들은 장기간 농성에 들어갈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단지에 적정량의 전력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입장은 얼마든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해가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모습은 미처 알지 못하는, 아니 알 수 없게 감춰진 그들만의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송전철탑 인근 주민들은 9일(화) 오후 군산시청에서 ‘농번기 철탑건설 중단,’ ‘대안노선 수용’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11일(목) 현재 시민들 30여 명은 청사 현관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태세에 돌입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무시됐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는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만큼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지난날의 관행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특정한 한 쪽, 주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쪽의 이해만 일방적으로 관철되면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번 새만금 송전철탑 선로 변경을 둘러싼 갈등도 그렇다. 단도직입적으로, 숨을 고르고 사업주체인 한전과 관할지자체, 지역주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여유는 충분하다. 더구나 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유력한 대안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할지자체와 한전이 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 같은 시책사업은 사회적 합의가 성공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군산시와 한전 측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해관철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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