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월호 희생자, 이름 없는 순교자로 불러야”

가톨릭 포럼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 길을 묻는다’ 열려

▲6월18일(목)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가톨릭 포럼 –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 길을 묻는다’에서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신학적인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순교자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은 6월18일(목)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가톨릭 포럼 –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 길을 묻는다’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김 편집인은 “가톨릭 정신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한다”는 제하의 발제를 통해 ‘이름 없는 순교자’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름 없는 순교자’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세력들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는 역할을 주로 한 분”이다. 김 편집인은 세월호 희생자를 ‘이름 없는 순교자’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풀이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국가권력의 무능과 잔인함, 언론, 지식인, 사회와 종교의 비겁함과 부패, 우리 개인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낱낱이 폭로했다. 진실을 거부하고 정의를 방해하는 사람과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주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신학적으로 말하면,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밝혀줬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희생자들은 하느님 나라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이름 없는 순교자, 아니 순교자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 편집인은 가톨릭의 세월호 대응에 대해 “세월호에 대한 교회의 대응에서 내부 갈등이 자주 드러났다. 주교들의 엇갈리는 발언과 처신, 세월호에 무관심한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도 적지 않았다”며 “전체적으로 보아 주교들의 현실 인식과 처신에 만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가톨릭 언론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는가?,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밝히려고 애써 왔는가? 부끄러운 사례를 들려면 끝이 없다”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악의 앞잡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김 편집인의 발제에서 주요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가톨릭 정신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한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 ⓒ사진=지유석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미사, 기도, 강론, 서명 운동, 기도회 등에서 평신도, 수도자, 사제, 주교들이 많이 애썼다. 그들은 세월호 진상 파악을 촉구하고 세월호 유족과 마음을 함께 하였다. 그 와중에 교회의 내부 갈등이 자주 드러났다. 주교들의 엇갈리는 발언과 처신, 세월호에 무관심한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도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주교들의 현실 인식과 처신에 만족하기 어렵다. 가톨릭언론의 자기 검열과 한계도 드러났다. 정치권력 앞에서 눈치 보는 종교권력의 모습도 있었다.
만일, 작년 8.15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로 지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교황이 팽목항을 방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올해 1월 교황은 필리핀 방문에서 몇 년 전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하였던 일이 떠오른다. 만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책임을 한국주교회의에 주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진실이 명백히 밝혀졌을까?  
로메로 대주교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면 한국천주교회의 대응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까?
주교들은 정치적 판단보다 신학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정치권력과 갈등을 피할까 연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불의한 권력과 싸울까 연구하면 좋겠다.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권력자들과 친하게 지낼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까 생각하면 좋겠다.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부자들에게 도움 받을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울까 생각하면 좋겠다. 로메로 대주교 말씀처럼 주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 주교들은 교회재산 관리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먼저 더 신경 써야 한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도 마찬가지다. 교회나 신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
가톨릭 언론, 가톨릭 언론인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을 말하려고 애써 왔는가? 교구 주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신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 주었는가? 사제들은 강론과 교육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확하게 진실 되게 말하였는가? 외람된 말이지만, 한국에 가톨릭언론이 있기는 있는가? 가톨릭 언론인 중에 기레기라는 말을 들어 마땅한 사람은 없는가? 가톨릭언론과 관계되는 주교, 사제, 평신도 언론인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교회는 불의한 권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 불의한 권력과 갈등하지 않는 교회는 주님의 참 교회라고 볼 수 없다. 지난 3월 교황이 주교들에게 ‘세월호 문제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교황은 한국 정부의 처신을 물은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와 주교들이 세월호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오고 있느냐 물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주교단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입장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주교들은 왜 단식투쟁을 하지 못하는가? 주교들은 로메로 대주교처럼 왜 저항하지 않는가? 불의한 권력과 갈등을 피하는 주교는 주님의 제자라고 볼 수 없다. 부자나 권력자에게 도움 받는 주교는 주님을 따르는 주교라고 볼 수 없다. 주교는 교회 안의 누구보다 먼저 순교하려고 애써야 한다. 초대교회 주교들은 대부분 순교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가톨릭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악의 세력의 앞잡이일 뿐이다. 가톨릭 언론의 주인은 교구장이 아니라 독자들이다. 가톨릭 언론의 진짜 소유주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다.  
평신도들의 잘못도 크다. 평신도 교육에 문제가 적지 않다. 사회교리와 성서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엉터리 신자들이 성당에 가득한 것이다. 평신도단체는 제대로 하고 있나?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가 성당 신축이나 성지개발보다 덜 중요한 일인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대응은 크게 부족하였다. 지금보다 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주교를 비롯한 모든 신자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 주교들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신자들은 사회교리와 성서공부를 더 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를 “이름없는 순교자”라고 나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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