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타운의 흑인 감리교 감독교회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져 9명이 사망했다. 범인인 딜런 루프는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체포됐다. 딜런 루프는 인종차별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화면 갈무리 |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17(수)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타운의 엠마뉴엘 아프리칸 감리교 감독교회(Emanu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 EAMEC)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총기사고로 인해 담임목사인 클레멘타 핑크니를 포함, 모두 9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성경공부 모임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범인은 21세 백인 딜런 루프로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그를 검거했다. <뉴욕타임스>, CNN 등 미 주요언론은 범인이 지난 4월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45구경 권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범행이 벌어진 EAMEC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흑인교회로 손꼽힌다. 이 교회는 19세기 초 백인 교회의 장로들이 흑인 묘지 자리에 창고를 짓도록 결정한 것에 반발해 4,376명의 흑인 감리교도들이 집회를 시작한데서 출발했다. 이 교회는 노예해방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공동 창립자인 덴마크 베시 목사는 회중에게 읽는 법과 쓰는 법을 가르쳤고, 시 당국은 이를 못 마땅히 여겨 1818년 교회에 난입해 베시 목사를 비롯한 140명을 체포했다. 이어 1820년 시 의회는 ‘노예학교’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1822년 흑인들은 이곳에서 반란을 모의했다. 그러나 이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지는 “1822년 이 교회에서 흑인 반란이 모의됐다가 당국에 발각됐고, 공동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덴마크 베시를 비롯해 35명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인종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사회를 또 다시 뒤흔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범인인 딜런 루프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공 국기와 로디지아(현 짐바브웨) 국기가 부착된 점퍼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SNS계정에 올리는 등 인종차별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우려는 증폭되는 상황이다.
또 미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총기소지 문제도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현지시간으로 18일(목) 오후 백악관에서 “우리는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위해를 가하려는 누군가가 총기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은 잘 안다”며 총기 문제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