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 통일운동, 목적의식·비전 없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교회 역할> 토론회 열려

▲21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2015년은 한반도 해방 70년, 그리고 분단 70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미가 무색하게 한반도 상황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는 7월21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이 평화체제 정착의 선결과제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남북관계가 진전한 만큼 나간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진단한 한반도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2015년 한반도는 “총체적으로 평화가 실종된 상태”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북핵 상황 악화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남과 북은 상대를 군사적 능력으로 제압하려는 군비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 교수의 상황 요약은 한반도 상황의 일단을 여실히 드러낸다.  
“북한은 핵물질과 핵무기의 지속적 증대와 함께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뿐 아니라 사드 배치 논란 등 군사적 우월성으로 북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는 군사 만능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북의 SLBM과 남의 THAAD가 작금의 한반도 군비경쟁의 현주소다.”
서해로 눈을 돌려보자. 이곳은 사실상 전쟁터다. 김 교수는 “평화와 협력의 바다는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자리에 이젠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전운만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간 정치적 갈등 역시 한반도 상황 악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말하자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오기와 신경전의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신 불신하고 미워할 뿐이다.”
▲21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교수는 무엇보다 군사적 긴장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한 접근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북핵문제가 악화되었다고 해서 대화와 협상을 포기한 채 군사적 억지와 방어수단에만 골몰해서는 그야말로 한반도가 군비경쟁의 악순환에 빠지고야” 말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이제라도 평화의 절박성과 정당성을 고양하고 주장하는” 동시에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린 평화의 담론을 복구해내야 한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평화체제 전환 과정이 남북관계와 연동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 이유는 “남북관계의 진전 없는 평화협정은 실질적 평화를 보장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통일은 10~15년래 다가오리라고 본다. 그러나 평화가 실종된 상태에서 맞는 통일은 재앙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교회, 늘 진보적 의제 경계해 
이런 암울한 한반도 상황에 한국교회는 어떤 구실을 했을까? 색동교회 송병구 목사는 “1980년대 후반 북한바로알기 차원에서 잠시 열심을 냈고 1990년대 후반 남북 나눔운동에 일부 참여했을 뿐,”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평화통일에 대한 감동을 지속하고, 통일 감수성을 내재화하고, 열정을 축적하며, 참여를 확대하는 일에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21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송병구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교회는 정치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했다. 실제 대부분의 교회가 보수정권의 우군을 자처했다. 이에 교회가 통일에 앞장서지 못한 원인을 ‘보수화’로 지목하기 쉽다. 그러나 송 목사는 이를 ‘착각’이라고 했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장기적 안목 부재가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교회는 항상 진보적 의제에 대해 경계심이 많았고, 남남 갈등으로 대표되는 이념분쟁 역시 반공주의 교회가 촉발한 측면이 크다. 대부분 교회는 교회성장(존립)과 무관한 사회문제에는 무심한 것이 솔직한 변명이다. 기독교 통일운동에 빈곤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목적의식과 비전의 부재다.”
그러나 송 목사는 비관적인 실태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열린 기회를 줄 것”으로 전망한다. 부연하자면 “특히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 신실하게 참여하는 것은 누구보다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송 목사는 끝으로 평화통일의 길에서 “기득권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원수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분열된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며 교회일치를 모색할 때 한국교회는 조금씩 새로워질 수 있다”며 “교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변호사 노릇을 해야 하고,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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