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 ⓒ사진=지유석 기자 |
Q: 앞서 대형교회의 영성권력이 목사에서 장로로 이동하는 경향이 현저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등 장로 직분자들이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영성권력 이동이 기독교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장로 제도의 개선점은 있다고 보는가?
장로 제도는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 제도는 엘리트 교인들에 의한 독점적 권력을 전제로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의전적 위치로 전락하고 장로들이 실세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목사의 경우 세습을 하게 되면 사회적 지탄을 받지만 장로는 사회의 감시를 피해 얼마든지 세습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교회개혁은 훨씬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나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만약 교회개혁이 가능하다면, 그 가능성은 작은 교회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Q: 지난 해 엄기호, 백소영, 정경일 등 신진학자 13명과 함께 『사회적 영성: 세월호 이후에도 ‘삶’은 가능한가』를 출간하면서 사회적 영성을 화두로 꺼냈다. 정윤회 문건 파동, 성완종 리스트, 청와대의 유승민 대표 찍어내기 등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후 더욱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사회적 영성에 대한 논의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 ⓒ사진=지유석 기자 |
『사회적 영성: 세월호 이후에도 ‘삶’은 가능한가』을 내면서 사회적 영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물론 필자 개개인의 노력은 훌륭했지만 말이다. 독자들 역시 “글 하나 하나는 좋았는데, 전하려는 메시지는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책을 엮어내는 기본적인 개념이 오리무중이어서 불거진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서 저자들이 사회적 영성 담론을 구축해야하겠다는 동기를 강하게 인식했다. 책을 내자마자 필자들이 후속작업을 제안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사회적 영성』 2권을 내기 위한 기획회의도 열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연과 북토크, 웹진 등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지역에서 먼저 제안을 해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대와 부천에서 북토크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권이 나오기 전 온라인-오프라인을 망라해 담론의 장을 만들어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는 중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개신교의 성장세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 풀 꺾였다. 가까운 장래에 소수종교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개신교계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신교가 소수종교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건 맞지만 개신교의 중심세력이 가진 사회·문화·정치 권력은 지속되리라고 본다. 달리 말하면 개신교인일 때 더 많은 권력자원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현재 개신교는 사회·문화·정치 권력을 과도하게 누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는 절대 소수종교가 아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 ⓒ사진=지유석 기자 |
개신교는 동성애나 이슬람에 대해 공포심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이런 공포심 유발은 소수자 의식에서 비롯된다. ‘포위된 요새 신드롬’이라고 할까? 적들에 포위돼 갇혀 있다는 심리다. 그런데 이런 심리는 위조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개신교는 권력을 과점하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개신교가 가진 권력을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교육기관에서도, 심지어 미션스쿨에서도 이런 성찰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개신교는 공공성 담론에서 한참 뒤쳐졌다. 개신교계가 종교와 정치, 종교와 국가권력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집단으로 비쳐질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우리 사회는 다종교·다문화 사회이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만 머물러 계시지 않고, 이웃과 함께 계신다. 하나님은 교회 밖에 계시다는 말이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을 독점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교회가 공공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 국가·권력·복지·이웃·타종교 등의 아젠다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의 출발점은 목사라고 생각한다. 목사들이 앞장서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를 등지고 있는 신자와 교회 밖 사람들이 교회를 존경하기 시작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