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3개 종교단체, “거룩한 죽음을 차별 말라”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촉구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숨진 고 김초원‧이지혜 두 교사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순직 인정을 위해 종교계가 발 벗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8월12일(수)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촉구를 위한 종교인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 3개 종교단체는 11일(화) 기자회견에 앞서 호소문을 발표했다. 3개 단체는 호소문에서 “순직으로 인정하는 기준은 그 죽음이 거룩했는지, 그 죽음이 희생이었는지에 따라 처리되어야지 고용의 형태에 따라 흔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부에 대해 “법조인들은 기간제 교사 역시 교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는 변함이 없기에 법과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며 “설사 법과 규정이 애매하다면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러한 죽음을 기억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거룩한 죽음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3개 단체가 발표한 호소문 전문이다.   
거룩한 죽음을 차별할 수는 없습니다
인사혁신처장님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500일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아픔을 주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상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하길 강요하는 듯합니다. 그 어떠한 상처도 빨리 환부를 열어 소독하고 치료를 해야지 덮어두기만 하면 곪아 더 큰 상처가 되는 것처럼, 세월호의 아픔 역시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 저희 종교인들은 세월호 사건의 많은 아픔 가운데, 특별히 고 김초원 선생님과 이지혜 선생님의 아픔을 함께 바라보고자 합니다. 두 분 선생님은 세월호 교사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교사의 명예를 지키신 분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자 비교적 안전한 5층에서 머물다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서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위로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한 참된 인솔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학생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과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두 분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아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직으로 인정하는 기준은 그 죽음이 거룩했는지, 그 죽음이 희생이었는지에 따라 처리되어야지 고용의 형태에 따라 흔들릴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 두 분 선생님은 자신이 기간제 교사이기에 학생들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정규직이 아니기에 학생들을 돌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까요?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똑같이 아이들을 사랑했고, 함께 두려움 속에 있는 학생들을 다독여주었고, 그렇게 학생들과 같은 고통 속에서 함께 머물렀습니다.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두 분의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룩한 죽음을 인정해주지 않으며 법과 규정을 탓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규직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였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입니다. 법조인들의 의견으로도 기간제 교사 역시 교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는 변함이 없기에 법과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설사 법과 규정이 애매하다면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러한 죽음을 기억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거룩한 죽음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교육입니다.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울림이요, 가르침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당신들의 마지막 삶을 통해 거룩한 죽음을 보여주셨고, 이러한 죽음은 널리 기억될 수 있도록 정당하게 예우해야 할 일이지, 규정과 선례를 들먹이며 차별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저희 종교인들은 인사혁신처장님과 관계자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거룩한 죽음을 차별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하루 빨리 두 분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되어 유가족과 선생님을 사랑했던 모든 분들의 아픔이 극복되길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용기 있는 선택에 따른 거룩한 죽음을 차별하기보단, 정당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의 노력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2015. 8. 12.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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