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015년 세법개정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기재부 |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지난 8월6일(목) ‘2015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5개 기독교시민단체 연합체인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25일(화) 입장을 내놓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기재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근로소득이 아닌 ‘종교소득’으로 분류한 데 대해 일단 환영입장을 밝히면서도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일반 사회 관점에서 종교적 직분을 일반 직업과 차별적인 직업으로 분류함으로 모든 직업이 가지는 거룩한 부담감을 간과하였고, 일반 직업을 상대적으로 속된 직업으로 분류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거룩한 노동에 대한 과세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며 그것이 종교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자의 근로소득과 종교인의 사례를 다른 기준으로 나눈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이어 “종교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열거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가 차원에서 종교인의 특수성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가 종교인 스스로 가지는 직업적 가치관에 대한 소명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본인의 활동을 근로활동으로 인식하는 종교인이 종합소득 신고 시 근로소득 과세체계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종교인의 자발적 근로소득 납세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발표한 입장문의 전문이다.
종교인 과세에 관한 소득세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적은 소득이 공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나으니라” (잠 16:8)
2015년 8월 6일 기획재정부는 2015년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의 소득 분류를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의 한 종류인 종교소득으로 (신설)분류하여 과세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실현하는 동시에, 국민의 의무를 도외시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개정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이 높여,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등 일부 진일보를 이루었으나, 여전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
교회의 재정투명성과 목회자 소득세 신고 운동을 전개해온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종교의 언어를 사회의 언어로 잘못 해석했다.
기존 시행령 규정에서 ‘사례금’으로 분류한 것을 ‘종교소득’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일방적 지급이라는 개념을 탈피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일반 사회 관점에서 종교적 직분을 일반 직업과 차별적인 직업으로 분류함으로 모든 직업이 가지는 거룩한 부담감을 간과하였고, 일반 직업을 상대적으로 속된 직업으로 분류하였다.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거룩한 부름에 대한 개인적 반응이기에 그것이 일반직이건 종교직이건 모두 거룩한 소명에 근거한 성직이므로 두 가지를 차별하여 다르게 구분할 이유가 없다. 거룩한 노동에 대한 과세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며 그것이 종교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자의 근로소득과 종교인의 사례를 다른 기준으로 나눈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논란을 부추기고 오해를 유발하는 일시적 방편이다.
소득세법 제21조는 기타소득을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퇴직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서 다음 각 호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기타소득은 열거된 주요 소득 세목에 해당하지 않는 소득 중 기타소득으로 열거된 소득을 말하므로 종교인이 수령하는 소득일지라도 근로소득에 해당하면 원천적으로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의미하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특정 조직에 소속된 종교인이 노동활동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받는 소득은 근로소득임에도 규정상 종교소득이란 명칭의 기타소득을 신설함으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노동의 의미를 행위자의 직업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소득분류의 혼돈을 발생시키며,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동일한 소득금액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하는 경우의 과세표준 금액과 비교하여 0~33%선에 불과한 기타소득세 부담률은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 근로소득자와 종교소득자로 편을 나누어 쌍방 간의 차별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만인 앞에 평등한 노동의 권리를 직업으로 구분하는 비상식적 발상이다.
3. 종교인의 자발적 근로소득 납세를 수용해야 한다.
종교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열거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가 차원에서 종교인의 특수성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가 종교인 스스로 가지는 직업적 가치관에 대한 소명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활동을 근로활동으로 인식하는 종교인이 종합소득 신고시 근로소득 과세체계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3년에 제안된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세체계에도 문제가 있고 과세의 형평성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지만 종교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진다는 측면의 선언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교 공동체 안에서의 기준과 신념이 있는 것처럼 그 바깥의 사회에서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기준과 의무가 엄연히 존재한다.
종교인 과세는 소수에게 주어지는 특권과 특혜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국민의 의무와 책임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낮은 자를 품으며 죽기까지 이 세상을 사랑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앞서서 사회의 모범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과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2015년 8월 25일
교회재정건강성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