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종단 종교인들이 꾸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8월27일(목)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화해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낭독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지난 8월24일(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위급 회담 결과 극적으로 해소된 가운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은 27일(목)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선언>을 채택하고 남북 적대관계 해소를 호소했다. 이번 성명엔 개신교(170명), 천주교(107명), 대한성공회(116명), 불교(257명), 원불교(111명), 천도교(129명)등 5대 종단 종교인 890명이 참가했다.
종교인모임은 선언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받으며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갈 유일한 출구가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통일에 있음을 엄중하게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통일은 ‘발전’을 위한 선택이며,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그 누구도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입장에서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 남북간 적대관계 해소 2) 남북통일 정책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 유지 3) 남북간 민간교류 허용 및 확대 등을 제안했다. 종교인모임은 또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6.15공동선언, 10.4남북공동성명 등을 제시하며 박근혜 정부에 “지금과 같은 엄혹한 한반도 현실 속에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대담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종교인모임은 회견을 마친 뒤 남북분단 해소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개신교측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회장은 “향후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동안 해온 바대로 동족을 돕는 일에 계속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기독교는 회개를 강조한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고 하면 되는 일이 없다. 반면 ‘내가 죄인’이라는 자세를 가진다면 북한은 물론 무슬림도 감동받을 수 있다. 우리들이 부족하다는 자세로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래는 종교인 모임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선언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지금 70년 분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구분단’이라는 악몽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최근 일련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남북 정부의 8.24 합의를 환영하며 남북이 주체적으로 상호 협력하여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로 나아감으로써 분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가 한 걸음 더 선도적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결코 파격적인 ‘새 길’이 아닙니다. 분단 70년의 역사 속에 이미 주창되었고, 이미 실험되었으며,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준 정상적인 길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받으며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갈 유일한 출구가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통일에 있음을 엄중하게 강조하고자 합니다. 통일은 ‘평화’의 문제이며, ‘경제’의 문제이고, 또한 ‘인권’의 문제입니다. 통일은 ‘발전’을 위한 선택이며,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선택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입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입장에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통과 불행으로 점철되었던 지난 100년의 역사적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 우리 종교인들은 다음과 같이 남북통일정책의 정상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째,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합니다.
지난 70년 남북 간 불신과 적대적 대결의 역사는 분명 통일의 걸림돌입니다. 상호 신뢰를 위한 적대정책의 해소 없이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먼저 남북 간 적대관계를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각종 도발이나 상대방을 위협하는 군사훈련이나 상호비방행위를 중지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남북교류협력을 막는 각종 경제제재 조치도 풀어야 합니다. 이런 돌파구가 없다면 남북은 동북아 주변국들 간의 패권경쟁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질서 재편과정에서 남북은 주체적 참여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동북아 안보와 경제협력의 광장에서 고립되거나 무력한 종속변수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째, 남북통일정책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5년 임기의 정부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남북통일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차별화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남북 간 상호신뢰가 무너지는 근본원인이기도 합니다. 남북관계는 정치적, 이념적 차이를 넘어 한반도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국론을 모으고 대협약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의제입니다. 여·야, 정부·시민사회, 각종 종교단체 등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축하고, 남북통일정책의 방향과 실현방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한 끊임없는 분란과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정책의 일관성도 쉽게 허물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어떤 세력이 권력을 갖게 되더라도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의 틀 안에서 정책수단을 강구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남북 간 민간교류를 허용하고 확대해야 합니다.
통일은 쌍방 정부 차원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분단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남북의 국민이며,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주체는 물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궁극적으로 남북의 국민입니다. 어떠한 국내외 정치상황에서도 민간교류와 협력의 영역을 단절시켜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욱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동포 간의 자유로운 만남과 왕래가 정상화되고, 인도적 지원과 상호협력을 추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문화와 체육 그리고 종교 분야의 남북교류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부단한 접촉과 협력을 통해서만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확인하고 동시에 민족공동체로서의 결속을 다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한반도 통일에 굳건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1972년),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1991년),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2000년), 노무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선언(2007년) 등 지난 정부들은 남북문제에 대한 대담한 결단을 통해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적 입장을 넘어 박근혜 정부 또한 지금과 같은 엄혹한 한반도의 현실 속에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대담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통일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 문제입니다. 남북관계의 긴장과 영구 분단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입니다.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릴 길도, 청년 세대의 좌절을 극복할 길도, 안전과 행복을 보장받는 길도 ‘통일’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경제 그 어떤 분야도 ‘통일’과 분리된 문제는 없습니다. 국민이 무관심하면 정책의 변화는 없습니다. 통일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전면적 행동을 호소합니다.
우리 종교인들 또한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의병으로 참여하여 헌신적으로 활동했듯이 이제 우리 종교인들도 통일의 구국대열에 적극 참여하겠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그동안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나라와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희생적인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음을 먼저 깊이 뉘우칩니다. 아울러 정치와 종교적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데 합심, 협력하며 신명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한반도 미래를 위한 통일의 대장정에 소금과 빛, 목탁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15년 8월 2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