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다원화 사회…한국교회 신학이 서야 할 자리는

현대기독교아카데미 김동춘 대표 인터뷰

지난 2일 제8강을 끝으로 종강을 알린 제1기 기독교사상학교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크리스천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갖게 하고,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려는 현대기독교아카데미(대표 김동춘 교수)가 작년 가을 첫 개강한 학교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변증하고, 그 지평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에겐 교인 수를 늘리고, 교회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이런 고민에 해답을 주기가 어렵고, 마찬가지로 신학교는 지나치게 학문적인 면을 강조해 오늘의 크리스천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내용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 현대기독교아카데미 김동춘 대표 ⓒ베리타스

이렇 듯 교회와 신학교가 채워 주지 못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의 고민에 응답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등 교회와 신학교 사이의 틈새를 메꿔주는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독교사상학교를 개강하게 됐다고 4일 다현교회(수원시 동백 소재)에서 만난 김동춘 대표는 전했다.

작년 가을에 열린 1학기 기독교사상학교에선 <인문학 과정>으로 플라톤, 아퀴나스, 칸트, 니체, 마르크스 등 기독교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가들을 조명했으며 올해 초에 열린 2학기 강좌에선 <기독교 사상 과정>으로 어거스틴 등 고전 신학자에서부터 바르트, 본회퍼, 틸리히, 판넨베르크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 신학자를 가르쳤다. 

흥미로운 것은 가르치는 주류 과목이 진보 신학인데 비해 정작 김동춘 대표 자신은 보수적 백 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총신 출신으로 보수 신앙을 견지한 신학자였다. 그런 그가 에큐메니컬 진영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진보 신학자들을 조명하게 된 이유는 뭘까?

“전 개혁주의적 전통과 복음주의적 신학 전통을 학문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신학자입니다. 그렇지만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교류하며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간절히 원하는 신학자이기도 합니다”

복음주의 신학을 견지해 온 김동춘 대표이지만 그는 70, 80년대 운동권에도 뛰어들 만큼 개혁적 성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김 원장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몰트만을 전공하기까지 했다. 이런 신학적 배경을 감안해 볼 때 에큐메니컬 신학과 대화를 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인의 삶에 접목할만한 에큐메니컬 신학자는 “본회퍼와 판넨베르크”

복음주의 신학자이지만 에큐메니컬 신학에 높은 관심을 갖고, 연구도 많이 했다는 그에게 “현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의 삶에 접목될 만한 에큐메니컬 신학자가 있다면 누군가”라고 물었다. 김동춘 대표는 여러 신학자들 중에서도 본회퍼와 판넨베르크를 뽑았다.

본회퍼=“본인이 추구하는 신학을 철저히 삶으로 보여준 신학자였고, 오늘날 한국교회에 찾아 온 세속화 과정에 신학적으로 대답을 줄 수 있는 신학자였다고 봅니다. 과거 한국교회는 사회와 교회, 세상과 신앙이란 이분법적 도식으로 세상과의 담벽을 쌓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이제는 신앙이 세상에 녹아들가는 시점에서 공공의 신앙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에 답을 줄 수 있는 신학자가 본회퍼입니다”

<기독교의 비종교화>, <세속화 신학>, <성인된 세계>를 주창한 본회퍼는 신을 필요로 하지 않은, 즉 무신·무종교의 시대에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는가에 진지한 고민을 했던 신학자였다.

판넨베르크=“보편 신학을 추구한 신학자입니다. 신학이란 것이 신앙공동체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설득력있게 진술될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했습니다. 한국교회가 과거엔 몰트만의 사회 참여적 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이제는 기독교 신앙과 보편적 현실. 즉, 공공의 영역에서도 신앙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올바르게 변증하는 지혜를 판넨베르크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 김동춘 대표는 현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주목해 볼 신학자로 본회퍼와 판넨베르크를 꼽았다 ⓒ베리타스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보·보수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신학적 소재를 중심으로 각종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동춘 대표. 현재 한국교회의 양대 신학계라고 불리는 복음주의·보수주의 신학계와 에큐메니컬 신학계에도 이와 같이 진보·보수를 넘나드는 신학적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는 않을까?

이 질문을 받은 김동춘 대표는 잠시 머뭇거리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진보·보수의)칼빈 신학 등 연결점이 있는 신학적 소재에선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교파를 초월해 모든 신학자들이 함께 만나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진보·보수 신학자간 대화 혹은 논의가) 극히 드문게 사실입니다”

공통적인 신학적 소재가 없는 한 에큐메니컬 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학회>와 복음주의·보수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사이에 긴밀한 대화나 논의가 여전히 제한적이란 말이었다.

이어 분단 그리고 이념 대립 등 한국적 상황 속에서 창안된 민중신학, 통일신학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물었다.

“세계 신학계에서 민중신학, 통일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크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신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해방신학과 비교할 때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민중신학은 비교 불가할 정도로 그 비중이 적습니다. 신학적 테이블에 놓고 다루기에 그 주제가 매우 좁다는 얘기입니다. 그보다는 공공 신학과 같은 큰 틀 안에서 논의되어 발전하는 것이 세계 신학에서 그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민주화가 진행된 현 시점, Social Action 보단 Social Service에 관심가져야”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독일에서 배운 디아코니아 신학이 한국교회와 신학계에서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랐다. 70, 80년대 독재정권 밑에서 한국적 디아코니아 신학은 교회의 사회 참여 부문 중에서도 교회의 정치 참여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된 현 시점에선 교회의 정치 참여적 성격이 짙은 ‘Social Action’ 보다는 구제 사역 등 교회의 사회 봉사를 강조하는 ‘Social Service’에 한국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독일의 디아코니아 신학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역설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한국교회에 간절한 소망을 담아 몇 가지 사항을 제언했다.

“교과서적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한국교회 신학이)신학적 상아탑 혹은 강단 신학에만 머물지 않고, 교회 현실과 신학이 처한 사회적 상황. 즉 컨텍스트(Context)에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21세기 다원주의 사회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이 안에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기독교 신앙을 변증하고, 설명할 것인가?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 고통 받는 이들 가운데 신학이 서 있어야 할 위치는 어디인지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 김동춘 대표


총신대 신학과 졸업
총신신학대학원 졸업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조직신학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현대기독교아카데미 대표
동백 다현교회 담임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