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물과 위생에 관한 인권, 정부·교회 책임져야”

유엔인권협의회 제30회 회의, “인권으로서의 물과 위생에 대한 구매가능성”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협의회 제30회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브라질, 독일, 스페인의 <영구 사역> 팀들은 9월16일(수) 안전한 음용수와 위생에 대한 인권을 담당하는 유엔특별보고관 레오 헬러 교수와 함께 물과 위생에 대한 구매가능성(affordability)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인권감시(HRW), 에큐메니칼 물 네트워크(EWN) 등 단체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먼저 헬러 교수가 인권으로서의 물과 위생에 대한 구매가능성을 검토하는 발제를 했다. 구매가능성은 이용가능성(availability),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수용가능성(acceptability), 품질(quality) 등과 함께 안전한 음용수와 위생에 대한 인권의 5대 구성요소를 형성한다. 
그는 “물이나 위생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으나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양의 물을 사용해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값싸고 불안전한 자원이나 관습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음식, 주거, 건강, 교육 등 다른 인권의 요소들을 실현하지 않는 대가로 타협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매가능성을 확충하기 위해 공공보조나 교차보조 제도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EWN의 데니시 수나 총괄이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물과 위생을 이용하기 위해 부자들보다 더 높은 비율의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가 너무 잦다”며 부연설명을 했다. 그는 최근에 EWN이 주관한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 방문 행사에 참석한 경험을 나누면서 주민들이 수입의 3분의 2를 물과 위생을 이용하는데 투입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공수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래서 귀국길에 “강력한 어조로 EWN의 성명을 발표하여 교회와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물 차별(아파르트헤이트)’을 종식시키기에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물과 위생에 관한 인권 담당 유엔특별보고관 레오 헬러 교수가 유엔인권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WCC/Dinesh Suna

그는 인도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공공보조와 교차보조의 활용 효과를 인정했다. “뉴델리의 현 정부는 매달 가구당 2만 리터까지는 무료로 물을 공급한다고 공표했다. 이 제한선을 넘는 사람은 요금 전액을 10% 인상하여 지불해야 한다. 이 방식은 비록 허점이 있기는 해도 효과적으로 실행되었고 요금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에게서 사용권을 박탈하는 사례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물 문제에 관한 종교적 접근 
수나 이사는 신앙공동체가 물과 위생에 대한 인권을 상당하게 실현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지도자들이 많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그 일을 하는 지도자들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물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강한 영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으므로 “신앙인들에게 물에 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교황 프란시스코가 ‘우리 공동의 집에 대한 사랑’을 요점으로 발행한 회칙 <찬양 받으소서>는 매우 적절한 사례에 해당한다. 교황은 기후변화에 대해 말할 뿐만 아니라 물과 위생에 대한 인권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위생과 관련하여, 수나 이사는 EWN의 제휴기관인 국제 초종파 위생 연맹(GIWA)의 활동을 소개했다. GIWA는 인도가 야심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깨끗한 인도 캠페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캠페인은 총 300억 미국달러를 투입해서 2019년까지 전국에 1억2천만 개의 화장실을 건립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 교회 원조(NCA)가 작년에 3천6백만 미국달러를 모금해서 10개국에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도록 지원했다는 사례도 보고했다. 
이어 그는 EWN이 유럽과 북미의 교회들로 하여금 플라스틱 물병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을 상기시키며 다시 요청했다. 그는 플라스틱 물병이 극도의 환경적 폐해를 낳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것 때문에 정부가 공공수도시설을 확충해서 안전한 음용수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급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물병의 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제적 엘리트들이 정부가 안정한 음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병물 산업은 물에 대한 인권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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