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평양노회, 신뢰회복을 위해선

신뢰 추락 평양노회, 재판 투명성 확보 시급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면직재판이 평양노회로 넘어왔다. 올해 3월 기존 평양노회가 평양노회와 평양제일노회로 분리되면서 전 목사 면직재판은 결론을 내리지 못해 무산됐다. 원고인 삼일교회 측은 7월 예장합동 총회에 고소장을 냈다. 이러자 총회는 지난 9월18일(금)까지 대구 반야월교회(담임목사 이승희)에서 진행된 100회 총회를 통해 평양노회(노회장 김진하 목사)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은 다시 평양노회로 넘어왔다. 관건은 평양노회가 유야무야된 전 목사 면직재판에 확실한 결론을 내릴 것인가다. 결론은 부정적이다. 
재판국장이던 서문강 목사는 총회 발언을 통해 재판국이 2014년10월부터 2015년2월까지 사실심리 및 회의를 포함해 모두 9차례의 모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 목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도로부터 진술을 듣는가 하면, 해당 사건을 취재한 취재기자 및 피해여성도의 상담을 맡았던 기관 책임자도 증인으로 불러냈다. 이후 재판국은 결론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재판은 유야무야됐다. ‘절차’ 때문이었다. 재판 도중 서기를 맡았던 박희규 목사가 판결을 2주 앞두고 돌연 사임한 것이다.  
사실 전 목사 면직 재판은 절차가 늘 문제였다. 재판국은 2014년 10월 정기노회 결정에 따라 목사 4인, 장로 3인 등 총 7인의 국원으로 꾸려졌다. 이미 이 당시부터 재판국원들은 면직에 대한 입장이 4대3으로 확연하게 갈려져 있었다. 말하자면, 전 목사의 성추행 전력에 대한 진위여부는 논외였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입장이 엇갈렸다는 뜻이다. 
▲지난해 전병욱 목사 면직재판을 진행했던 평양노회 사무실 전경. 이번 예장합동 제100회 총회에서는 해당건을 다시금 평양노회로 환송했다. ⓒ베리타스 DB

전 목사 측도 처음부터 재판국 구성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문제 삼은 대목 역시 절차였다. 전 목사 측은 당시 노회장이던 A 목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사안은 교회법상 징계할 수 없고 △ 정기노회 당시 노회장이 죄증증명서를 낭독하지 않았으며 △ 삼일교회 측이 재판국 구성 투표에 투표권을 행사했고 노회장이 직접 재판국원으로 참여했다며 재판국 구성이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국은 전 목사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런 탓에 전 목사는 재판국 모임에 세 차례 출두해야 했다. 
신뢰회복을 위한 제안 
평양노회를 신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홍대새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시무 중인 노 모 목사의 부친이 현재 평양노회 서기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기자는 지난 5월5일자 보도를 통해 “노 모 목사의 홍대새교회 부교역자 청빙은 전 목사 면직 재판이 진행 중인 과정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평양노회 서기인 노 목사는 청빙시점이 2012년 12월이라고 알려왔다. 해당 보도와 관련, 노 목사를 통해 사실 확보를 충분히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전 목사 면직 재판은 분립된 평양노회가 맡아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전 목사가 정말(?) 면직되고, 이로 인해 홍대새교회가 일정 정도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이라면 시무하던 부교역자들의 앞날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선, 무엇보다 노회 서기의 입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홍대새교회는 세 차례의 성명에 걸쳐 무죄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거짓도 서슴지 않았다. 홍대새교회 측은 지난 7월 2차 성명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2014년 가을 전병욱 목사 사건을 다루기 위한 재판국이 처음 설치되었을 때, 누가 봐도 재판국의 의견은 전병욱 목사에게 징계를 내려야한다는 쪽에 가까웠다. (중략) 하지만 심리가 계속 되고 쌍방의 주장이 오가면서 재판국원들의 태도 또한 점차 변화했다. 원고 측에서 가져오는 증거란 것들은 너무도 빈약하였고, 피고 측에서 주장하는 반대증거는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국 설치부터 심리,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종합해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세상으로 눈을 돌려 보자. 우리 사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바닥권에 있다는 사실이 OECD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사법부가 오로지 힘 있는 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 되어야 할 교회 역시 불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평양노회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지난 재판기록, 또 이제 진행될 재판 과정 모두를 남김없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다. 기독교계 언론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판단이 되면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일반 언론에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전 목사가 홍대새교회 신도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일 역시 엄단해 주기를 바란다. 
평양노회는 이미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이 정도 조치라도 취하지 않으면 쉽게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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