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은준관 교수, 한국교회 소멸이냐 세속화냐?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강연서 주장

▲은준관 교수. ⓒ사진제공= 크리스천투데이 김진영 기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100주년 기념강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은준관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설립자 겸 명예총장)가 10월12일(월) 오후 3시 신과대학 채플에서 “한국교회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마주한 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이 위기를 헤치고나갈 미래의 목회사역자들의 역할에 대해 당부했다. 
은 교수는 먼저 유럽과 영미의 기독교 사회가 점점 소멸(Extinction)과 세속화(Secularization)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한국교회가 이들의 뒤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은 교수가 40여 년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 느꼈던 분위기가 한국의 신학계에서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는 그 세미나에서 서구기독교 신학자들의 추상적이고 힘없는 신학적 이해를 감지했는데 그것은 그들이 교회가 바탕이 되지 않는 신학, 지성과 영성이 분리된 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한국 신학도 이런 모습을 닮아 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은 교수는 미국의 대조적인 두 교회의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한 교회는 Crystal Cathedral Church로 일명 수정교회라 불리던 교회인데 화려한 건물을 바탕으로 많은 신도들을 거느린 거대교회였다. 또한 이 교회의 목사는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뛰어난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 교회는 지난 2010년 재정난으로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는데, 21세기 미래교회의 표상으로 여겨지던 교회의 파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다른 한 교회는 Church at Hill Brooks인데, 32살의 젊은 목사가 핍박받는 아시아의 지하교회를 체험한 후, 미국의 기독교가 순수한 믿음을 잃었다고 반성하면서 교회를 지하교회처럼 운영하여 신도들의 신앙적 역동성을 자극한 끝에 부흥을 맛본 역사가 있다.   
은 교수는 위의 두 교회가 모두 신도 2,000명 이상의 대형교회였고, 목사의 능력 차이도 거의 없었으나, 결과가 상이하게 나온 것은 결국 방향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정교회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의 왕국을 추구했으므로 결과가 좋을 수 없었으나, Hill Brooks 교회는 신도들 각각이 신앙의 역동성이 살아있는 하나님 나라를 향했기 때문에 융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한국 교회도 신앙의 역동성이 살아있으면서 순수한 믿음이 넘치는 교회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은 교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교회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성장과 침체를 겪으면서 소형교회는 몰락하고 대형교회가 이를 흡수하는 스위칭(Switching) 현상과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들을 쏟아내는 현실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 아래서 2010년 이후 한국교회에서도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세대가 등장했다. 이 세대는 영적인 것은 추구하지만 기성 종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가졌는데, 마침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맞물려 기독교 사회 자체의 쇠퇴를 촉진시키고 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기독교 인구 감소, 교회학교의 쇠퇴, 어린이 없는 교회의 증가, 시니컬한 교인(가나안 성도 등)의 증가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은 교수는 이러한 위기가 한국교회에 성장과 발전단계에서 하나의 비전을 바탕으로 한 프로세스와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한국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 교수는 Coding 과 Decod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시대의 징조(Iconic sign)를 읽고 이를 신학화하는 작업인 Coding과 이 Coding을 바탕으로 이를 다시 한국 교회와 신학의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는 Decoding을 통해 한국교회는 시대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목회사역자들은 자신들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징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은 교수는 뒤이어 미래 한국교회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일신학을 바탕으로 한 Eastern Orthodox Church in America를 예시로 들었다. 주일신학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죄사함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주일이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신 날이며 주일예배는 예수님과 신도들이 함께 죽고 다시 사는 종말론적 경험이라는 사실을 중심으로 하는 신학이다. 이 교회는 주일에 단 한 번 예배를 드리며 나머지 6일 동안 예수님의 의미를 되짚으며 실천하도록 함으로써 성도들이 믿음 자체와 기독교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실생활 속에 구현하도록 가르친다. 이것은 여러 번 같은 예배를 반복하며 너무 많은 프로그램으로 신도들을 피곤하게 하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속화되면서 위기에 빠져있지만, 한국교회가 배고픔, 고난, 착취, 아픔의 역사를 바탕으로 믿음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하나님과 신도들 간의 만남을 돕는 예배에만 힘쓸 때 한국 교회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고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기독교의 본질과 하나님 나라라는 궁극적 목표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예언자적 외침을 들려주었다. 
글/ 김성재 객원기자(연세대 신과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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