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와 NCCJ는 10월15일(목)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제9차 공동협의회를 진행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일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직접적으로는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과 미·일 안보협력지침 개정, 집단자위권을 포함하는 안보관련 법안 강행 처리 같은 안보 쟁점 때문이다. 특히, 아베 내각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집단자위권을 밀어 붙인데 대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군국주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의 교회협의체가 만나 한·일을 비롯한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벌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와 일본교회협의회(NCCJ, 쇼코 아미나카 총무)는 10월15일(목)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제9차 공동협의회를 진행했다.
일본측 대표단이 전한 일본 내 상황은 심각하다. 코바시 구이치 NCCJ 의장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며 모든 사람들과 같이>란 제목의 주제강연을 통해 “아베 정권은 일본 헌법을 실질적으로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구이치 의장의 발제문을 아래 인용한다.
▲10월15일(목)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제9차 공동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한신대학교 이기호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패전 후 일본 국민은 1) 전쟁포기 2) 기본적 인권 3) 국민주권을 세 기둥으로 하는 현재의 일본 헌법을 환영하고 받아 들였다. (중략) 직접 이 헌법을 파괴하려 해온 자들은 일찍이 있었던 전쟁은 ‘비참,’ ‘군국주의,’ ‘사죄해야 하는 죄’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패전은 단지 ‘실패’였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헌법을 실패에 틈타 ‘강요된 헌법’이라고 비난하며 헌법의 기본을 하나씩 하나씩 파헤쳐왔다가 드디어 ‘해석개헌’을 강행해 입헌정치 그 자체를 파괴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보강 공사를 강행하는가 하면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면서 원폭을 투하한 미군의 ‘핵우산’ 아래 의탁하고 있다”는 것이 구이치 의장의 지적이다.
중요한 안보는 무기를 버리고 친구 되기
기조 강연에 나선 한신대학교 이기호 교수도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아베 총리와 지지자들이 “일본 스스로 자신들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가지는 곳이 진정한 일본의 자주권을 회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기에 걸림돌이 헌법 제9조이며 이것은 평화헌법이라기보다는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이므로 일본 헌법은 전후체제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전후체제를 탈각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입장은 일관된 것 같아 보이면서도 모순을 안고 있다. 이기호 교수의 언급이다.
▲10월15일(목)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제9차 공동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코바시 구이치 NCCJ 의장이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그(아베 총리)의 일관성에 대한 결정적인 의문점은 그가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국가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 전후체제를 탈각하고자 하는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지적과 무관하게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갈 전망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런 패권주의를 막을 대비책으로 ‘연대’를 들고 나왔다. 이 교수는 “향후 정말 중요한 안보는 무기를 버리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면서 “동북아의 지도를 평화라는 가치로 새롭게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은 일본이 역사적 반성을 교훈으로 아시아로 복귀하고 한국이 북한과 교류와 협력의 문을 활짝 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대는 얼핏 이상주의로 비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패권적 이해관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 교수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패권주의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종교인-지식인층을 향해 “사회변동을 가져온 원동력은 종교와 지식이었다. 종교인, 지식인들이 침묵하지 않고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NCCK와 NCCJ는 16일(금)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교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협의회 마지막 날인 17일(토)엔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