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인, 교과서 국정화 반대 물결에 동참

정치권력의 역사 장악의도…보수교단 찬성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 ⓒ베리타스 DB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역사학계 및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기독교인들도 반대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 등 11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105인 선언’은 10월15일(목)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 1945인의 양심선언문”(이하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고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에 들어갔다.  
발기인들은 “우선 105인이 모여서 첫 선언을 시작한다. 105라는 숫자는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모여 ‘신민회’라는 단체를 조직, 일제에 저항하다 처참하게 짓밟힌 ‘105인 사건’을 의미한다”며 “105인이 1945명의 크리스천을 부른다. 대한민국은 1948년이 아닌 1945년에 해방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105인을 기준으로 1945인의 서명을 받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발기인들은 이어 양심선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 것의 본질은 역사 교과서를 학계와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이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중략)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그리고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온 기회주의의 역사,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다”라고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장로교단은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신 신상현 총회장과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은 각각 “과거의 역사를 집필하고 가르치려면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올바른 국가관을 교육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로 가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 조만식 장로 등 우리나라 건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교과서는 그런 영향들을 배제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정교과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자도연구소 황정현 목사는 자신의 SNS 계정에 “국정교과서 지지를 통해 한국교회의 실체를 본다. 해방후 한국교회는 신사참배에 저항한 의로운 교회지도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그분들을 핍박하고, 일제의 부역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에 의해 재편되었다. 그렇게 친일전력의 교권주의자들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권력과 유착되어 이후 이승만의 독재,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통치를 묵인하고 정통성을 부여하며 그 아래에서 기생해왔다. 보수교단의 국정교과서 지지 표명은 이런 맥락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아래는 양심선언문 전문이다.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 1945인의 양심선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단코 반대합니다.
사실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되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것은 여야의 정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단호하게 아닙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 것의 본질은 역사 교과서를 학계와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이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 것의 본질은 역사 교과서를 특정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서 다시 서술하기 위해서입니다.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그리고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온 기회주의의 역사,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구한말 민족의 비탄 가운데 들어왔고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애국 계몽 운동, 독립 운동,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고 산업화와 근대화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안창호, 김구, 김규식, 조만식, 이상재, 이승훈 등은 한민족을 빛낸 민족의 지도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3.1운동을 주도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운동을 이끌었던 것 역시 한국 교회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되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계승하며, 4.19혁명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한국사 교과서를 역사학자와 연구자 그리고 숙련된 교사의 손에 돌려주십시오. 한국사 교과서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게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어디까지가 감기고, 어디까지가 독감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치가의 선택이나 대중의 선택이 아니라 의사의 학문적 지식이듯 학계의 자율성을 그대로 놔두었으면 합니다. 역사의 여러 국면들을 놓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그들의 미래를 그들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그냥 그대로 놔두었으면 합니다.  
세계사 교과서를 보면 중세 교회의 문제점과 종교 전쟁에 관하여 자유롭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서점에 가면 많은 기독교 비판 서적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시비 삼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정치가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가 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민족 기독교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배우며,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게 검인정 체제를 유지시켜 주십시오. 앞으로 닥쳐올 어마어마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화 작업을 멈춰 주십시오.   
더불어, 사정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데 있어서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옳지 못한 모습으로 찬동하며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부족함이며, 한국 교회의 나약함입니다.  
변화하겠습니다. 반드시 더 나아지겠습니다.  
하늘의 하나님, 저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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