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5일(목) 개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와 일본교회협의회(NCCJ, 총무 쇼코 아미나카)의 제9차 공동 협의회가 17일(토)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지난 10월15일(목) 개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와 일본교회협의회(NCCJ, 총무 쇼코 아미나카)의 제9차 공동 협의회가 17일(토)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공동협의회엔 노구치 유이치 니와노 평화재단 이사가 평화헌법 9조 수호를 위한 아시아 종교인 대회 일본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한일 양국 기독교인 100여 명이 함께했다.
NCCK와 NCCJ는 성명에서 “(공동협의회) 주제강연은 ‘기억과의 투쟁’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의 역사 속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는 신학적 대화 등 한일 교회의 공동의 과제를 확인했다”고 했다.
NCCK와 NCCJ는 그러면서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정신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 통일을 위해 굳건한 연대를 이어갈 것” 등 총 9개항의 결의를 밝혔다.
아래는 NCCK-NCCJ가 채택한 공동성명 전문이다.
제9차 한·일 NCC공동협의회 성명서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하느님께서 민족 사이의 분쟁을 판가름해 주시고 강대국 사이의 시비를 가려주시리라. 그리되면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 칼을 빼어드는 일이 없어 다시는 군사를 훈련하지 아니하리라”(미가 4장 3절, 공동번역)
일본기독교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일치, 정의, 평화와 화해에 대한 양국 교회의 공동 비전과 역할을 모색하고, 양국 교회가 직면한 긴급한 과제에 공동 대처하며, 풀뿌리 단계에서 일하는 부문/단체들 간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더 활성화하기 위하여 2015년 10월 15일(목)부터 17일(토)까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약 100여 명의 신앙인들이 모여 “동북아시아의 평화: 일본교회와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공동협의회를 개최하였다.
2004년 도쿄에서 개최된 제8차 협의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회는 다음과 같이 협의하였다: “우경화의 흐름에 영합하도록 신앙을 전적으로 개인의 내면적인 구원과 정통적인 교리의 신봉에 집중시켜 교회의 확대를 주요 관심사로 삼고… 힘에 의한 지배가 가져올 사람들의 고통이나 아픔을 외면하고, 교회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신앙적 성찰을 바탕으로 8차 협의회는 “근본주의와 네오컨서버티브(신보수주의)의 흐름에 대항하여, 사람들의 영적 갈망에 바르게 답하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의 과제를 짊어지기 위하여, 참다운 교회의 모습과 신학이 필요”하다는 공동의 과제를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5년 올해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년과 한반도 독립/분단 70년을 맞는 해이다.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남북 사이의 냉전체제가 고착화됨에 따라 남북 간의 군사적 대립은 고조되고 있다. 수십 년 간 지속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와 최근 더욱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들은 북한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 한반도 내에 미국에 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구축, 생 탄저균 불법 반입,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은 결과적으로 동북아를 넘어서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통치는 아시아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으며, 그 고통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정권은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하여 반성하기는커녕 민주주의의 기반인 입헌주의를 부정하고 도리어 안전보장관련 법안을 강행 통과시키고 평화헌법9조의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는 한국과 일본을 양대 군사 강국 대리전의 희생자로 하고, 나아가 동북아 민중의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이번 9차 협의회의 주제 강연은 “기억과의 투쟁”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기억하는 것 (remembering)을 통하여 우리는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재구성 (re-membering)하여 미래의 희망을 짊어질 다음 세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의 연대 없이는 국가를 넘어서는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공유하였다. 이와 같은 과제를 위해 종교 (특히 기독교)가 주요한 축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을 포함한 안전보장관련법안 강행 통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였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는 신학적 대화 등 한일 교회의 공동의 과제를 확인하였다
주제 강연에 이어 ‘정의’, ‘평화’, ‘여성∙청년’ 등 부문별 논찬과 토의를 하였다. 우리들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실현을 위한 한일 NCC의 공동과제를 확인하는 동시에, 세상의 타락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한 것을 참회하며 아래와 같이 결의를 새롭게 하였다.
첫째, 우리는 평화헌법 9조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평화헌법 9조는 자국의 평화를 넘어서, ‘국제평화를 희구’하며 이를 위해 그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한일 양국 교회는 이와 같은 평화헌법 9조의 가치를 부정하는 ‘집단자위권’ 관련 법안(안전보장관련법안) 강행 통과 등 아베정권의 정책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패권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우리는 2013년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가 채택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언에서 한반도의 분단과 고통이 ‘식민지 팽창과 군사적 헤게모니를 확보하기 위한 외세들 간의 분쟁이 야기한’ 불행임을 재확인하였다. 기나긴 분단에 의한 남북한 주민들의 아픔을 통감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한 정치, 군사적 긴장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화의 빌미가 되고 있음을 우려하며 평화조약 체결, 대북 제재 해제 등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통일을 위해 굳건한 연대를 이어갈 것이다.
셋째, 우리는 왜곡된 역사관에 기초한 역사 교과서 문제가 한일양국의 미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고 오늘의 삶을 바로잡아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기억과의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넷째,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부의 이익을 위해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며 죄악이다. 한일 양국 교회는 사람을 이익창출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정의로운 경제구조를 위해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함께 기도하며 실천할 것이다.
다섯째, 최근 일본에서의 혐한시위와 함께 이주노동자 착취제도가 고착화된 한국의 상황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단일민족 신화가 남아있는 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한 단면이자, 이주노동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하는 폭력임에 분명하다. 한일교회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한 국제연합(UN)의 정신에 따라,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양국 교회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여섯째, 우리는 동경전력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교훈을 망각한 채 큐슈전력 센다이(川內) 핵발전소를 재가동한 일본 정부와 핵발전소를 증설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창조의 질서를 순식간에 파괴해 버리는 핵은 결코 안전한 미래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즉각 실시하고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의 개발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전할 것을 한일 양국 정부에 촉구한다.
일곱째, 우리는 6자회담 당사국들 중 4개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6자회담 당사국들의 2/3가 핵보유국이라는 모순을 접하며, 우리는 6자회담 당사국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하여 전 세계 비핵화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여덟째, 한일 양국 교회는 이른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하여 20년간 연대해 왔으며 이번 협의회에 앞서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된 제1200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여하여 사죄와 연대의 발언을 하였다. 우리는 침략전쟁의 포화 속에서 약자인 여성에게 저질러진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계속해서 요구해 나갈 것이다. 또한 양국이 경험한 아픔의 역사를 교훈 삼아 지금도 크고 작은 분쟁 가운데 인신매매와 성폭력 등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는 동북아시아 분쟁지역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이다.
아홉째, 우리 모두의 희망인 청년들이 비정규고용 등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으며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경제 질서 속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을 통감하였다. 우리는 청년들의 지혜와 용기를 존중하고 독려하며, 양국 청년들의 지속적인 만남과 평화 리더십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열 번째, 우리는 위와 같은 희망의 실천을 위하여 청년세대를 포함한 한일 양국의 지역교회 공동체들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지역 상호간 에큐메니즘을 강화하고, 한일 양국의 복음 선교의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다.
본 협의회에 참가한 한일 양국 교회는 위와 같은 과제들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연대협력의 시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2015년 10월 17일
제9차 한일 NCC 공동협의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