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인 모임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용 불가”

기독교 이름으로 현행 검인정 체제 유지 촉구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맞서기 위해 꾸려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독인 모임’(이하 기독인 모임)은 10월26일(월) 선언문을 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기독인 모임은 선언문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과서를 학계와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이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면서 국정화 목적이 “친일과 독재의 미화, 그리고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 온 기회주의의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역사교과서를 역사학자와 연구자 그리고 숙련된 교사의 손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토론해야 할 학습의 도구인 역사교과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마라. 어디까지가 감기이고, 어디까지가 독감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치가의 판단이 아니라 의사의 학문적 지식에 의한 것이듯, 역사교과서에 대한 판단도 검인정 체제를 통한 학계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인 모임은 끝으로 “민족 기독교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배우며,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게 검인정 체제를 유지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기독인 모임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긴급포럼 <쟁점분석!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바로알기>를 진행했다. 이날 포럼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덕양중 김영식 역사교사, 역사강사인 심용환 ‘깊은계단’ 대표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독인 모임이 발표한 선언문의 전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독인 모임 선언문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집과 편견으로 추진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사실상 확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그 본질을 숨기고 모든 것을 여야의 정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결단코 아닙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과서를 학계와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이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것은 역사교과서를 특정 권력의 이념에 맞추어서 다시 서술하기 위해서입니다. 친일과 독재의 미화, 그리고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 온 기회주의의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민족이 깊은 비탄에 빠져 있던 구한말에 이 땅에 들어와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애국계몽운동,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산업화와 근대화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김구, 김규식, 안창호, 이상재, 이승훈, 조만식 등은 한민족을 빛낸 민족의 지도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3·1 운동을 주도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운동을 이끌었던 것 역시 한국교회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4·19 혁명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따라서 역사는 특정 정치세력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역사교과서를 역사학자와 연구자 그리고 숙련된 교사의 손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토론해야 할 학습의 도구인 역사교과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어디까지가 감기이고, 어디까지가 독감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치가의 판단이 아니라 의사의 학문적 지식에 의한 것이듯, 역사교과서에 대한 판단도 검인정 체제를 통한 학계의 자율성에 맡겨야 합니다. 역사의 여러 국면들을 놓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그들의 미래를 자주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세계사 교과서를 보면 중세 교회의 문제점과 종교전쟁에 관하여 자유롭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서점에 가면 많은 기독교 비판 서적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시비 삼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정치가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가 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민족 기독교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배우며,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게 검인정 체제를 유지시켜 주십시오. 앞으로 닥쳐올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화 작업을 멈춰 주십시오. 더불어,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되는데 있어서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편향된 모습으로 찬동하며 지지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이는 우리의 부족함이며, 한국교회의 나약함입니다. 변화하겠습니다. 반드시 더 나아지겠습니다. 하늘의 하나님,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2015년 10월 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독인 모임
강우영 경동현 고상환 곽상배 곽일랑 구교형 권오현 김건호 김경락 김고운 김근주 김단영 김동춘 김명주 김병학 김성원 김성진 김승근 김승무 김신일 김응교 김의신 김주원 김지윤 김진경 김진아 김현철 김형원 김희연 나병웅 남오성 문모은 문정민 민상준 박경현 박서정 박소래 박수진 박예영 박윤만 박일수 박 총 방정훈 방창훈 배덕만 백동수 백성은 백승현 봉정호 서지숙 손세민 손예준 신강협 신경희 신다혜 신영욱 심규덕 심용환 안병찬 안정민 양정규 염주현 오승리 유승원 유시경 유일환 윤기종 윤성경 윤은주 이경민 이동희 이문식 이선태 이신우 이영주 이영철 이영희 이용권 이원우 이원혁 이재민 임대훈 임미라 임옥택 임현식 임효정 장충엽 장현호 전보규 전지혜 정국진 정도영 정문수 정민아 정민철 정선경 정영환 정인곤 조석민 조수희 조영광 최갑주 최상훈 최용석 최은상 최형만 하성애 하성현 한민영 허경 홍인기 황보영조 황진욱 
(2015년 10월 15일 발기인 총 1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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