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성결행동,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촉구

목회자·평신도 중심 행동은 교계에서 처음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 동문 및 학부, 대학원 재학생, 그리고 성결교단 소속 평신도 등 442명이 10월26일(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및 성결인 선언”(이하 성결인 선언)을 발표했다. 기독교계에서 예장통합 교단과 장로회신학대학교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으나 목회자 및 평신도들이 중심이 돼 반대 입장을 밝힌 건 성결교단이 처음이다. 
이번 선언은 서울신대 동문이 꾸린 ‘성결행동’이 주도했으며, 이들은 지난 22일부터 26일 정오까지 온라인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서명을 받았다. ‘성결행동’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354명이 뜻을 모아 ‘세월호 사건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및 성결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성결행동’은 성결인 선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역사 기술과 해석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정화가 특정 정권 편향의 획일화된 교육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며 정부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모든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김상준과 정빈에 의해 설립된 교단이다. 김상준은 미국인 선교사 카우만과 길보른이 만든 일본 동경성서학원에서 공부했고, 1907년 귀국해 정빈과 함께 종로구 염곡 인근에 한국 최초의 성결교회인 중앙복음전도관을 세웠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및 성결인 선언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우리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정부는 잘못된 방향을 돌이켜 포기하기를 촉구합니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독재시대의 유물인 국정화는 그 폐단이 증명되어 검정체제로 바뀌어 실행되어 왔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내용의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열린 학습을 시행해 왔습니다. 
정부는 역사를 거슬러 사실이 아닌 것을 무책임하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국민적 합의에 입각한 정확한 역사기술로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현행 검정제를 통해 검토하고 인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종북몰이와 달리 공신력 있는 평가를 거쳐 현 정부 하에서 검정을 통과했던 교과서입니다. 자신들이 해온 행정을 뒤집으며 자신을 부정하는 이유는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추정이 가능합니다.
국정제를 추진하며 밝힌 정부 측의 주장은 하나같이 근거가 불확실하거나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 것이기에 크게 염려합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국민들의 눈과 입을 가리는 것은 결코 존중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감추고 무시하고 심지어 미화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과거를 고백하여 돌이키고, 그것이 다시는 이 땅에서 재현되는 일을 막는 것이 바른 방향입니다.
부끄러운 역사의 과정에서 친일과 독재에 동조하는 행적을 보였던 이들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돌이킴 없이 우리 역사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친일 식민사관인 뉴라이트의 왜곡된 역사관에 근거한 식민지 근대화론이 역사책에 기록되면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에 대해 비판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참으로 심각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1948년 건국설과 친일 매국한 자들을 대거 기용한 이승만을 국부로 높이자는 주장은 1948년 이전의 독립운동사를 말살하고 친일 매국한 인사들을 건국공신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반민족적 반국가적 반역행위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있으므로 반헌법적인 주장이기도 합니다.
군사독재의 잔재 역시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쿠데타는 단죄할 수 없다는 말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독재는 악이고 독재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결코 미화되어서는 안됩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이 무참히 유린되었던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오늘의 역사를 바르게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길입니다.
우리는 현 검인정 체제를 근거없이 종북 운운하며 매도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의도가 현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뜯어 고쳐 학생들과 국민들의 역사관을 경도하고,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장악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정부든 특정 권력의 의도에 맞게 교과서를 만들어 미래세대의 역사인식을 그르치는 것을 방임할 수 없습니다. 친일과 독재부역 등 기회주의의 역사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될 때 역사인식이 바르고 그 역사인식의 기초 하에 정의와 평화와 평등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의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권력의 의도에 따른 국정교과서 추진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확하고 의로운 방향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에 반대하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모든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15년 10월 26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결행동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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