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신대 강단에서 “5.16은 혁명, 4.3은 폭동” 강의

학생회 거센 반발…학생회 “예견된 사태”

 

육군훈련소장 출신 강사가 한신대학교 강단에서 “4.3제주 항쟁이 ‘폭동’이고, 5.16군사쿠데타가 ‘군사혁명’”이라는 취지의 강연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사실은 문제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이 학교 학생회 커뮤니티 성격의 페이스북 페이지 ‘한신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익명으로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은 “지난 달 29일 한신대 교양과목 ‘국가안보론’ 수업에서 강사 김정호 씨가 ‘제주 4·3 폭동, 5·16 혁명’이라고 적힌 파워포인트 수업자료를 갖고 강의를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고 11월2일(월) 보도했다. 강사 김 씨는 이 신문과의 접촉에서 “이 강의에서 『국가안보론』(조영갑 저)이라는 책을 쓰는데 이 책에 나온 대로 용어를 생각 없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장로로 알려졌다. 
한신대 학생회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한신대학교에서는 한국사학과 학생들이 가장 먼저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역사학도 성명서를 조직했고, 전국 대학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은 교수님들이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선언에 참여했다. 바깥에서는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역사를 말했지만, 정작 학내에서는 국가폭력을 숭상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 국가안보론 폐강 △ 학교 측의 공개 사과 및 재발방치 대책 수립 △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점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조치 마련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생회는 이미 예견했던 사태라고 했다. 신학과 13학번 김진모 씨는 “지난 여름방학 때 이미 강사, 교재, 커리큘럼 등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 그래서 당시 연서명을 받아 총장실, 교무처, 교양대학, 학사지원팀 등에 제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해당 과목은 학사장교 지망생을 위해 개설한 과목”이라는 입장이다. “아무리 장교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라도 5.16을 혁명으로, 4.3을 폭동으로 가르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강사가 <한겨레신문>에 밝힌 대로 강의 교재에 나온 용어를 쓴 것이다. 수업 중 이뤄진 해프닝으로 여겨 달라”고 해명했다. 또 강의 폐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회는 강경입장이다. 우선 2일(월) 오후 학사지원팀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김진모 씨는 “강의 내용에 문제가 있지만, 폐강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다.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 나갈 것”이란 방침을 내비쳤다. 
아래는 이 학생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한신대학교는 “4.3제주 항쟁이 ‘폭동’이고, 5.16군사쿠데타가 ‘군사혁명’이다”라고 가르칠 것입니까?>
10월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신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매우 충격적인 익명 제보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한신대학교 2015년 2학기 교양수업 가운데 하나인 ‘국가안보론’ 수업 중에 강사 김정호씨가 학생들에게 “4.3제주 항쟁은 4.3제주‘폭동’이고 5.16군사쿠데타는 ‘군사혁명’이다”라고 강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보자의 추가 제보에 따르면 이번 중간고사 문제 중 1번 문제는 애국가를 4절까지 써내는 것이었고, 거의 매번 학생 한 명이 ‘차렷, 경례’ 구호를 외치고 인사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육군 예비역 장성이 ‘대내적, 대외적 위협을 인식’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안보론’이라는 수업을 국방부 발행 국방백서를 교재로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되어 수많은 한신대학교 학생들과 동문, 이웃들이 수업 개설 반대 서명을 모아 학교 당국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총장실, 교무처, 학사지원팀, 정조교양대학에 서명을 제출했지만 학교 당국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없었으며, 결국 수업은 개설되어 마침내 한신대학교 강단에서 “4.3은 폭동이고, 5.16은 군사혁명이다!”라는 강의를 듣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인해 우리의 근현대사가 심각하게 왜곡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신대학교에서는 한국사학과 학생들이 가장 먼저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역사학도 성명서를 조직했고, 전국 대학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은 교수님들이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선언에 참여했습니다. 바깥에서는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역사를 말했지만, 정작 학내에서는 국가폭력을 숭상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수업은 한신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이 땅에서 절대 진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에 의해 3만 여명이 넘게 학살된 4.3항쟁을 폭동으로 왜곡하는 수업은 ‘국가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5.16쿠데타가 군사혁명이라고 말하는 예비역 장성은 절대 양심적이고 학문적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한신대학교 학교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제주 4.3항쟁은 ‘폭동’, 5.16군사쿠데타는 ‘군사혁명’이라고 가르치는 강사의 수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학교당국은 수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강사 김정호씨에게 발언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십시오.  
둘째, 이 사태는 이미 국가안보론 수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토하지 않은 학교당국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학교당국은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십시오.  
셋째, 현재 국가안보론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됩니다. 이 사태가 학교당국의 교육적 책임인 이상,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점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십시오.  
우리는 이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위 요구가 관철되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힘과 뜻을 모아 싸울 것입니다.  
2015.11.1.
한신대학교 대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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