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 참석자들이 평양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제공= NCCK |
세계교회협의회(WCC)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이하 한반도포럼) 운영위원회가 지난 10월23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됐다. 한반도포럼은 지난 2006년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적 에큐메니칼 연대를 강화할 목적으로 WCC,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독일개신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등이 주축이 되어 발족됐다. 이번 평양 회의에는 WCC 공동의장인 장상 박사를 비롯한 WCC 관계자들과 박경서 대한민국 전 인권대사, 교회협 김영주 총무, 독일복음선교연대(EMS) 루츠 드레셔 아시아 국장, 스티브 피어스 영국 감리교회 아시아 총무, 평양주재 전 UN관계자 에릭 와인가드너 등 총 12명이 참가했다.
이번 운영위원회는 그간의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 활동에 대한 평가, 향후 활동방향에 대한 논의, 그리고 세계교회 인사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토론과 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이번 방문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토론했으며 특히 일본안전보장관련법안이 한반도 평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데 공감하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반도포럼 운영위원회는 이러한 논의를 모아서 평양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은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대북 경제제재 조치의 해제 등을 촉구했으며, 또 평화조약의 필요성과 평화공존을 위한 남북교회간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촉구했다.
이 호소문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평화와 화해를 통하여 인권실현을 모색한다”라며 인권문제를 언급한 점이다. 2009년 개정된 북한헌법은 “인민의 인권을 위해 국가가 봉사한다”라는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대표단의 일정에도 장애인, 노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설들을 다수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이러한 변화가 형식적인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호소문에서 인권과 관련한 문구가 포함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회협은 인권문제가 “인권이 정쟁을 위한 압박도구가 되거나 상호비방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인권의 보편적 가치는 평화와 화해를 통해서 증진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남북은 물론 모든 해외 참가자들이 공감한 결과”로 이 호소문에 포함되었음을 밝혔다.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 주요 관계자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NCCK |
한반도포럼은 남북한교회가 참여하는 국제협의기구로서, 이번 평양회의는 세계교회의 대표들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관계자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서 그동안 금기시 되던 주제를 실질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보다 발전된 남북교류의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 운영위원회 모임
2015년 10월 23-30일, 북한, 평양
“공의, 믿음, 사랑과 평화를 구하라” (디모데후서 2장 22절)
“한반도 평화와 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EFK) 운영위원회 위원들과 초청 인사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주선과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의 초청으로 2015년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방문 일정을 포함한 운영위원회 모임을 평양에서 개최하였다.
금번 EFK방문은 일본 식민지배로부터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 되는 동시에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남북분단이 70년을 맞는 해에 성사되었다.
EFK 운영위원회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에큐메니칼 교회들의 실천을 위한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10월 28일 모임을 개최했다. 이 모임에는 WCC, 조그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영국, 미국, 독일과 캐나다의 교회들 및 관련 기구들이 참가하였다.
방문을 포함한 이번 운영회의는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들, 특히 WCC가 남북교회들과 함께 해 왔던 긴 역사의 궤적을 함께 하면서 에큐메니칼 정책과 입장들, 특별히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WCC 10차 총회 성명(2013년 11월 8일 채택)과 한반도 정의, 평화, 화해를 위한 국제협의회(2014년 6월 17-19일, 스위스 보세이) 성명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번 모임은 한반도에서 개최된 최초의 EFK 모임이며 아울러 남북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이 남북의 평화와 화해에 초점을 맞춘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이번 방문을 통하여 EFK 위원들은 장기간 지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 더욱 강화된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생기 넘치며 자립적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북한 사회의 괄목한 만한 발전상을 목격하였다.
금번 EFK의 북한 방문의 목적은, 한반도의 현실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는 한민족 분단의 비극을 인식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화해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남북의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이들과 굳건한 국제적 에큐메니칼 연대를 다지기 위함이었다.
올 8월 남북의 걷잡을 수 없는 긴장 관계는 북한의 제안으로 대화가 성사됨으로써 긴장완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방문하고 있던 시기에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하여 남북 정부가 기울인 노력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북한을 겨냥한 정치적 대결과 위협은 대화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결실들을 무로 돌리고 가장 대화가 필요한 시기에 대화의 문을 막아 버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8월 WCC 총무가 말한 것처럼 , “도발은 평화로 가는 길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우리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본헌법 9조에 대한 재해석과 집단자위권에 근거한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안보법안 개정에 주목한다. 일본은 북한에 대한 군사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시나리오를 명백하게 인용하였다. 이는 평화 헌법 9조에 대한 재해석이 이 지역의 잠재된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평양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참가한 우리는 모든 교회와 관련 기구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신앙인들에게 이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은 목표를 위하여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연대하고 지지하며 행동해 줄 것을 호소한다.
-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온전히 이행할 것
- 한반도 부근에서 북한을 겨냥해서 벌어지는 모든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도발적인 무력시위, 정치적 대결과 위협 등 한반도의 긴장을 증대시키고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타격을 줄 뿐,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할 것
- 인권 문제의 대립적 오용을 반대하고, 대북 전단지 살포와 북에 대한 적대화 작업을 중단하며 화해와 평화를 저해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할 것, 평화와 화해를 통하여 인권실현을 모색해 나갈 것
- 1953년에 맺어진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할 것
- 남과 북은 상호 이해와 평화로운 공존, 화해와 통일을 목표로 삼고 존중과 인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것
- 남과 북의 교회들, 그리고 세계 신앙공동체들과 북한 기독교인들 간의 상호 교류와 만남을 장려하고 특별히 남북을 포함한 세계 청년들 간의 상호 교류와 방문을 증진할 것
- 남한 내 교회들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동포 신앙인들과 함께 교회협과 조그련 양 교회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에베소서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