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소장 정재현 교수)는 11월10일(화)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신학관 B103호에서 2015 가을 학술대회 <비움의 길: 신비주의와 과학신학의 만남을 통하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전철 교수, 이명권 교수, 이관표 박사. ⓒ사진=이인기 기자 |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소장 정재현 교수)는 11월10일(화)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신학관 B103호에서 2015 가을 학술대회 <비움의 길: 신비주의와 과학신학의 만남을 통하여>를 개최했다. 서울신학대 이명권 교수가 “상카라와 에크하르트의 공(空) 사상 비교연구”를, 한신대 전철 교수가 “케노시스 담론의 간학문적 조명과 신학적 함의”를, 연세종교철학연구회 이관표 박사가 “‘비움’을 바라보는 존재 사유의 시선: 후기 하이데거에서의 비움의 문제, 그리고 교토학파와의 대화가능성”을 발제했다.
이 교수는 8-9세기 인도의 상카라와 13-14세기 독일의 에크하르트를 비교하면서 두 사상가가 모두 참된 실재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비움’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움은 해탈(구원, 자유, 해방)의 첫 단계로서 이것이 없으면 초탈이 불가능하고 초탈하지 못하면 신성에로의 돌파도 불가능하다. 이 비움은 예수가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했던 것과 “마음이 맑은 자는 하느님을 볼 것이라” 했던 것과 상통한다. 에크하르트는 이것을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nichts willen), ‘아무 것도 알지 않고’(nichts wissen),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nichts haben) 것으로 설명한다.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소장 정재현 교수)는 11월10일(화)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신학관 B103호에서 2015 가을 학술대회 <비움의 길: 신비주의와 과학신학의 만남을 통하여>를 개최했다. ⓒ사진=이인기 기자 |
전 교수는 하나님의 비움(케노시스) 속에서 모든 생명이 자신의 자리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몰트만에 따르면, “이 시공간적이며 물리적인 세계를 창조하기 위하여 영원하고 완전한 하나님은 자신의 몸을 찢고 비워 세계를 위한 빈 공간을 마련하였으며, 바로 그 빈 공간에서 세계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생명의 자기비움도 “생명의 본질이자 이전의 생명의 능력을 초월하는 경험”이다. 인간의 자기비움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되게 하며 결과적으로 생명의 고양된 특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성서의 인간론과 문명론이 이를 잘 드러낸다. 전 교수는 케노시스를 본령으로 하는 이러한 인간의 자기비움이 오늘날 중요한 실천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교토학파의 공사상이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에서 발견되는 ‘인간,’ ‘존재자체,’ ‘인간과 존재자체 사이의 관계’와 동일한 비움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근원적 차원에서 동서양의 존재론과 공사상이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토학파는 대승불교의 공사상을 계승하여 “자기와 만물의 비움의 본성을 깨달아 끊임없이 자신의 집착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을 구원의 길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하이데거가 자기비움을 존재자체의 본질로 보면서 존재가 “자신을 은폐하면서 비우는 존재탈생기를 [갖고서] 자기를 내뺌과 동시에 다른 것들을 충만하게 만드는” 속성을 가졌다고 믿는 것과 통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러한 자기비움이 인간뿐 아니라 신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신의 자기비움과 인간의 자기비움이 나사렛 예수 속에서 명백히 겹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도 “스스로를 비워낼 때 신이 충만함에 이르실 것이며 동시에 신이 자기 자신을 무를 통해 비워주실 때 우리가 충만함에 도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