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장공관 입구. ⓒ사진=지유석 기자 |
채수일 총장의 경동교회 청빙으로 인해 한신대학교 안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대학원 원우회, ‘한신대민주화를지지하는 동문모임’ 등으로 구성된 한신대 대책협의회(이하 대책협)는 11월12일(목) 오전 학내 장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채 총장의 조속한 입장표명과 이사회의 후속조치 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채 총장은 지난 8일(일) 경동교회를 방문해 성도들에게 인사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협은 “채 총장은 오래전부터 경동교회 담임목사로의 부임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총장의 중도하차 소식을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신문기사들을 통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총장의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채 총장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사회는 총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입장을 조속히 표명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총장직선제’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책협은 지난 5일(목) 학교 법인 소속 직원이 학내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며 “법인 직원이라는 사람이 교내에서 사고를 내고, 그 어떤 사건 수습도 없이 달아났다가 학교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게 잡힌 사실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대책협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한신대학교 이사회는 채수일 총장의 중도하차 사태와 법인 직원의 교내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조속히 표명하라!!!
1. 한신대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신의 역사에서 함께 만들어 왔던 한신대의 정체성은, 최근 국가안보론 수업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또한, 박근혜식 대학구조구정에 앞장서며 일방적인 학사 운영을 추진했던 채수일 총장과 학교 당국은 그동안 차곡차곡 함께 쌓아왔던 학내 민주주의 역시 훼손했다. 현재 한신대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한신대의 정체성, 즉 한신성의 위기이며, 동시에 학내 민주주의의 위기다. 채수일 총장 하에서의 지난 6년은 이 같은 위기가 증폭되는 시기였다.
2. 이 같은 위기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채수일 총장에게 있다. 그러나 채 총장은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경동교회의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채 총장은 지난 6년간 총장직을 연임하며 학교를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 하나 없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학내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훼손하며 개정한 여러 규정을 원상복구하려는 생각은 아예 없다. 학교 정책에 반대했다고 징계로 위협한 학생들에게도, 자신에게 반대했다고 부당 해임한 비정규교수에게도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또한, 채수일 총장은 오래전부터 경동교회 담임목사로의 부임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총장의 중도하차 소식을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신문기사들을 통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총장의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채 총장은 끝까지 학내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총장의 중도하차가 학내에서 공분을 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수·학생·동문으로 구성된 한신대학교 대책협의회는 채 총장의 무책임한 처사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 그간 채 총장이 보여준 언행은 학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다고 판단된다. 이런 일련의 위기와 사태에 대해 이사회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사회 역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훼손된 민주주의와 한신성을 되살리고자 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사회는 총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입장을 조속히 표명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총장직선제”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
3. 한신대학교의 위기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교내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한신대학교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11월 5일 목요일 저녁, 음주 상태로 추정되는 한신대학교 법인 소속 직원이 교내로 차를 몰고 들어오다가 정문 앞 가드레일에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더욱이 사고 차량은 사고 수습 없이 그대로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는 뺑소니 사고였다. 사고 차량은 몇 시간 후 발견되었고, 차주가 법인 사무국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에 사고를 낸 사람이 학기 초에 학교 앞 호프집에서 술에 취한 채 전직 보직교수에게 “하일 히틀러”를 외쳤던 직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우발사건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간은 학교 앞에 많은 학생이 모여 있던 시간이었고, 교내에도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다닐 시간이다. 만약 사고가 가드레일을 넘어 인명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신대학교는 교통사고와 관련해서 잊지 말아야 하는 비극적인 기억을 지니고 있다. 2006년 교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소중한 학생이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사고로 아직도 몇몇 학생은 사고 후유증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법인 직원이라는 사람이 교내에서 사고를 내고, 그 어떤 사건 수습도 없이 달아났다가 학교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게 잡힌 사실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4. 이러한 일련의 위기와 사태에 대해 한신대학교 대책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한신대학교 이사회에 요구한다.
하나, 이사회는 앞서 언급한 한신대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좌시하면 안 된다. 이러한 위기의 해결책은 학내 민주주의의 복원과 한신성의 회복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하나, 채수일 총장의 연임을 결정한 한신대학교 이사회는 총장 중도하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일부 통감하고, 조속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하나, 새 총장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선출할 것을 요구한다. 한신대학교 대책협의회는 오랜 기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도출한 교수·학생·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총장직선제”에 대한 이사회의 동의를 요구한다.
하나, 이사회는 법인 직원의 음주 운전 및 뺑소니 교통사고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이 사고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한신대학교 대책협의회
(총학생회/학생대책위, 교수협의회, 대학원 원우회, 한신대 민주화를 지지하는 동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