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현장스케치] 해결점 찾지 못하는 감신대 내홍

▲감신대 학내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감신대 캠퍼스엔 “감신을 집어 삼킬 야욕을 멈추라,” “목사님, 정치는 국회 가서 하시죠”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감신대 학내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감신대 캠퍼스엔 “감신을 집어 삼킬 야욕을 멈추라,” “목사님, 정치는 국회 가서 하시죠”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규학 전 이사장의 인사전횡으로 촉발된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총장 박종천)의 내홍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감신대를 찾았던 지난 11월12일(목) 캠퍼스는 늦가을 정취가 완연했다. 그러나 캠퍼스 곳곳에 걸린 현수막은 이런 정취를 무색하게 했다. 현수막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학생들이 고소고발을 배우고 있습니다.”
“감신을 집어 삼킬 야욕을 멈추라.”
“목사님, 정치는 국회 가서 하시죠.”
현수막 글귀대로 감신대는 고소고발로 얼룩진 상태다. 지난 5월, 이 전 이사장이 퇴진하면서 감신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전 이사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 전 이사장은 감신대 유승리 총학생회장, 이은재 총여학생회장 등 총학생회 임원 12명을 고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현 김인환 이사장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진조위)의 활동을 막는데도 앞장섰다. 
이 전 이사장 사임 직후 전용재 감독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조위가 꾸려졌다. 진조위는 7월7일 600쪽 분량의 <감리교신학대학교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냈고, 8월26일 이를 감독회장실, 총장실, 법인으로 전달했다. 문제의 보고서엔 이 전 이사장이 측근 교수들에게 인사 특혜를 베풀었고, 법인의 자금 운영을 불투명하게 했다는 점이 적시돼 있었다. 
이러자 이 전 이사장과 현 김인환 이사장, 그리고 법인처 간 모 주임은 8월5일 법원에 ‘보고서 배포 및 공람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은 보고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으로 근거 없이 기술된 것”이라며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진조위 문건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전-현 이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현 김 이사장이 고소고발에 나서 지난 9월 진조위에 참여했던 조사위원 7인(전용재 감독회장, 최희천 이사, 박경양 목사, 유승리 총학회장, 이은재 총여 회장, 유경동 교수, 송순재 교수)을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를 씌워 추가 고소했다.  
학생들 총장실 점거농성, 이정배·송순재 교수 사퇴, 오성주 교수 종탑 올라
 
▲감신대 사태가 고소고발로 비화되는 와중에 박종천 총장은 아무 존재감이 없자 학생회는 지난 10월20일부터 총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총장실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 와중에 박종천 총장은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학생들은 박 총장에게 학내 사태의 해결의지를 보이라며 지난 10월20일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교수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송순재 교수와 이정배 교수는 10월27일 오후 감신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얼어 교수직 사직을 선언했다.
 
송순재 교수는 “이제 은퇴를 1년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 사태로부터 물러나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 가공할 만한 전모를 파악하게 된 이상,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교수들 중 가장 연장자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만일 이 사태가 정도(正道)를 따라 올바르게 해결되지 않는 한, 이번 학기로 교수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정배 교수도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 우리 감리교단의 미래인 이들을 내키는 대로 고소했고 자기들 불법을 덮고자하는 행태에 대해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감신대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시, 하느님의 의가 사라진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 정상화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저는 2015년 2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떠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기독교교육학과 오성주 교수는 11월9일 오전 교내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랐다. 오 교수는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 채 종탑에서 기도 중이다.
  
▲감신대 사태가 고소고발전의 양상을 띠는 가운데 이 학교 기독교교육과 오성주 교수는 학내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며 11월9일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라 기도에 돌입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오 교수는 종탑에 오르기 전인 7일 참회선언을 발표했다. 오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고소 당한) 학생들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목자를 세우려면 신실하고 정직한 선지동산을 회복해야 한다는 일념 아래 거짓과 불의, 욕심과 비겁에 맞서 선한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군이요 동역자’로 쓰임 받아야 할 우리의 제자들이 권력과 법의 이름으로 심판을 받게 된 작금의 사태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도모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는가? 총장은 지금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의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가? 이사장은 누구를 위한 이사장인가?”
기자는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자 유승리 총학생회장을 만났다. 감신대 총학생회는 17일(화) 신임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렀다. 따라서 유 총학생회장의 임기는 끝난 셈이다. 그러나 전·현 이사장의 고소고발로 인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아래는 유 총학생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감신대 유승리 총학생회장 ⓒ사진=지유석 기자
-.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퇴를 선언한 이정배 교수는 지난 10월20일 촛불기도회에서 “교단 정치 바닥에서 돈으로 산 명예를 가지고 세상 속 제왕보다 더 큰 종교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은, 급기야 모교 감신마저 정치판으로 만들었고, 감신 교정은 정신을 팔고 복음을 파는 매춘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혹시 교단정치와 관련 있다고 보는가?

이번 사태는 철저하게 법인 이사회의 잘못이 근본원인이다. 이사회 구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사회는 모두 19명으로 꾸려진다. 감리교는 연회가 모인 구조다. 연회에서 감독으로 선출되면 감신대에 이사 1명을 파견할 수 있다. 
전국 연화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이사로 온다. 즉, 교단 정치의 축소판이란 말이다. 감리교단 신학교는 협성대, 목원대, 감신대 이렇게 세 곳인데 감신대는 서울에 위치한데다 역사도 오래되고 하니 정치권력 구도 안에서는 감신대 출신의 권한이 가장 크다. 안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도 존재한다. 특히, 감신대 이사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자리다. 이사를 지낸 분들이 감독회장에 출마하기도 한다. 현재 이사회의 모 이사는 이미 2017년 감독회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현 김인환 이사장 역시 서울남연회 감독 출신이며, 감독회장을 넘보고 있다. 이사회 내 이규학 전 이사장 쪽 인사들이 있는 한 배후에서 사태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본다.    
-. 전·현 이사장이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법적 싸움을 계속할 방침인가?  
나 하나만 놓고 보자. 현재 법원에 계류된 사건만 9건이다. 혐의도 명예훼손, 업무방해, 재물손괴, 절도, 비밀보호 침해 등 다양하다.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법원에서 판사가 배정되면 약식명령이 떨어지고, 1주일 이내 재판을 청구하면 재판이 열린다. 재판에 임할 것이다. 도와주는 변호사분이 계시는데 “선고유예가 가능하다”는 언질을 받기도 했다. 
-. 총학생회 임기를 마쳤지만, 학내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학내사태는 학생들 손을 떠났다고 본다. 전·현 이사장들의 법적 조치로 인해 학내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 5월엔 ‘이규학’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목표가 너무 많아졌다. 무엇보다 교단 정치가 사태의 뿌리여서 어려운 싸움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올해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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