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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직자들이 선봉에 서라

경찰의 물대포 진압 공방에 부쳐

▲지난 11월14일(토)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참가자들과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한 가운데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쓰러진 백 씨와 그를 부축하려는 시민들을 향해 계속해서 물대포를 발사했다. ⓒ사진출처=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성직자,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성직자의 임무는 ‘십자가’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예수 그리스도 스스로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제자들, 그리고 초대 교회 주교들은 십자가를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 11월14일(토)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이뤄진 경찰의 물대포 진압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 과정에서 전남 보성군 농민회 백남기 선생(69세)이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해매는 중이다. 한쪽에서는 ‘전문시위꾼,’ ‘도시폭동’ 운운하며 경찰을 감싸고, 다른 한쪽은 ‘폭력경찰,’ ‘살수테러’로 맞서며 경찰을 성토한다. 
언제부터인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노선을 따라 서로를 비방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차라리 정치적인 대립이라면 좋겠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개입,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등 이념노선을 초월하는, 정부와 사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문제가 진보-보수의 대립 구도로 바꿔치기 됐다. 이런 대립을 부추기는 장본인은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이었다. 
지금도 한 명의 생명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불법’ 공방으로 날을 지새운다. 백보양보해서 백 선생이 불법시위를 했다고 하자. 법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또 시위대의 불법이 문제가 된다면, 정부가 뜨거운 감자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 역시 문제다. 사실, 무게로 따진다면 정부가 저지른 불법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결국 물대포 사용은 공권력이 시시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행위일 뿐이다. 
경찰의 강경진압 공방...침묵하는 그리스도교 
아무튼, 이념공방의 와중에 민중총궐기의 본질, 즉,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재계에 일방적인 노동법 개정’이라는 쟁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어쩌면 이 같은 사태전개는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이 바라는 방향일 것이다.  
이 와중에 그리스도교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나마 가톨릭은 정의구현사제단이 16일(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를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노동정책,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반면 개신교계는 잠잠하다. 그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를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나란히 성명을 내고 파리 테러에 유감을 표시했다. NCCK가 뒤이어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것이 전부다. 
정권이 힘으로 국민을 찍어 누르는 시절이다. 다시 말하지만, 성직자, 특히, 목사와 사제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사명자들이다. 
오는 12월5일(토)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만에 하나 경찰이 강경진압을 예고한다면 목사, 사제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가장 먼저 물대포를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 한다. 
성직자들의 순교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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