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11월14일(토)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선생이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에 19일(목)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촛불예배에서 향린교회 김숙영 교우는 그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국가권력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했다.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가운데 한 성도가 20일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열린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미사'에 참석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사랑이신 하느님,
당신은 이 땅의 미세한 소리도 들으십니다. 절규할 힘조차 없는 이들의 한숨소리를 들으십니다. 당신에게 구하기 위해 커다란 확성기도, 정연한 논리도 필요치 않다는 걸 압니다. 주님 당신에게 탄식으로 기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14일 공권의 폭력에 쓰러지신 백남기 님과 함께 기도합니다. 그는 정직하게 땅을 일구며 소출을 기뻐하던 빈한한 농부입니다. 그는 나라님들이 농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입니다. 정부는 수확에 대한 농부의 기대를, 농부의 소박한 호소를 직사 물대포로 날려버렸습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모일 수 있는 자유를 원천봉쇄했습니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오직 대통령 한 사람만을 보호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살려야 할 정부는 지배층만 보살피느라 일사불란합니다. 소수를 지켜주기 위해 이 나라의 공권력은 매일 단단한 철벽을 치고 민중을 향해 살수 무기를 쏘아댑니다.
불법생명이 없듯 불법시위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삶에 대해 요구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맞서 저항할 자유가 있습니다. 차벽을 쌓아 비판의 목소리를 가두고 유해한 물질을 민중의 얼굴에 쏘며 입막음하는 국가권력이 불법이자 폭력입니다. 고통의 몸부림에 대하여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공권이 폭도입니다. 안 되면 조작하고 왜곡해서라도 진실을 덮어버리고 거짓을 날조하는 정권이 바로 선동세력입니다.
낮고 작은 자의 곁에 계신 하느님,
비판은 저희의 몫이나 심판은 주님께서 해주십시오. 악을 멸하시고 이 땅에 정의를 세워주십시오. 한평생 아파하는 사람들과 의로운 싸움을 해 오셨던 백남기 선생을 보아주십시오. 그의 어깨를 만지시고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사랑하는 딸과 손자와 이 땅을 평화로이 거닐 수 있도록 주님 여기에 오셔서 함께 해 주십시오.
한숨 같은 간구의 소리도 들으시고 끝내 민중을 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