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아래 목자단)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목사에 대해 간첩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는데 대해 공안몰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1월12일(목) 자정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8층에 있는 김성윤 목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김 목사의 자택과 최재봉 목사의 자택에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예장합동 소속의 김 목사와 감리교단의 최 목사는 모두 목자단에서 활동해온 목회자들이다.
목자단은 주한미군의 탄저균 반입에 항의하는 시국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탈북자 김련희 씨의 북한송환을 돕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국정원과 경찰은 두 목사가 탈북자 김련희 씨의 북한송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고 보고 있다.
이 와중에 보수 언론은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24일(화)자 기사에서 “(북한 대남공작조직) 225국으로부터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종교·노동계 좌파단체 간부들과 지하조직을 만들고 반정부 여론을 조성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잠입·탈출 위반) 등으로 목사 김 모 씨(51)를 13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목자단은 ‘공안탄압이며 날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목자단의 이적 목사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련희 씨 북송 문제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리니 목자단을 반국가단체로 낙인 찍으려하는 것 같다. 특히 김성윤 목사는 목자단의 가장 약한 고리다. 김 목사가 지난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됐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지난 1992년 10월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며, 95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 글쓴이]
한편 최재봉 목사는 김 씨 북송 관련 대외협력 업무를 도맡았다. 마침 최 목사는 압수수색이 이뤄지던 시점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국정원은 최 목사의 방중을 북한공작원과 접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상은 3년 동안 1만원 씩 적립해 중국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말이다.”
▲국정원이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소속 두 명의 목사에 대해 간첩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가운데 <채널A>는 13일(금)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채널A 화면 갈무리 |
국정원 전격 압수수색, 보수언론 부풀리기
국정원이 간첩혐의를 씌워 관련자를 전격 구속하고, 보수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광경은 일종의 ‘공식’이다.
현재 김 목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최 목사는 25일(수) 오전 국정원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나왔다. 목자단의 박병권 목사에 따르면 최 목사는 15분 만에 조사가 끝났다고 했다. 박 목사는 “만약 혐의점이 확실하면 그 자리에서 최 목사를 체포했을 텐데 국정원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는 국정원이 무리한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눈에 띤다. 이 신문은 김 목사와 관련해 “목사 김 씨는 총신대 출신으로 간첩단 남한조선노동당 조직원이기도 했다. 2008년 9월부터 1년간 통진당(통합진보당) 당기위원장도 맡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통진당이 출범한 시기는 2011년 12월이었다. 2008년 시점에 당기위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통진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 등 진보진영 단일화로 꾸려진 정당이기 때문이다.
목자단은 지난 16일(월)부터 기독교회관 건너편 소공원에서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종교탄압 공안몰이 중단 농성 투쟁>에 들어갔다. 수감 중인 김 목사 역시 24일(화)부터 옥중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이적 목사는 “공안탄압이 중단되고 김 목사가 풀려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