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종교개혁, 현대사회 형성에 절대적 공헌”

이양호 교수, “종교개혁이 유산과 현대 사회” 강연에서 주장

▲이양호 연세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이 100주년을 맞이하여 <신학의 유산과 현대사회>라는 주제로 기념강연을 진행하는 가운데, 11월 30일(월) 오후 3시에 마지막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자는 이양호 연세대 명예교수이며 주제는 “종교개혁의 유산과 현대 사회”이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은 현대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강의를 전개했다. 첫째, 종교개혁은 현대인들을 종교의 속박으로부터 자유하게 했다. 종교개혁가들은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을 주장함으로써 많은 종교적 행위들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그 동안 종교가 자식을 제물로 바치게 하거나 심청전에서처럼 공양미나 처녀를 제물로 바치게 하는 등 인간을 괴롭혀왔는데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이 종교의 본질로 제시된 것이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의 질료적 원리는 은혜로 의롭게 됨(justification by grace)”이라는 폴 틸리히의 말을 인용하며, 은혜로 믿음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득의하게 되는 것이 신앙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믿음은 원인이라기보다 은혜의 통로이다. 
한편, 루터가 ‘오직 믿음’을 주장했다고 해서 행함이 없는 믿음을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루터는 “사람들은 나를 선행의 선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루터의 『로마서 서문』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앙은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일로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우리를 하나님에게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 옛 아담을 죽이고 마음과 지성과 영성에 있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신앙은 살아있고 분주하고 능력 있는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선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행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행하는 것이다. 그런 선한 일을 하지 않는 자들은 불신자이다.” 
둘째, 종교개혁은 현대 민주사회의 발전에 공헌했다. 종교개혁자들은 “그리스도인은 만물 가운데서 가장 자유로운 주인이며, 아무에게도 예속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만인이 제사장이라는 사실을 주장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자녀들이다. 그리스도 이외의 어떤 사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기도하여 하나님께 다가간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계급에 속하며, 아무런 차이도 없다. 직책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루터는 만인 제사장설에 의해 인간의 평등성의 원리를 천명했다. 그는 중세의 조작적인 계급들, 즉, 귀족과 농민, 성직자와 평신도 등을 비판했다. 
칼빈도 루터에 이어 이 자유의 정신을 더욱 발전시켰다. 칼빈은 정부의 형태를 언급하면서, 고대 철학자들이 말한 바대로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가운데 귀족정과 민주정이 혼합된 형태가 가장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과 관리를 선택할 자유가 국민에게 있다고 보았고, 권력의 분립을 주장했다. 대의민주주의의 씨앗이 종교개혁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이러한 칼빈주의 사상이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미국(청교도)에까지 퍼지며 지금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셋째, 종교개혁은 자본주의정신의 발달에 기여했다. 루터는 당시의 급진주의자들이 주장하던 공유 재산제도를 비판하고 사유 재산제도를 옹호했다. 루터는 두 왕국론을 기반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왕국을 위하여 재산에 대한 욕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상 왕국의 측면에서는 돈, 재산, 명예, 권력, 땅, 종을 소유하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재산의 공유화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성서를 근거로 설명했다. 초대교회는 그들의 모든 재산을 공유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어 놓으면서까지 구제의 노력을 하는 열정을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종교개혁자들은 심한 고리대금업과 이자 수취를 금지했지만, 상업을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칼빈은 돈을 증식하여 열매를 맺는 것을 합법적이라고 보았다. 이 정신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계승되었고 모든 합법적인 소명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똑같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루터의 직업소명설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중세에는 성직자와 수도사가 되는 것만이 소명이었지만, 사실 거리에서 일하고 걷고 서고 먹고 마시고 하는 모든 것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일이고 선행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다.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며, 이 소명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타인을 위하여 창조되었으므로 다른 이를 섬기는 것이 곧 하나님께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한국사회의 청년실업 문제와 연관지어 청년들에게 직업을 주는 것은 교회가 할 일이며 국가의 소명이다.  
넷째, 종교개혁은 복지사회를 형성하는데 공헌했다. 교회의 집사를 뜻하는 ‘deacon’은 구제를 뜻한다. 초대 교회는 헌금을 교회법대로 4등분하여 교직자, 가난한 자, 교회 및 다른 건물들 보수, 가난한 나그네를 위하여 사용했다. 즉, 적어도 헌금의 절반을 가난한 자의 몫으로 사용한 것이다. 현대교회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종교개혁자들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했지만, 이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 증언하는 대로 곤궁한 자들을 돕는 것이 곧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므로, 이를 위해 재산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마지막 다섯째, 종교개혁은 근대 문화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이성, 특히, 과학 등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인상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루터는 에라스무스와 같은 인문주의자들이 오히려 세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종교개혁자들은 한 송이 꽃에도 주목하곤 했다. 그 꽃에서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종교개혁자들은 철학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루터는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를 높이 평가했는데, 그의 업적은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주실 만큼 선한 것이라고 보았다. 루터와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께서 인문주의를, 즉,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다시 일으키셨으므로 그것을 ‘세례요한’으로 여겼다. 다가올 영적 부흥과 종교개혁의 길을 예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소년,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 그들을 가르칠 것을 주장했다. 즉, 보편적 공교육, 의무교육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공중도서관을 세워 희랍과 로마의 고전과 법률, 의학, 예술, 과학, 역사에 걸친 저서들을 비치할 것을 주장했다. 
칼빈도 과학과 학문의 연구를 장려하며, “천문학은 알면 알수록 즐겁고 장대하며, 하나님의 놀라운 진리를 보여준다. ... 이들이 다룬 주제의 책들은 찬미하며 읽어야 한다. 동시에 이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인가? 참된 선을 빼앗김에도 하나님은 인간본성에 많은 것들을 남겨주셨다”라고 말했다. 칼빈주의가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학계에서도, 아니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당시 프로테스탄트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도적 위치를 담당했었다. 후에 칼빈주의자들은 더 많은 과학적 발전을 이룩했다. 막스 베버는 이들에 대해, “과학적 연구에는 극구 인내가 필요하다. 청교도의 금욕적 성향이 과학발전에 공헌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청교도 정신이 영국에서 꽃피어서 과학발전,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일으킨 토대가 된 것이다.  
이양호 교수는 종교개혁이 현대사회를 형성하는데 절대적으로 공헌했음을 다시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 공헌에 비겨볼 때, 현대 세계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빈곤하다. 생기가 없고, 모방과 반복에 사로잡혀있다. 우리는 다시 프로테스탄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우리 한국교회는 중세처럼 행동하고 있다. 모양은 개신교를 표방하나, 자유가 아닌 속박, 나눔이 아닌 부의 축적을 일삼고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라고 했는데, 진리는 과연 잘 작동되고 있는가? 사명은 사역자들만 하는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우리의 교회는 평신도들을 기쁘게 해주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풍요롭게 하며 창의성을 북돋아 주고 있는가? 이러한 반성과 물음에 대해 해법이 될 만한 메시지를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 계승자들인 프로테스탄트들의 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종교개혁 시대의 영광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이 땅 가운데 제 2의 부흥과 개혁을 가져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왕국의 측면에서도, 세상의 왕국의 측면에서도 말이다.

글/ 송승규(객원기자 / 연세대 신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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