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득 교수가 기독교사를 위한 역사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옥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개화기 조선사회에 다양한 역사관이 존재했다”며 국정교과서가 반역사적인 것임을 드러내 주목을 모았다. ⓒ사진=신경택 객원기자 |
<기독교사를 위한 역사 특강>의 세 번째 강연이 11월30일(월) 용산구 소재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특강의 주제는 “개항기 한국사 논쟁점과 한국 기독교사 이해”이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인 옥성득 교수가 진행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특강에서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사를 다룬데 이어 이번 주는 강점기 이전 개항기의 한국사에 대해 다루었다. 강의는 전체적으로 개화기 당시의 역사관과 사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옥 교수는 "개화기 조선사회에 다양한 역사관이 존재했다”며 국정교과서가 반역사적인 것임을 드러내 주목을 모았다.
옥 교수는 먼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나라 역사학의 조류를 개괄했다. 개항기로부터 조선에서는 서양의 근대 역사학파들의 사상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910년에는 박은식, 장지연, 신채호 등이 중심이 되어 민족주의 학파가 활동을 전개했다. 1925년부터는 실증주의 랑케학파가 등장했다. 실증주의 학파는 대부분 일본 유학파와 전문 역사학자들로서 사료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했다. 그리고 1935년에 이르러 실증주의 사관에 대항하며 마르크스 학파가 등장했다.
이렇듯 세 가지 역사연구의 조류가 지나가는 동안, 해방 전 우리나라의 역사학계에서는 세 개의 지배적인 역사관이 형성됐다. 정의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중사관, 독립과 자본주의, 문명화를 강조하는 민족사관, 그리고 도덕적 이기주의와 강한 정부, 자유시장을 강조하는 뉴라이트가 그것이다. 이 세 개의 역사관은 끊임없이 서로 대립했고, 결국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됐다.
옥 교수는 개화기의 사관으로 강의의 초점을 옮겨서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퍼지던 이론이 사회진화론이었다고 소개했다. 자연의 세계에서 적용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리가 인간사회에서도 적용된다는 내용의 사회진화론은 동아시아에도 전파되어 일본과 중국, 한국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세 나라는 다들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회진화론에 대처했다. 중국은 사회진화론과 제국주의의 대두 앞에서 기존 중화주의의 한계를 인지했고, 결국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생존을 도모했다. 반면 일본은 제국주의 이론인 동아주의를 도입해 식민지를 통한 생존을 도모했고, 이는 아시아 침략으로 이어졌다. 조선에서는 초기에는 중화주의와 동아주의의 타협책을 모색했지만 이내 타협책의 한계를 느끼고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비롯한 새로운 이론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당시에는 중간계층의 신분변화가 진행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변화의 와중에 다양한 사관들이 존재하게 됐다. 중인, 향리, 서얼, 서북인, 무반으로 이루어지는 조선사회의 중간계층들이 개화기에 이르자 일부는 외부문물의 도입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계층이 상승한 반면, 일부는 사회변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완전히 몰락해 버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회변동의 과정 속에는 수많은 역사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옥 교수는 역사란 이처럼 다양한 입장들이 서로 대립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만들고, 그 다양한 관점이 축적되어 서술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글/ 신경택 (객원기자/ 연세대 신학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