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8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지하드 추종자들이 저지르는 참혹한 공격의 희생자들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의회가 테러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들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포비아를 조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이 같은 성명에 대해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물론 백악관과 각국 지도자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저질이며, 그의 발언도 모욕적 언사와 독설들"이라며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역대 총리들이 미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논평을 자제해 온 관례를 깨고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을 초래하고 쓸모없으며 완전히 틀렸다"며 "그의 발언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트럼프가 다른 누군가들처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우리의 유일한 적은 급진 이슬람 뿐"이라고 적었다. 외국의 선거에 대한 언급을 삼가 온 캐나다 역시 이에 동참했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캐나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미국과 이처럼 동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에도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특히 2001년 9.11 테러를 언급한 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9.11 테러 당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조치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건물과 도시를 폭파하려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한 후,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1만 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격리했던 데 대한 언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