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윤리연구소가 지난 14일 오후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 홀에서'목회자 이중직'을 주제로 제8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성직"에 누를 끼치는 이중직이라는 부정적 시선 보다는 불가피한 현실 적응을 넘어 성도들의 삶의 현장을 밑바닥부터 체험하여 직분에 더 충실히 임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개진되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승호 박사(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는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성서적 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교회성장시대' 에는 목회자 이중직 이슈가 대두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의 '교회정체시대' 를 기점으로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목회자 이중직은 한국교회의 핫이슈로 떠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현재 침례교단의 전면적 허용을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들이 대체로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직 목회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목회자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특별한 경제적 지원이 없는 한 대부분의 개척교회들은 교회의 사례비만으로 목회자 가정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목회직과 함께 세속직을 겸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다.
김 박사는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목회활동에만 전념하는 전임제 목회를 일반적인 목회 유형으로 이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서적 신학적 입장에서는 목회자가 어떤 상황 하에서도 이중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전면적 거부를 함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하고, "오히려, 루터가 행한 것처럼, 목회자가 가족의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 목회직과 세속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 자체가 책임윤리적 차원에서 긍정적 행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박사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 의하면 목회자를 포함하여 모든 성도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도록 부름 받은 존재들"이라 말하고, "그렇다면, 개인이 이중소명을 받은 경우 목회직과 세속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면서 "해외선교 현장에서 비즈니스 선교 개념이 현대 선교의 한 유형으로 인정되고 있듯이, 목회 현장에서도 이중직 목회 개념이 다양한 목회의 한 유형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한국교회의 전통과 역사를 고려할 때, 목회자 이중직은 전임제 목회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전임제 목회를 보충하는 하나의 목회 유형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직업윤리 및 목회윤리 차원에서, 이중직 목회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한점들을 극복하는 방안 역시 마련될 필요가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인가는 이 이슈에 대한 더 다양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불씨가 될 것"이라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교단들이 이중직을 허용하도록 범 제도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목사들의 투잡의 현실 불가피성을 들었다.
정재영 교수는 이러한 현실 가운데 "교회가 변해가는 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교회가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사회 활발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공동체 자본주의 운동'의 교회 및 목회자 참여를 독려했다.
정 교수는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 등에서 실제 일을 담당해야 할 주민들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 지적하고, "이런 일에 목회자와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다양한 대안 경제 운동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참여하며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공동체화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목회의 지평도 더욱 의미 있게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