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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여] 북한 체제는 기독교를 어떻게 응용하였나?

정지웅 교수(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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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대)

주체사상이 종교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두된 수령론은 북한에서는 기독교의 기독론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수령이란 생명체의 뇌수로서 집단의 생명을 이끄는 지도자를 지칭한다. 김일성의 신격화는 김정일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김정일은 1974년에 유일사상 확립 10대원칙을 발표하면서 김일성 신격화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추종세력들은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들로서 항일무장투쟁 참가자들의 후손들과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의 후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당, 정, 군 주요부서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국내파 2세대 이론가들로 이들을 중심으로 김일성 신격화 작업이 추진됐다. 김정일은 선전선동부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간중심론의 주체사상을 응용하여 김일성의 신격화와 절대찬양 지지를 더욱 강렬하게 주도했다. 이때 김일성의 친가와 외가 그리고 부모를 비롯한 김일성 일가의 항일투쟁설이 신화처럼 첨가되었고 혁명적 가정으로 찬양되기 시작했다. 1975년 10월호 당 기관지인 『근로자』에는 당창건 30돌을 기념하는 특집 논문들이 실렸는데 이때 수령론이 더욱 강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사회정치 생명체론은 김일성의 신격화 과정과 함께 수령중심론으로 그 강조점이 옮겨가게 됐다.

"혁명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고귀한 것은 사회정치적 생명이다"라는 논문에는 "부모가 없이 육체적 생명을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당과 수령의 영도가 없이 사회정치적 생명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사상교리가 정립되어 있다. 북조선에서 당은 심장이며 원동력이며 혁명의 선봉대로 이해된다. 수령은 이러한 생명체를 핵심적으로 이끄는 수뇌부로서 생명체의 통일을 가져오는 힘이라고 본다. 김정일은 수령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수령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이해관계를 종합, 분석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입니다. 당은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집된 인민대중의 핵심부대로서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추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별적인 사람은 당 조직을 통하여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중심인 수령과 조직 사상적으로 결합되어 운명을 같이 할 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니게 됩니다"(김정일,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당 중앙위 책임 일군들과 한 담화, 1986년 7월 15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문헌집』 [평양: 조선로동당 출판사, 1992]).

주체사상이 수령중심론으로 변화된 근본적인 계기는 사실 내부적 조건보다는 외부적 조건이 더욱 강했다. 예를 들면, 수령중심주의가 강력하게 부각된 것은 1986년 김정일이 발표한 논문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부터였다. 이 시점은 소련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집권한 1985년 이후 소련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이어 소련에서도 전개되고 있는 변혁의 물결 속에서 북조선은 아직 내부적으로 개방정책을 준비하지 못한 위압감을 내부적으로 수령중심제로 전환시켰던 정치상황이 있었다.

또한 신격화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광적인 동원의 문화도 비슷하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운명하였을 때 동원된 인파는 실로 대단한 숫자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일성이 사망하였을 때 북조선 사람들이 보인 반응에 전세계 사람들은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신앙의 차원은 선악이라는 도덕적 측정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자기가 속한 종교의 지도자에게 부여한 절대성은 다른 종교 지도자의 선상에서 상대화될 수 있으나 믿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종교든지 배타성이 있지만 그 배타성은 상대적 배타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절대적인 종교성의 취약점은 권력의 승계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대형교회의 세습 행태와 북조선의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수령세습제는 절대 권력의 힘에 기초하고 있는 근본주의의 종교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다.

한편, 종교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와 주체사상에서 비슷하게 발견되는 관점은 생명에 관한 삼위일체적 인식론이다. 물론 기독교는 신중심적인 생명관을 가지고 있고 주체사상은 역사의 발전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특히 인민대중 중심의 생명관을 가지고 있다. 비록 생명관에 관한 강조점은 다르지만 그 존재론적인 구조는 대단히 비슷하다. 특히 현대신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삼위일체의 유기체적인 생명론은 신본주의적 성격만 약화시키고 보면 주체사상의 사회정치생명체의 유기체적인 삼위일체 생명론과 매우 흡사한 종교 양식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의 생명사상이 상당히 신본주의적이라면 주체사상의 생명사상은 어떠한가? 북의 생명사상은 주체사상의 유기체적 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사회정치 생명체론"에 기초하고 있다. 북의 생명체론도 역시 기독교 사상과 비슷하게 삼위일체적 양식을 가지고 있다. 즉, 당과 수령과 인민이 하나의 몸체로 동질의 생명을 나누고 있다는 내용이 주된 이론이다. 이는 일종의 "조선식 주체 변증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헤겔의 정반합의 운동이 아니라 처음부터 "합"의 이론에서부터 출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합의 내용이란 국가전반에 흐르는 문제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 민주주의 원칙과 동지애의 원칙, 경쟁의 원리와 협력의 원리, 공동체의 구성요소와 공동체의 결합요소, 그리고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등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합의 구조로 조율하고자 하는 생명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합의 철학은 주체사상에서 새롭게 창조된 것이 아니다. 주체사상은 한국문화의 유교적 문화풍토 속에서 정치적인 이념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에 언어적 이질감을 제거하면 대단히 한국적인 사고양식을 찾아낼 수 있다.

사회정치생명체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두 개의 생명체가 결합하여 있다고 본다. 하나는 생물학적 생명으로 인간의 탄생과 함께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육체적 생명을 의미한다. 육체적 생명은 존재구조상 완전하지 않는데, 그것은 사회적인 정치성의 영성으로 결합될 때만 온전한 생명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사회정치생명체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다. 전통적인 해석학은 생명의 근원이 수령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마치 기독교 전통에서처럼 신의 생명을 일방적으로 부여하듯 수령이 생명을 창조하여 주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회정치생명체는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령 도그마로서 동원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신일철, 『북한 주체철학 연구』 [서울: 나남출판, 1993]).

한편, 사회정치생명체론에서 말하는 생명의 근원은 수령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결속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 주체사상의 근본원리에 가까운 해석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생명이란 정태적인 존재론으로서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운동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존재구조가 대단히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명의 역동성은 삼위일체의 격으로 상호적 관계성 속에서 창조되는 것이기에 수령과 당과 인민대중은 하나의 생명체로 움직이게 된다(신은희, "기독교와 주체사상과의 대화: 생명주의 다문화 통일론," 통일미래사회연구소 발표논문 [2006.7.22.], 12).

"정치생명이 없는 사람은 가련한 사람입니다. 정치도 모르고 날도 모르고 사회도 모르고 밥만 먹고 거저 사는 사람에게 무슨 사는 보람이 있겠습니까? 사람은 반드시 정치생활을 하여야 합니다"(김일성, 『김일성 저작집 13』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1], 381).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생명 가운데서도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정치적 생명이 더 귀중하며 개인의 생명보다 사회적 집단의 생명이 더 귀중합니다. 사회적 집단의 생명에 입각해야 개인의 생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 자기생명의 모체인 수령-당-대중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사회정치적 생명의 근본 요구로부터 출발합니다. 그것은 그 어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김정일,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근로자』 [1987.7.]).

따라서 개인의 생명은 온전한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사회성과 정치성을 결합한 상태가 되어야만 진정한 생명체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생명의 기능성은 자주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중요한 요인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종교에 빠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일성 일가는 북한을 하나의 거대한 종교국가로 만들어 체제 유지를 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의 통제체제에는 김일성 일가에게 익숙한 기독교에서 여러 가지가 차용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즉, 북한에서의 주체사상 연구실은 교회이고, 김일성 혁명 소작은 성경과 같고, 수요학습은 수요예배와 같고, 인민반호나 5호 담당제는 구역예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은 기독교인으로, 반석이란 이름은 베드로에서 따온 것이고, 김일성 또한 어릴 때부터 평양의 칠골교회에 출석하였다고 한다. 새터민들 중에서는 북한의 행정체제와 교회의 행정구조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면서 북한이 싫어서 남한에 왔는데, 남한까지 와서 교회에 나가 북한과 비슷한 구조 속에 들어가기는 싫다고 한 이를 본 적이 있다. "북한에서는 보이는 신도 우리를 구원해 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신이 우리를 구해준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이도 본 적이 있다. 북한에서 신이 된 김일성과 그 일가는 기독교의 여러 교리와 형식들을 변형시켜 북한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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