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9일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제한규정을 철폐하는 조치를 취해 생명윤리 논쟁이 국제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방정부의 과학적 결정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과학 발전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장려할 것임을 밝혔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얼마나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작은 세포가 인류가 겪고 있는 심각한 병의 일부에 대해 알려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번 대통령 명령이 특히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염두에 둔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불치병 치료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세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불치병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대체용 장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세포나 조직차원에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함으로, 장기부족 현상, 장기밀매 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난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인간의 생명을 과학의 발전을 위해 활용한다는 윤리적 비판과, 신의 영역에 인간이 침범했다는 종교적 비판이 거세다. ‘배아를 인간생명으로 볼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논의가 합의점을 찾기도 전에 오바마 정부가 이 같은 안을 내놓은 데 대해 많은 종교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 기술이 1869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을 때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100년 뒤 불임부부에게 희망을 주는 위업으로 재평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생명공학이 인간의 생명과 자유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후의’ 윤리적, 종교적 입장을 재고할 때가 왔다. ‘신의 길’과 ‘인간의 길’의 접점을 찾기 위해 종교계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머리를 맞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