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윤리적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손봉호 박사(전 동덕여대 총장)는 한국사회의 윤리 수준에 낙제점을 매겼다. 또 사회의 윤리적 책임을 등한시 한 기독교에도 그 윤리적 수준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10일 오후 7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아카데미아의 강사로 초청된 손봉호 박사는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제공한 자료를 인용, 한국의 윤리적 상황을 진단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위증으로 기소된 사람은 1,198명으로 일본의 5명에 비해 240배, 무고로 기소된 사람 2,965명으로 일본의 2명에 비해 1,483배로 한국과 일본의 도덕성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손봉호 박사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40위에 머물고 있다”며 “다른 수치(교육, 경제, 기술)에 비해서 윤리적 수준이 매우 후진됐다”고 했다.
▲ 손봉호 동덕여대 전 총장이 ‘기독교 윤리’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와 사회의 윤리적 수준이 최하라고 지적했다 ⓒ베리타스 |
손 박사는 또 한국교회도 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지런히 일하고 힘써서 성취할 수 있는 것, 특히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에는 세계에서 최고수준이지만 윤리는 최하”라고 했다.
한국사회가 선진국의 대열에 끼어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윤리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렇다면 윤리는 무엇이고, 또 그 중에서도 기독교 윤리는 무엇일까?
손 박사에 따르면 인간사회에서는 3가지 제도가 존재한다. 예의, 법률, 윤리가 그것이다. 법률은 강제젹, 효과적이거나 비인간적인데 반해 예의와 윤리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제재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자율적이다.
이 중에서도 예의는 윤리에 비해서 그 제재 정도가 매우 약하다. 실례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강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율적이면서도 질서유지가 가능한 윤리. 이 윤리성이 강하면 법률이 줄어지고, 사회가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손 박사의 설명이다.
이어 기독교 윤리가 한국사회의 윤리적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짚어봤다. 기독교 윤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신명론(Divine Command Theory).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고, 순종하면 상을 받고 불순종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손 박사는 “그렇게 순종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성경은 해석한다”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종교적 임무와 이웃을 우리 몸과 같이 사랑하는 윤리적 임무를 명령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 윤리는 자발적 선한 동기에 의한 윤리적 행위 보다는 명령에 의한, 원칙에 의한 윤리적 행위를 강조하기에 행위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손 박사는 하지만 “그것은 고급 이기주의”라며 “규범대로 행동하면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독교 윤리는 동기 뿐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독교인의 윤리적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우선은 손해를 보더라도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도덕적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며 “기독교인에게는 그렇게 해야 할 이유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고등종교는 다른 사람과 사회전체에 대해서 관심과 책임을 가지는 반면, 하급종교는 자신과 자신의 집단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기독교가 사회 전체의 윤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 고등종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손 박사는 강조했다.
손 박사는 끝으로 “자기만 구원받고 자기 구원을 즐기기만 하는 그리스도인 유치한 그리스도인”이라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미래한국포럼의 주최로 열린 이날 강좌는 ‘기독교 윤리’란 주제로 진행됐으며 손봉호 박사의 강연을 듣고자 2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강당의 자리를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