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삼일교회 내부 논란에 붙여

게시판 논쟁 뜨거워…내부 역량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samil
(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
삼일교회 전경

삼일교회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내막을 알고자 원한다면 게시판을 직접 찾아 보기 바란다. 현재 일고 있는 논란은 어디까지나 개교회의 문제라고 보기에 자세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 다만 이번 일이 여러모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와 비슷한 점이 많아,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내고자 한다.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이 처음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삼일교회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그 일을 입밖에 내지 않으려 했다. 당시 기자는 삼일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당시 분위기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SNS를 통해 이 일을 언급했다.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판단에 누구나 볼 수 있는 창구를 통해 공론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의 일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목사를 공격한다', ‘교회를 비방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매주일 예배에서 은혜롭게 찬양하고 기도하는 청년들의 입에서 이런 말들이 튀어 나왔으니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기자도 많이 미숙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선한 마음으로 악을 이기려 하기 보다, 똑같은 독설로 대응했고, 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송사까지 감수해야 했으니 말이다.

단, 지금은 사임한 수석 부목사가 만남을 청해 그때의 일들을 털어 놓고 뉘우침의 감정을 토로한데다, 교회 측이 지난 일들에 대해 사과를 표시해왔다. 이에 기자도 더 이상 그때의 일들을 담아두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부터다. 당시의 과오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은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컸던 추문이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교회와 성도의 대응 자세였다. 당시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덮고 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바로 이 같은 광경이 도무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비난의 화살은 전 목사가 아닌 목소리를 높인 사람에게 돌아갔다. 지금 삼일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니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삼일교회는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지닌 교회다. 전 목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전 목사를 재판국에 세운 바 있는 교회니까 말이다. 이번 논란은 삼일교회가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리라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가져 본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