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보수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가 이제껏 강력히 지지해온 새누리당을 돌연 규탄하는 일이 벌어져 주목을 모은다. 국회에서 굿판을 벌인 새누리당을 거세게 비판한 것.
교회언론회는 1일 '국회에서 굿판 벌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굿판으로 망한 구한말의 역사를 보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언론회는 "구한말 명성황후는 무속인들의 굿에 빠져 굿판 경비로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고, 굿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매관매직으로 국법 질서를 문란케 하여 결국 국가를 일본에 내주지 않았는가!"라며 "오죽했으면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순사들을 동원하여 도처에서 성행하는 굿판을 단속하게 하고, 조선의 굿판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게 했겠는가?"라고 했다.
또 "무속인들이 사가(私家)나 자기들의 경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을 누가 말하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종교위원회가 역술인들과 공동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내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것은, 불과 130여 년 전 국가를 재앙의 빠뜨린 그 위험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회는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이 공동으로 굿판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통탄할 일"이라며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 바라며, 재발 방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과학의 첨단 시대에 국가의 공공기관 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요, 재앙"이라며 "우리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개한 무속신앙이 아니라 고등종교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 논평은 한국교회 보수파가 저급하게 여기는 무속신앙, 즉 굿판을 국회에서 벌인 새누리당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속사정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위원장 이이재 의원은 (사)한국역술인협회의 제의를 받고 지난달 29일 오후 1시부터 국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혜안의 선각들과 함께하는 2016 병신년(丙申年) 합동국운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발표회의 핵심은 식전행사로 한 시간 동안 4마당으로 펼쳐진 오민경 무속인의 '국운융성기원 및 2016년 병신년 운맞이 재수굿'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