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반신론 다룬 오페라 ‘내 잔이 넘치나이다’

반신론을 다룬 오페라 ‘내 잔이 넘치나이다’(연출·이장호)가 3월 24-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내 잔이…>는 ‘하나님께서는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을 고통 가운데 있게 하시나?’라는 반신론적 질문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50년 6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27세의 젊은 전도사 맹의순(이동현, 나승서 분)과 그의 제자들은 오전부터 무의촌 의료봉사를 시작한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안한 포성소리. 아침부터 군인 즉시 귀대를 명하는 방송소리가 심상찮았는데, 갑자기 정체 모를 폭격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진료소로 국군들이 피를 흘리며 들어온다.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었다.

맹의순은 약혼자와 부모와도 생이별한 채 남쪽으로 기약 없는 피난을 내려간다. 그러던 중 인민군에게 붙잡혀 국군패잔병으로 오인 받아 극심한 고문을 당한 뒤 버려지고, 이어서 마주친 미군들에게는 인민군으로 오인 받아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강제이양을 당하게 된다. 맹의순은 이 아비규환의 비극 속에 아무 능력도 행사하지 않는 신에 대하여 깊은 회의에 빠지고 만다.

 같은 반신론적 물음은 최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등 반신론 코드를 갖고 있는 책들이 잇따라 흥행한 데서도 알 수 있다시피, 하나의 도도한 문화적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내 잔이…>는 그러한 반신론적 물음에 교의적인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인공 맹의순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환자들을 돌보다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다. 교의가 아니라, 그 속에 오롯이 담긴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원작의 스토리와는 달리, 오페라 <내 잔이…>는 보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주인공이 이데올로기 싸움의 희생양이 되는 것으로 스토리를 조금 바꿨다.

연출가 이 씨는 “종교에 상관없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정연희 작)를 각색한 창작 오페라로서, 내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비극적인 역사를 재조명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테너 이동현 나승서, 소프라노 박정원 유미숙 씨 등이 출연하고, 경동교회, 사랑의교회, 새문안교회, 연동교회 등이 후원한다.

공연문의)02-541-0720, www.perfect27.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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