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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여] 통일교육과 관련된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은?

정지웅 교수 (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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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

통일이란 국토분할과 국권분할에 의해 형성된 이질적인 체제간의 대립과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문화적 요소까지도 분열되어 있는 남한과 북한이 다시 하나로 되는 국토통일, 국권통일, 국민통합과 더불어 가치, 의식의 융합을 달성하여 새로운 통일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단순한 영토나 정권의 통합만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과 생활양식까지도 융화가 되어 정신적인 면의 통합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의 진정한 통일은 체제통합을 넘어서 체제 융합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일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교육은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주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육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에 의해 의식, 태도, 행위 등을 학습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통일교육이란 통일을 대비하는 교육으로서 통일을 맞이하는 자세를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일교육은 다음의 특성을 갖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통일교육은 통일을 촉진하는 동시에 통일에 대비하는 교육이다. 둘째, 통일교육에서 지향하는 통일의 성격은 평화적인 통일이다. 셋째, 통일교육은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인 동시에 가치관 등과 관련된 규범교육이다. 넷째, 통일교육은 민족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수용하여야 할 의무교육이다. 다섯째, 통일교육은 민족구성원 개개인의 통일역량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여섯째, 통일교육은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육이다(정지웅, "학교통일교육의 의의와 방향," 2005년1월20일 공주교대 발표 논문).

남북한이 진정한 통일을 이루어내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는 길은 끝없는 인내와 현명한 자세를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사이에 가로놓인 적대감정과 불신의 장벽을 헐어버리고 신뢰를 쌓아 가는 일이며 또한 남북한 국민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존능력을 함양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가능케 하고, 또한 통일 후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지금부터 교육적 준비가 필요하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 상황 아래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양식에 따라 살던 사람들이 만났을 때, 도처에서 긴장과 갈등이 일어나고 크고 작은 오해가 빚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독교교육의 목표는 불신의 장벽을 헐어내기 위하여 남북은 서로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 나가는 것, 다를 때는 왜 다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이제부터 새로이 함께 추구해야 할 일들을 모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사회화 과정, 그 개인과 문화의 역사를 알아서 이를 배경으로 그를 이해한다면, 섣불리 변화시키려 하거나 비판하지는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일 교육은 통일의 견인차 역할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민족 공동체가 완전한 평화공동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제공해 줄 것이다(김영대, http://hc4u.org/06_morg02/read.asp?depth=0&idx=35&ref=35&step=0, 검색일: 2011년5월20일).

한편,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identity)의 두 근원은 이름 그대로 기독교적인 것과 학교적인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기독교적인 것'(교회성)이란 성서가 증언하고 역사 속에서 경험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통해 펼치시는 하나님의 현재적인 계시와 그의 역사통치를 뜻한다. 말하자면,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역사 개입과 그의 통치라는 말로 '기독교적인 것'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교회와 교단교파와 종파를 넘어서는 넓은 개념이다. 또한 '학교적인 것'(학교성)이란 그리스적이고 철학적이며, 사변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적인 것이 계시적이고 또 신앙적 차원이라면 학교적인 것이란 분석적이고 탐구적이며, 과학적인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학교 교육이란 기독교적인 것과 학교적인 것(신앙과 학문)의 초월적이며 궁극적 근거와 목적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역사를 창조하시고 지금도 이 역사를 경륜하시며, 온 역사를 약속된 미래로 이끌어 가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통치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학교의 궁극적 목적과 존재의 이유는 '기독교의 확대'만도 아니고, '과학의 증대'만도 아니다. 말하자면, 기독교 학교교육이란 교세확장만도, 상급학교진학만도 아니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둘 다 이어야 하는 종합적이고 통전적(統全的)인 구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기독교 학교의 존재 이유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역사-문화 창조적 소명(召命)에 있다. 예를 들면, 개화기에는 서구 기독교를 배경으로 삼고 계몽을 통한 문맹퇴치, 일제하에는 민족독립의 시대적 역사적 책임을 감당한 것과 같은 것이다. 알다시피, 일제하 기독교 학교는 반일 민족구국운동의 요람지요 중추였던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 학교들은 민족 역사상 교육구국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학교들이었다. 일제하에 당시 일인들이 기독교 학교를 가리켜서 "혁명자 앙성소"니, "불온사상 소유자"니, "기독교라는 그늘 속에 들어와 배일사상을 고취"했느니 하며 모진 탄압을 일삼았던 것은 기독교 정신을 교육한 학교들이 일반적으로 하나님과의 종적관계는 물론 역사 속에서 이웃과 겨레 사랑 및 애국애족에 대한 강한 윤리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용감하게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선교적 사명을 다 하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 교육은 단순히 착한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도, 내세 지향적 역사부정의 현실도피 교육도 아니다. 성경의 언어와 이야기는 고난 받던 우리 민족의 역사와 많이 상통하는 데가 있고 이러한 유기적 관계의 경험은 기독교의 한국 역사참여에 중요한 자료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기독교 학교교육은 교회 확장이나 구령사업, 개인의 영혼구원뿐만 아니라 고난 받는 겨레와 조국의 피어린 역사에, 그리고 분단된 민족의 통일과업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김종희, 2009년11월19일, 한국기독교학교교장협의회 세미나 발제문, http://www.cry.or.kr/bbs/list.html?idxno=518&table=bbs_2, 검색일: 2016년2월1일).

무엇보다도 남북한 간의 긴장고조 상황에서 우리 기독인들이 해야 할 일은 긴장을 해소하고 전쟁이 한반도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모든 호전적 발상들을 묶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학교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평화를 강조하는 통일교육에 매진해야 한다. 평화는 예수께서 우리에게 명령한 지상과업이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군사력으로 타민족을 정복하고 평화가 왔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그 평화는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거짓 평화였다. 생명들 사이의 평화롭고 정의로운 관계를 강조하는 성서의 평화는 아니었다. 원자폭탄, 항공모함, 최신 전투기 ... 모두 거짓 평화의 산물이다. 예수께서 칼로 베어 버리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거짓 평화, 무력과 억압과 불의로 만들어진 사이비 평화였던 것이다. 이러한 거짓 평화를 깨는 예수의 칼은 바로 사랑이라는 원자폭탄이었다. 우리 기독인들은 사랑의 원자폭탄으로 북한의 원자폭탄을 녹여야 한다. 초기 카타콤 순교자들의 사랑과 죽음이 힘으로 통치하던 로마제국을 녹였다. 한반도에 힘으로 유지되는 거짓 평화가 사라지고 그리스도의 평화와 사랑의 물결이 넘칠 때 비로소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거짓 평화에 연연해서는 결코 진정한 예수의 평화, 샬롬의 평화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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