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정의로운 해결을 향하여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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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6일(수) 정오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2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3월2일(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의 3.1절 연합행사 중 하나로 열린 '3.1절 기념포럼 -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기억 투쟁' 가운데 발표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의 발제문 전문. 윤 상임대표는 6가지 이유를 들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의 단초는 ‘손잡기'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윤 상임대표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일본군‘위안부'문제, 한일정부간 12.28 합의의 무효를 넘어 정의로운 해결을 향하여

1. 문제제기
세계역사에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남겼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는 해방이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고 있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 반세기동안이나 역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미국을 위시하여 연합군이었던 나라는 그런 일본을 만든 공로자였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시 일본군이 아시아 여성들에게 저지른 성폭력 범죄를 알고 있었고, 조사보고서로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밀문서로 은폐하여 불처벌에 협조했다. 피해자가 속한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 역시 이에 공모자였다. 한국정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며, 사회전반에 뿌리깊이 박혀있던 가부장적인 관념과 제도가 살아남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욱 악화시켰다. 해방이 되었지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으로부터 겪은 감금과 강간, 고문 등의 피해는 여성들에게 죄의식과 수치심을 갖게 하였고, 한국사회는 이 여성들을 비하하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공적인 피해를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긴 세월 자신을 학대하며 고통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국인 일본정부와 일본사회는 정계, 언론 방송,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집단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행위를 일삼았다. 정치지도자들은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줄지어 참배하며 전쟁범죄를 찬양하고 "위안부는 매춘행위였다" "강제로 간 것이 아니라 돈 벌기 위해 자원했다." "장군보다 월급이 더 많았다"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최근에는 아베 총리 스스로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 "위안부 문제를 '성노예'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비방 중상이다" 등의 망언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도 이미 2001년부터 일본 교과서에서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서술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더욱 우려되는 사실은, 일본 내 교과서뿐만 아니라 각국의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을 제거하려는 시도마저 하고 있다.

그런 일본의 집단적 가해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정부간에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타결되었다고 발표되었다. 그 어떤 국가적 사안도 개인의 인권 문제와 맞바꿀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합의를 피해자가 수용할 수 없는 방식과 내용으로 정부끼리 협의하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해방을 향한 지난 25년 동안의 노력에 큰 장벽이 되어버린 12월 28일 합의를 무효화하고 올바른 해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해방을, 이를 통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길을 찾아가 보려 한다.

2. 교회여성들의 활동으로 시작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운동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한국 여성운동의 중심의제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기생관광'(성매매관광)이라는 현재문제에서부터 출발하였다. 1967년 창립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세계교회여성과의 협조 속에서 인권, 통일, 공해(환경), 여성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때 구속된 학생 및 교역자가족 지원,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투쟁 지원 등의 활동을 하였다. 특히 원폭피해자 지원활동과 ‘기생관광'(성매매관광)을 반대하는 국제운동에 앞장섰다. 이 시기, 한국정부는 외화획득을 빙자하여 여행사들을 통해 이것을 해외에 선전케 하는 등 성매매를 외화획득을 위한 관광산업의 자원으로 삼는 정책을 공공연하게 천명하였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정부에게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하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기생관광이 가장 성횡했던 제주도에서 ‘여성과 관광문화' 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수년간 일본군‘위안부'문제와 관련한 답사활동을 해 오고 있던 윤정옥 당시 이화여대 교수가 강사로 참여하여, 강연을 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대응이 조직화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 5월 22일, 노태우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여성단체와 함께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였다. 이것은 여성계가 일본군‘위안부'의 실상을 규명하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계기가 되었다. 여성계의 요구에 따라 노태우대통령은 방일 중 일본정부에게 일본군‘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명단을 요구했으며, 아키히토 일왕의 과거사에 대한 애매하지만 사과발언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공개적인 연대활동이 진행된 이후, 1990년 7월 22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내에 정신대연구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곧이어 윤정옥 교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문연구의 필요성과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를 위해 1990년 7월, 정신대연구회를 조직한다. 그리고 11월 16일, 3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출발한 정대협 운동은 일제 과거사청산 운동에 있어서 ‘징용, 징병' 등 남자들의 문제 중심으로 제기되어 오던 대응활동을 여성문제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하고, 참여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다수의 여론은 아니었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변화가 시작되었고, 이러한 여론은 피해자들이 피해의식에서 침묵을 깨고 당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써 공개 활동을 하게 하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이후 정대협은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외 활동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피해자들에 대한 복지활동을 펴나갔다. 민간차원에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활동과 아울러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개소하여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돌봄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하였으며, 민간지원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만들어 지역사회가 책임의식을 갖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활동해 왔다. 경제적 지원을 위해서 두 차례 시민모금도 진행하여 모든 피해자에게 위로금 지원도 진행했다. 전국순회방문을 진행하고, 각 지역마다 재가자원활동가들이 매월 정기방문을 통해 피해자가 외롭지 않게 돕는 등 정서적 안정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정부에게는 전후 반세기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피해자를 위한 법적인 보호조치를 통해 제도적인 지원정책을 만들도록 활동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1993년에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생활안정지원법]을 제정하여 피해자에게 주택 및 무료의료 제공 서비스, 월 생활비 지원 등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법으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과 연대 속에서 피해자들은 활동가들과 함께 일본군‘위안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정부를 상대로 하는 수요정기시위 참가, 배상청구 소송, 책임자 처벌 고소 고발, 아시아 피해자들과의 연대투쟁, 증언활동 등 활동의 무대도 한국을 넘어서서 일본, 미국, 유럽, 호주 등 어디든지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곳이면 찾아다녔다. ‘위안부' 피해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는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권운동가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할머니들의 그런 당당한 모습은 할머니들과 연대하는 활동가들과 연대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또한 변화시켰다. 그렇게 피해자-여성운동의 ‘연대'는 피해자의 변화도 만들어내고 여성운동의 변화도 만들어내며, 한국사회의 변화도 만들어내고,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변화도 만들면서 계속 활동 중이다. 그렇게 변화는 ‘우리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확대되어 갔다.

3. 국제사회가 함께 요구해왔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 실현 !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은 ‘위안부' 문제에만 골몰하지 않고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및 무력갈등 하의 여성인권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슈가 되어 왔다. 정대협은 1992년부터 매년 유엔인권기구 회의에 참석하여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여성인권문제로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대를 요청해 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유엔에서는 거의 매년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다뤄져 왔다. 유엔의 특별보고서들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성노예범죄로 규정짓고, 일본정부에게 범죄인정,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등을 권고하게 만들었다.

유엔의 결의들은 최근까지도 계속되어 2014년에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일본정부에게 피해자에 대한 전면적인 배상, 가능한 모든 증거의 공개, 교과서에 관련 내용 기술, 공개 사죄와 공식적인 책임 인정, 피해자를 모욕하고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행위 금지,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전쟁 중 일본군의 인권 침해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 최고대표도 성명을 발표해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들 여성에 대한 사법정의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의 문제"라고 강도 높게 일본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노동자들과의 연대도 계속했다. 1995년 이후 정대협은 한국의 노동자단체들과 연대하여 ILO에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법적 책임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다. 이후, 1996년 11월, ILO 전문가위원회는 일본군‘위안부' 제도는 성노예제로 성격 규정되어야 하고 강제노동조약 위반사항이라는 판단과 함께 일본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할 것을 희망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내용은 1997년 3월에 출판된 전문가위원회 보고서에 수록되었으며, 이후에도 1999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1년, 2013년의 보고서에서 계속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문가위원회의 판단을 수록해 왔다.

미주, 유럽 등 세계 각지의 여성단체, 인권단체들이 함께 연대하며 여성폭력 반대!("Stop Violence against Women!") 캠페인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제여성인권운동으로 확산시켰으며, 이러한 여파는 2007년에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네덜란드 등 의회결의채택으로 이어졌다. 이들 나라는 의회결의채택을 통해 일본정부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권고하며, 역사교육 및 추모사업 등으로 재발방지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였고, 아베총리는 일본 국회에서 "유엔의 권고는 꼭 지켜야 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하면서 유엔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기까지 하였다. 또한 전쟁을 할 수 없는 전쟁범죄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 헌법 개악 시도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아베정부는 2015년 9월 19일, 미국정부의 지지아래 안보법을 통과시키며 아시아의 평화에 위협적인 군국주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4. 피해자들의 권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 : 12.28, 한일정부간 일본군'위안부' 합의
그런데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간 외교장관회담이 열렸고, 갑작스럽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한일 외교장관이 발표를 하였다. 그 내용은 1)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2)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3)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 10억엔을 일괄 거출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한다. 4)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5)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6)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 유지를 고려하여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결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인권원칙이 무시되었다. 이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피해자들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각국의 시민사회와 함께 올바른 문제해결의 방향과 요구사항을 지난 25년 간 양국정부에 전달해왔지만, 이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양국 정부는 오히려 피해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합의를 내놓고 피해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둘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일본정부에 의한 조직적 범죄이며 그 본질이 성노예제라는 점,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자, 가해 사실, 불법성 등이 명확히 인식되지 않은 채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그 책임을 인정했다고 여길 수 없다.

셋째, 법적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이번 합의에서 일본정부의 국가적이고 불법적인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배상도 하지 않았다.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정부가 자금을 출연한다고 했지만, 이는 배상이 아니라고 못박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거론되지도 않았던 1965년의 한일협정을 통해 법적 해결이 완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째, 후속조치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일본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이고 명확하게 그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을 시작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 올바른 역사 교육, 재발방지 노력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설립은 피해국인 한국정부가 하고 그 재단의 목적 역시 피해자들을 위한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이 될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조치가 어떠한 방식으로 또한 제대로 취해질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것이다. 후속조치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고 이마저도 피해국 정부에 떠넘겨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다섯째,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 이번 합의를 통해 한일 양국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대로 된 문제해결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간 타결이 국내외에 선언된 이 상황에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인권침해를 구제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합의 직후에도 일본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성노예라는 사실과 강제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여섯째, 부당한 조건을 내걸고 역사를 지우려 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새겨야 할 일본정부는 일본군'위안부'를 기리는 상징물을 제거하라고 요구했고, 한국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992년부터 약 24년 간 매주 수요일 평화로운 집회를 통해 문제해결을 요구해왔던 피해자들과 수많은 시민들의 뜻이 담긴 ‘평화비' 앞에서 일본정부가 고개 숙여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사를 지우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일곱 번째, 국제사회의 권고와 인권원칙에 비추어서도 이 합의는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그 동안 유엔인권기구들과 국제 전문가 및 NGO들이 일본정부에 요구했던 사항들은 이번 합의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규정하고 결의한 인권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번 합의는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정부는 합의 이후에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고서로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실을 부정하고,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피해자들과 정대협이 국내외 여론을 형성하며,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의 인권회복을 위한 모범사례를 만들며 활동해 온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고 말았다. 광복 70주년에 피해자들에게는 해방의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벽 앞에, 더 깊은 질곡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5. 해결을 위하여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손잡기
피해자들의 요구가 무시된 12.28 한일합의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들에게 사법적 정의와 법적 배상이 실현되어 70년 전, 불처벌로 침묵되고 은폐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미 그 행동은 시작되었다. 바로 ‘손잡기'이다. 지난 1월 16일, 한국의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과 500여명의 시민들이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전국행동"을 결성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이 아닌 10억 엔 재단출연금을 거부하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일본군‘위안부'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모금을 시작했다. 이 운동에 전국 각 지역에 세워진 평화비 곁에서 평화비(소녀상)를 지키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던 수요시위가 전국 각지로 확산되어 진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소녀상 옆에서 24시간 노숙을 하며 소녀상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일정부의 합의를 전문 거부하며 활동에 나섰다. 문화예술인들도 작가들도 연대행동에 나섰다. 이러한 연대활동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한인동포들과 현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법적 정의와 법적 배상실현을 요구하는 세계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연대 속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정대협은 이 땅에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본 지진피해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지원하였으며, 콩고의 내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나비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한국국민으로서의 사죄메시지'를 보내고, 나비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연대 과정을 통해 세계 각지로부터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일본군'위안부' 라는 중대한 전시여성인권침해 문제를 역사와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은 한국정부가 아닌 피해 당사자들과 여성들이었다. 25년 동안 일본으로, 유럽으로, 미주지역으로, 유엔으로 각국 의회와 정부로 직접 찾아다녔다.

1992년 1월 8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첫 번째 수요시위는 어느 새 24년이 지나 25년째 진행되고 있다. 그 긴 세월동안 포기되지 않았던 희망이 12.28합의로 꺾이지 않도록 피해자들과 우리 모두 손을 잡을 때이다. 세계 1억인 서명운동으로, 20여만 명 일본군‘위안부' 희생자와 손잡는 100억 재단설립운동으로, 한국정부와 국회를 향해 12.28 합의를 무효화하고, 다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전국행동, 세계 행동이 필요하다. 유엔의 요구를 무시한 한일합의에 대해 다시 유엔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할 때다.

2016년 2월 18일 현재, 한국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194명이 사망하여 44명만이 남아있다.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평균나이는 90세가 넘었다. 영원히 미해결의 과제가 되기 전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손잡기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이루어내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인권회복을 이루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 다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같은 전시성폭력 피해자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연대가 힘이라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지난 25년 동안의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라시다 만주(Rashida Manjoo) 유엔인권이사회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그녀의 보고서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운동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배상운동 중 가장 체계적이고 충분히 입증된 운동"으로 평가하면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무시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하였다. 이제 우리 손잡기로 그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배상실현으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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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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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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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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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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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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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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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