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불멸의 시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
"윤동주는 기적이에요, 기적.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육필원고가 보존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생전에 시인으로 공인받은 적이 없었던 그의 시가 친구들의 힘으로 발굴된 것은 우리나라 문학의 축복입니다." (마광수·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
KBS 공사창립 특집 '불멸의 청년, 윤동주'가 영원한 청춘 시인 윤동주의 문학 세계를 조명한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와 일본 유학시절까지 무명의 시인으로 활동했다. 심지어 윤동주가 일본유학 시절 동문들은 그가 시를 쓴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다. 그런 윤동주가 불멸의 시인으로서 자리매김 한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그의 육필시고가 잘 보존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의 동문들의 우정이 빛을 보는 지점이다.
연희전문학교 후배 정병욱은 당시로서는 위험했던 윤동주의 육필시고를 생가의 마루 밑에 깊숙이 숨겼다. 또 동기 강처중은 해방전후의 혼란기에 끝까지 윤동주의 유품과 편지에 담긴 시들을 지켜낸다. 결국 정병욱과 강처중, 두 친우의 헌신이 오늘의 윤동주의 시가, 그리고 불멸의 시인 윤동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윤동주의 시의 인기는 한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윤동주의 시는 일찍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윤동주 시의 어떤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일까? 세계인들은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그만의 독특한 인류애를 주목한다.
"영혼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것이 시에 나타나 있어요. 영혼의 아름다움, 슬픔이 거기에 있어요. 한 영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아름답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정말 훌륭한 시입니다." (가와즈 키 요에·일본 현대시수첩상 수상 시인)
"윤동주의 시는 결코 한 민족의 것이 아니라 인류, 인간 그 모든 것의 근원으로 통하는 시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 사랑이죠. 인류입니다. 인류와 사랑." (니시오카 겐지·일본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
윤동주의 탁월한 감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미학적 시 언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평론가들의 시선도 담았다.
"전 그 시를 중학교 때 처음 봤어요. 가슴이 철렁하고 이렇게 감독적인 시가 있구나 느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시어가 문어체도 아니고 구어체죠. 해방 이전, 아니 해방 전후까지도 지금까지 생생하게 읽히는 시를 대봐라. 윤동주 밖에 없어요."(마광수·연세대 교수)
"전 윤동주 시 중 '해바라기 얼굴'을 가장 좋아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 시를 읽으면서 떠올리는 지점이 70년대, 80년대가 아닐까요. 사람들이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는 수도 없이 많은 이유가 있지만, 아주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희망의 단서를 놓지 않는 그만의 특징이 있어요."(이정록 시인·윤동주 문학상 수상자)
한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윤동주. 그의 성장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독교의 영향이었다. 명동교회의 장로로 도량이 넓었던 할아버지 윤하현과 집안의 기독교적 분위기 속에서 윤동주는 유아세례를 받고 어릴 적부터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의 기독교정신을 배우며 자랐다.
윤동주의 시 중 '십자가'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그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투명하게 반영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문학평론가 김우중(전 덕성여대·경희대 교수)은 6일 대학신문에 낸 칼럼에서 "이 시 속에는 전쟁과 죽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이별이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옛 후쿠오카 형무소는 그의 순교지다. 그리고 그곳은 그가 우리 민족과 인류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스스로 피를 흘린 곳이고, 이는 우리를 죽음의 도살장으로 몰아가던 군국주의자들에 대한 저항이었기에 지금 살아남은 우리들이 눈물 흘리며 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가는 성지다"라고 말했다.